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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건보업계, 가짜 오가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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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업계, 가짜 오가피 논란


성분기준없어 소비자 혼란… 식약청 ‘늑장대응’



강보조식품인 ‘오가피’의 약효를 결정짓는 성분(아칸토사이드
D) 함량을 둘러싸고 관련 업체들이 서로 비방광고와 고소를 주고받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고액을 주고 이를 복용해온 소비자들은 오가피 제품의 상당수가 가짜이거나 소량의 성분만을 넣은 저질상품이 아니냐는 의심속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토종오가피를 생산하는 (주)수신오가피(대표 성광수)가 지난 5월말부터 주요 신문지상에 다른 업체 제품과 오가피 성분을 비교하는
광고를 연일 대문짝만한 크기로 내면서 비롯됐다.



성분 비교광고, 가짜 오가피 시비 촉발

수신오가피는 광고에서 “오가피의 지표물질인 아칸토사이드 D(Acanthoside D=Eletheroside E)가 들어 있지 않는 제품은
가짜”라며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타업체의 오가피를 분석한 결과, 지표물질이 검출되지 않거나 극소량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비교광고가 나가자 오가피업계는 업체간 신경전이 불붙으며 상호비방과 함께 혼란을 빚고 있다. 또 진위여부를 묻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오가피 업체에 쇄도하고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문의가 빗발쳐 일부 업체에서는 게시판을 폐쇄하기도 했다.

90년대부터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시장규모가 급격히 확장된 오가피 업계는 이번 가짜 논란으로 된서리를 맞는 등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 주무부처인 식약청(식품의약안정청)은 관련 업계가 수긍할 수 있는 오가피 제품의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비교광고의
적법성 여부만을 따질 뿐 가짜 오가피 시비를 가리지 않고 방치하고 있어 불신을 낳고 있다.


수천억원대 오가피 시장 난맥상 드러나

오가피의 주요성분은 아칸토사이드 D. 식약청은 지난해 ‘생약재 품질표준화 사업’의 하나로 오가피 제품의 지표물질 선정 작업을 실시했다.
용역을 맡은 충북대 약학대학 이경순 교수팀은 “아칸토사이드 D라는 성분은 모든 오가피에 들어 있는 주요 성분으로, 지표물질로 삼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들어 인삼이 국제시장에서 사양길에 접어들자 이를 대체하는 품목으로 오가피가 떠올라 순식간에 3,000억원 규모로 급팽창, 표준화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수신오가피측은 이런 결과를 근거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오가피 제품을 모아 성분을 분석, 지난 5월20일께부터 자사 제품의 지표성분이 다른
업체 오가피보다 4~16배 가량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실험결과를 중앙일간지에 내보냈다. 또 타사 제품에는 지표성분이 검출되지 않거나 극히
미량에 그쳤다고 수치와 표를 붙여 설명했다.

이 비교광고가 나가자 다른 오가피 업체들은 이같은 실험결과를 반박하는 광고를 연일 중앙일간지에 도배하다시피 내보냈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불신도 함께 커져갔다.

수신오가피측의 광고공세에 피해를 입은 함박재 가시오가피 등 경쟁업체들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즉각 법원에 광고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비교광고 근거로 삼은 공인기관 명칭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선에서만 광고를 허용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뒤늦게 수습나선 행정당국

관련 당국은 오가피 시장의 이같은 일대 혼란을 뒤늦게 파악하고 수습에 들어갔다. 지난달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수신오가피가 광고를 통해
오가피의 성분에 대해 근거없는 주장을 하고 타사 제품을 비방, 표시광고법위반이 명백히 의심된다”며 공정위의 정식의결이 있을 때까지 해당광고행위를
중지하도록 명령했다.

주무부처인 식약청도 “아칸토사이드-D 물질이 특별한 약리·약효가 있는 것처럼 과대광고 하는 것은 식품위생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어 현재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가피 제조업체들은 식약청을 믿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가시오가피를 생산, 판매하는 한 업체 대표는 “일반 오가피와 가시오가피는 성분
자체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어 같은 식품으로 볼 수 없는데도 식약청은 일반오가피 업체의 눈치보기에 바빠 정확한 기준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또 “가시오가피는 옛 소련 등에서 많이 연구해왔고 오히려 토종 오가피보다 약효가 낫다”며 “수신오가피 측이 주장하는 오가피의 약효
대부분은 원래 가시오가피에 관한 것이고 가시오가피의 지표물질도 아칸토사이드 D가 아니라 이소프락시딘”이라고 주장했다.

식약청에 대한 불만은 일반오가피측도 마찬가지. 토종오가피를 재배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오가피 지표물질 지정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혼란이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오가피 제품은 생약품으로 분리가 된 상태지만 아직 오가피 효능을 판가름해 줄 지표물질을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생약품으로서
아칸토사이드 D가 지표물질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정확한 기준을 따지기에는 관계전문가 등에 의해 세밀한 수치계산이 이뤄져야 하는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력제로 알려진‘오가피’


오가피가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최근에 들어서다. 오가피는 인삼이나 산삼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풀이 아닌 나무에서
나는 약재로 정력 증진에 효과가 커 ‘제2의 산삼’, ‘천삼(天蔘)’ 등으로 불린다.

동의보감에는 이 약재가 남성 발기부전과 여성 성욕감퇴에 특효라고 나와 있으며, 한방에서는 중풍 환자의 회복에 효능이 있다고 해서
‘추풍사’(追風使·중풍을 물리치는 사신)라고도 부른다. 특히 오가피에는 피로회복에 큰 효과가 있는 성분이 들어 있어 소비자들의
인기가 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오가피는 인삼의 인기에 밀려 연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제품개발도 영세한 소수 업체들이 맡았다. 이후
오가피의 효능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건강식품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오가피 제조 업체들은 연간 오가피 시장 규모를 3,0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으며, 영세업체를 포함해 100여 곳이 오가피
제품을 만들어 유통시키고 있다.

오가피 종류에 대한 구체적 분류가 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은 오가피와 가시오가피를 따로 분리해 놓고 있다. 거기에
맞는 지표물질도 서로 다르다.

가시오가피는 오대산 지리산 등과 만주 시베리아 홋카이도 등에 자생하고 바늘모양의 가시가 촘촘하게 붙어있는 반면 오가피는 한국
전역에 분포하고 독수리부리 모양의 가시가 드문드문 박혀있다.

업계에선 오가피와 가시오가피는 기본적으로 학명도 다르고 어느 성분이 더 나은 약효를 낸다고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수영 기자 cutejsy@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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