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중남미 순방 이후 건강 이상으로 일주일간 휴식을 취해 온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본격적으로 업무 재개에 나섰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4·29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해 공무원연금 개혁문제와 특별사면문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줄줄이 쏟아냈다. 그러면서 각 부문에 대한 개혁 조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확히 일주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7일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함과 동시에 순방 도중 생긴 위경련과 인두염 등으로 청와대 내부에서 머무르던 공백기를 끝낸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날 업무 복귀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터였다. 중한 병이 아닌 만큼 이미 건강 상태가 회복되리란 예상도 있던 데다 통상적으로 어린이날에는 일부 어린이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가져온 만큼 일정을 재개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었다.
더욱이 지난 주말 여야가 당초 청와대의 생각과 다소 빗나간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하면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청와대가 여야의 합의안에 강한 반대를 표출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언급할 필요성이 컸다. 이를 반영하듯 박 대통령은 이날 여러 현안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놨다.
우선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조정키로 한 점을 들어 “그 자체가 국민께 큰 부담을 지우는 문제”라며 “반드시 먼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여야의 합의를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내세워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지난 4·29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도 “과감한 정치개혁 이루고 공무원연금 개혁 등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뤄서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뜻”이라며 정치개혁 및 공공·노동·교육·금융개혁 등 4대 구조개혁의 강력한 추진을 주문했다.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서도 이미 박 대통령이 부각시킨 사면문제를 다시 한 번 거론하면서 본격적인 개선을 주문했다. 이미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논점이 사면문제로 어느 정도 이동했다고 보고 재차 강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지난달 말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에서 나온 과거사 발언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진실한 사과로 이웃국가들과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미국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며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해 과거사 문제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미·일 관계가 강화된 현 국면이 외교실패라는 지적이 제기된 점 등에 대해서는 “우리 외교는 과거사에 매몰되지 않고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 한·미 동맹과 한·일 관계, 한·중 관계 등 외교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분명한 목표와 방향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현 외교당국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줬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뿐 아니라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일일이 자신의 입장을 꺼내놓은 것은 그동안 민감한 현안들로 인해 다소 수세적인 입장에 몰려있던 상황을 털어내고 본격적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세월호 1주기 및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으로 인해 난감했던 분위기를 어느 정도 털어냈다고 보고 각종 개혁작업을 통해 국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신호다.
이 같은 배경에는 박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왔던 불투명한 정국이 상당히 해소됐다는 자신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순방 직전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던 성완종 리스트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사퇴와 박 대통령이 내세운 '사면 논란' 쟁점화를 통해 다소 무뎌진 판국이다.
더욱이 지난달 말 치러진 재보선에서는 여당이 압승하고 선거 직전 박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가 한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국정 운영에 다시금 자신감을 찾는 계기도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청와대의 뜻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특히 이번 개혁안이 결국 국민연금에 또 다른 부담을 지우게 했다는 측면을 감안할 때 국민들의 입장을 전면에 내세워 청와대의 개혁방향을 피력하는 것이 여론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