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총선 룰 전쟁에 나섰지만 서로의 이해가 크게 엇갈리면서 진척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선거구 획정의 경우 여야간 치열한 논란 속에 결국 개정이 된다하더라도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시 인구편차 2대1을 넘지 않도록 하라는 기준을 제시한 뒤 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앉았던 선거구 문제가 총선을 9개월여 앞두고 하반기 국회 최대 이슈로 부상한 상태다. 여기에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 국회의원 정수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선거구 획정 가이드라인을 잡아야 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답보 상태다.
◆野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해야”…與 “의원정수 늘어 안돼”
새정치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와 함께 국회의원 정수 늘리기도 주장했지만 그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국회의원 수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고있다.
새정치연합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지역주의 구도 타파를 위해서다. 영남은 새누리당, 호남은 새정치연합처럼 한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현행 국회의원수를 유지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지역구 수를 줄이자는 주장으로, 현실성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지역구 숫자를 줄이거나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하는데, 지역구 숫자를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도 국민 정서에 반하니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안 된다는 논리다.
◆與, 오픈프라이머리 동시실시 제안…野 '거절'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역시 총선 룰에 관한 중요 이슈다. 새누리당은 전략공천 없이 전지역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실시를 당론으로 세우고 추진 중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 같은 새누리당 안에 반대하고 있다.
모든 정당, 모든 지역에 일률적으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실시하는 것은 정당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정치 신인에게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보완책이 없으면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여야 공동 토론회를 개최해 어느 당의 방안이 합리적이고 개혁적인지 토론할 것을 새누리당에 제안해놓은 상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이 같은 여야 간 공방 속에서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 정개특위 '답보상태'…선거제도 개편 용두사미로 끝날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는“제대로 된 선거구획정을 위해서는 늦어도 8월13일까지는 획정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국회 정개특위에 요청했지만, 이 시한을 지키기는 요원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주장하는 선거제도 개편이 결국 아무것도 관철되지 못한 채 현행 선거방식대로 총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을 들지 않더라도 선거법 개정 문제는 여야 어느 한쪽이라도 반대할 경우 변경하지 못한다는 '게임의 법칙'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 역시 총선을 코앞에 두고 졸속으로 선거구 획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 정개특위가 국회의장에게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해야 하는 법정시한은 총선 6개월 전인 10월 13일이다. 그러나 해당 법정시한이 지켜진 경우는 드물다.
지난 17대 총선에 적용됐던 선거구 획정안은 선거를 불과 한달여 앞둔 지난 2004년 2월 27일에야 본회의를 통과했고, 18대 총선 역시 2008월 2월 15일, 19대 총선은 2012년 2월 27일에서야 획정안이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지역구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이른바 '게리맨더링'으로 국회 정개특위는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였다.
더욱이 이번 선거구획정의 경우, 현행 3대1에서 2대1로 지역구 인구편차를 조정하라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인구 상한선(27만8760명)을 초과한 선거구는 36곳, 인구하한(13만9380명)에 미달하는 선거구 24곳 등 총 60곳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그 어느 때보다 '박 터지는' 의원들간의 혈투가 예고돼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민의 존중'이라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된 이번 선거제도 개편 논란이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 싸움으로 끝날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