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11일 러시아 시장을 점검하기 위해 출국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날 "정 부회장이 러시아 시장 점검을 위해 12시40분께 서울 김포공항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이 갑작스레 러시아로 떠난 것은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 대책을 세우는 한편 현지 시장을 긴급 점검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유가 급락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로 크게 위축되기 시작했다. 루블화 가치 급락으로 수출 채산성까지 나빠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감산과 수출 중단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너럴모터스(GM)조차 현지 조립 공장 생산을 중단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루블화가 폭락함에 따라 차를 팔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환차손 때문에) 차를 팔수록 손해가 나고 있다"며 "일부 메이커들은 현지 판매 물량 공급을 중단하거나 차값을 대폭 올려서 팔고 있다. 판매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해 보다 러시아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 판매량이 늘어난 게 아니라 경쟁업체들의 점유율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현대차는 이를 기회로 삼아 러시아 시장 확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판매 감소를 메우기 위해 러시아 판매량의 40%를 담당했던 국내생산 수출 물량을 10% 미만으로 조정했다. 대신 연산 20만대 규모인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현지 생산 확대로 환차손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1분기 현대·기아차의 러시아 현지 시장 점유율은 19.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3.9%)보다 5.9%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정 부회장은 러시아 방문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대책을 마련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시장 침체에 따른 루블화 가치 하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러시아 판매망을 유지하면서 보수적인 경영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할 필요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러시아 방문은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현지 시장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상황도 살펴보고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복안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