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들은 기준금리를 동결한 5월 금통위 회의에서 수출이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에 우려를 표하며 종합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일 한은이 공개한 '5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우리나라 수출 부진은 엔화·유로화 약세, 주요 교역상대국 수요 둔화, 유가 하락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금통위원은 "수출 부진의 거시적 요인 분석과 국제 분업구조 내 위상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산업별 대응책을 마련할 시점"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최근 수출 감소세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일시적인지, 구조적인 현상인지를 규명하는 한편 그동안 관련 정책의 역할을 평가하면서 수출 진흥을 위한 종합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일본 기업이 엔저를 배경으로 수출 단가를 인하해 나갈 가능성을 언급, "우리 수출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며 "엔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은이 발표한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부채)은 1099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1조6000억원 늘어났다.
금통위원들은 가계부채 증가에 대비해 취약가구의 채무상황부담 완화,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미시감독 강화, 가계부채관리 협의체에서의 적극 의견 개진 등의 대책을 주문했다.
한 금통위원은 "변동금리부 대출의 금리변동 리스크를 감안해 금융감독 당국은 고정금리대출에 대해 우대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 노력에도 불구하고 변동금리 대출의 신규취급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미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성근 금통위원은 4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소수 의견으로 0.25%p의 금리인하를 주장했다. 하 위원은 "내수 개선의 약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수출 및 수입 감소세 확대 등으로 향후 성장 경로에 있어 하방위험이 부각되고 있다"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다수 국가들의 통화 완화 및 절하정책 확산, 국내 외환시장의 원화절상 압력은 통화당국의 적절한 대응조치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가 강화되고 글로벌 시장금리 및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시간이 갈수록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짚었다.
하 위원은 수출 부진에 대해서도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수출 감소 배경 파악과 대응책 마련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다만 금리인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 급증 문제는 가장 중요한 정책비용이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 가계의 소득대비 부채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거시 경제에 심각한 위험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