[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취임 이후 첫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번 사면 조치는 국민사기를 진작시키고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당초 기대했던 기업인에 대한 사면은 최소화하고 정치인은 사면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사면에 대한 박 대통령의 기존 원칙은 유지하도록 한 점이 엿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특별사면 안건에 대한 심의를 위해 주재한 '원포인트'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경제인 14명과 영세 상공인 1158명을 포함한 6572명에 대한 특별사면·감형·복권을 단행키로 했다. 사실상 일반 서민들에 초점을 맞춘 사면을 한 것이다.
모범수형자 등 588명에 대한 가석방을 비롯해 운전면허 행정제재자와 건설분야 입찰제한, 소프트웨어업체 입찰제한 등 행정제재자 220만6924명에 대한 특별감면도 포함됐다.
박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를 단행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특별사면을 통틀어서는 지난해 1월 설 특사 이후 두 번째다.
이미 밝힌 대로 이번 특사를 통해 박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민사기를 진작시키고 경제활성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설 특사와 달리 처음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기업인을 특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이 같은 취지로 볼 수 있다. 또 영세 상공인들에 대한 특별사면과 건설분야 및 소프트웨어업체 입찰제한 등 행정제재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 등이 포함된 점 등도 이러한 박 대통령의 의중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도 이날 "국민들의 자신감과 사기가 오르는 게 바로 국가 발전의 힘"이라면서 "그동안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사면을 제한적으로 행사했었는데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민화합과 경제활성화를 이루고 또 국민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특별사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예상됐던 대로 기업인에 대한 사면 폭이 최소한에 그친 점이 눈길을 끈다.
사면대상에 포함된 경제인 14명 가운데 관심을 끈 대기업 총수 중에서는 최 회장만이 사면·복권됐다.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 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 그동안 주목됐던 다른 기업인들은 대상에서 배제됐다.
그 밖에 기업인들로는 김현중 한화그룹 부회장과 홍동옥 한화그룹 여천NCC 대표이사 등이 사면·복권 대상자에 포함된 정도다.
최 회장 형제의 경우 동시에 두 명이 사면대상에 포함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집행유예 중인 김승연 회장의 경우 과거 두 차례 사면을 받은 점을, 구자원 회장 등의 경우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등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점과 관련한 국민정서 등을 각각 감안해 사면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인 외에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사면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내세워 사면 계획을 밝히면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나 홍사덕 전 의원,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정치인에 대한 사면 여부도 주목받았지만 결국 아무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처럼 기업인에 대한 사면이 대폭 줄어들고 정치인이 배제된 것은 국민사기 진작이라는 대원칙 외에 기존에 박 대통령이 갖고 있던 사면 원칙도 적용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에서도 대기업 총수 일가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하고 대주주나 경영자가 저지른 중대 범죄는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지난 '성완종 리스트' 파문 때에도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사면은 예외적으로 특별하고 국가가 구제해 줄 필요가 있는 상황이 있을 때만 행사하고 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된다"며 "특히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재벌 총수들에 대한 국민감정을 악화시킨 것 역시 막판 기업인 사면 대상을 최소화한 데 다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사면대상에 포함된 최 회장의 경우 잔여형 집행을 면제하고 특별복권까지 하기로 한 점은 이번 사면 원칙에 해당된다면 경제활성화라는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당초 최 회장은 사면이 되더라도 복권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복권까지 이뤄지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