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정부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경로와 관련한 병원 명단 등을 공개한 것을 놓고 '뒷북행정'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정보공개를 지시했다는 시점을 놓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게 됐다는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의 해명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병원명단 공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지시내용이 공개적으로 명확히 드러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를 비판한 다음날인 지난 5일이었다.
결국 병원명단 공개가 결국 박 대통령의 지시보다는 들끓는 비판여론에 밀려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 총리대행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병원 명단을 공개하게 된 배경으로 박 대통령의 '지난 3일 지시'를 언급했다.
최 총리대행은 "대통령도 지난 3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투명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신고폭증에 대비한 신고체계 구축 및 격리병상 추가 확보 등 사전준비를 마치고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최 총리대행의 발언에 비춰볼 때 지난 3일 청와대의 분위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박 대통령은 긴급점검회의 당일 출입기자들에게 공개된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점검을 하고 그 다음에 현재의 상황, 그리고 대처 방안에 대해 적극적이고 분명하게 진단을 한 후에 그 내용을 국민들께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TF(민간전문가 참여 '종합대응 컨트롤타워')를 통해서 지금 문제점의 진원지, 발생 경로, 이것을 철저하게 처음부터 분석을 해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최 총리대행이 언급한 '병원 명단 공개 지시'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포괄적인 표현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병원 공개를 지시한 것이라고 해석하거나, 아니면 박 대통령이 추후 비공개 회의 자리에서 병원 공개를 지시한 별도의 발언이 있었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후 청와대는 병원 공개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내비쳤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회의 직후 청와대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회의를 마친 뒤 결과를 설명하는 브리핑 자리에서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병원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추적해야 될 연결고리는 다 파악하고 있다"며 "지금 격리병상에서 잘 치료하고 있는 병원들은 정말 환자에 대한 보호가 잘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추호도 불안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해 병원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회의에 참석한 뒤 같이 브리핑에 나섰던 김우주 대한감염협회 이사장도 병원 공개에 대해 "결론적으로 실(失)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병원들이 메르스 확진환자를 안 받겠다고 하면 오갈 데 없어진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폈다.
만약 회의에서 병원 공개에 대한 박 대통령의 명확한 지시가 이뤄졌다고 가정하면 이를 하명받아 이행하는 청와대의 상황에서는 나올 수가 없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3일 박 대통령이 지시해 병원을 공개하게 됐다는 최 총리대행의 해명이 너무 군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메르스 관련 정보의 신속하고도 투명한 공개를 지시했기 때문에 의료기관 간의 확진환자 정보 공유, 또 대다수 감염자가 발생한 병원명 공개, 이런 조치가 지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직접적으로 병원 공개를 언급하긴 했다.
그러나 이는 하루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 확진환자의 이동경로 등을 공개하면서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비판한 뒤다. 4일 밤 이후로 병원 공개를 지시했다면 이미 여론에 떠밀려 정부가 병원 공개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 때문에 최 총리대행이 늑장대처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박 대통령의 명확한 지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일 병원 공개를 지시했다고 얼버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