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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세월이 묻어나는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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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전통가구는 비싼 가격에 사고 팔리기도 하고, 박물관에서도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것을 구입해서 보존하기도 한다. 세월이 묻은, 아니 어쩌면 그 긴 세월을 견뎌왔다고 말해야 해야 할 고가구들은 그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우선 너무도 아름답고 쓸모가 있었기에 소유자들이 간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특징은 잘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리 애지중지 간직하고 싶은 가구라 해도 기후변화나 충격과 하중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잘 만들어져 있어야 수대 거쳐 세월을 보내도 부숴지거나 틀어져 못 쓰게 되질 않고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전통공예품 감정위원으로 유명한 양의숙 선생이 운영하는 종로구 소격동의 화랑 ‘예나르’에서 16일까지 열리는 소목장 박명배의 ‘살아있는 전통전’은 고가구의 이 같은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니멀 미학의 극치
이번 전시는 박명배 장인의 소목가구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목수는 대목(大木)과 소목(小木)으로 나뉘며, 소목은 조각장(彫刻匠)과 소목장(小木匠)으로 나뉜다. 즉 주택 등 큰 건축물은 대목이 짓고, 건축물 안에 가구를 꾸미는 일은 소목이 한다. 소목가구는 전통 가구의 형태와 규격, 기법, 문양을 근거로 제작됐으며, 전통한옥의 주거생활에 적합한 평좌식(平座式) 가구가 주류를 이룬다. 우리나라의 전통목가구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절제와 단아함의 정신을 보여주는 미니멀 미학의 극치로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박명배는 전통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되 기법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경기지역 가구의 단아함에 서양 가구의 제작법에 의한 정교함을 더하여 전통가구이면서도 현대적인 미를 풍기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미 그의 작품은 세계 각국의 한국문화원 등에서 한국의 미를 알리는 대표적인 작품이 돼 있다.
10대 후반에 목공예를 시작한 그는 1981년 이후에는 한국 전통공예 부흥의 두 거목인 최순우 국립중앙박물관장과 이종석 호암미술관장으로부터 한국 전통가구에 대한 학문적 지식까지 전수 받음으로써 우리 목가구의 조형적 특질과 기능, 비례미, 재질 등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추게 됐다.
두 관장의 가르침에 따라 각 박물관, 골동품 가게 등 명품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니면서 유물을 실측, 조사하였고, 이를 통해 전통목가구의 조형미와 구조미, 결구법 등에 대해 폭넓은 안목과 지식을 축적하게 됐다. 그가 재현하고 있는 전통가구는 우리 가구의 아름다움을 가장 정확히 계승하고 있다는 객관적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경기지역 전통기법 계승
우리 목가구의 전통적 제작기법은 못이나 접착제에 의존하지 않고도 이루어낸 결구의 견고성과, 재질의 특성에 따른 문목의 정확한 이용방법(문목의 표출과 대칭기법 등)에 있다. 박명배 소목장은 우리의 전통가구를 제작함에 있어 각 결구의 특질에 따라 주먹장, 숨은 장부쌍촉짜임, 숨은 지옥장부, 연귀 쌍촉짜임, 제혀쪽매 등을 적절히 구사하고 있다. 또한 절제와 검소함으로 대표되는 사랑방 가구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잊혀져 가고 있던 낙송(烙松)기법을 재현하는 등 전통목가구의 제작기법을 정확히 계승하고 있다.
한국의 목가구는 각 지방에 따라 제작 방법에 차이를 보이는 바, 크게 나누어 함경·평안, 경기, 충청, 전라, 경상도식 등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분류는 그 형식이나 짜임기법과 금구장식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각 지방의 가구들은 그 지방 고유의 자연환경과 주거양식에 따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강화반닫이, 전주장, 나주반, 통영장, 해주반 등은 지역 특성을 특히 강하게 띠고 있다. 그러나 이 중요한 지역적 특성이 요즘은 잘 나타나지 않고 그 제작 특성도 구분되지 않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나 박명배가 제작하는 목가구들은 특히 서울과 경기 지방의 전통가구들로서, 이 지방의 전통 기법을 충실히 계승하여 왔다. 그의 많은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반닫이, 이층장, 삼층장, 책장, 소반 등에 이러한 서울, 경기 지방의 특성이 잘 전승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가 말하는 아름다운 가구는 비례와 목리(나무가 가진 천연의 무늬결)에서 오는 것이라고 한다. 이른바 황금비(1: 1.618)가 사람들이 보기에 안정적이고 아름다워 보인다고 해서 카드나 담배갑 등의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이것을 따른다고 하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 전통가구에도 고구현법이라해서 대략 1:1.66(3:5) 정도의 비가 안정감과 함께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고 한다.
오랜 수고를 필요로한 짜임
소재 선별 또한 까다롭다. 우리 땅에서 자라고 이 땅에서 십 년 이상 자연 숙성 시킨 소재만을 고집하는데 그래야만 오랫동안 대물림 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숙성이란 나무가 제 성질대로 자라다 베어진 통나무를 3년에서 5년을 비바람 맞으며 서서히 수분의 증발과 흡수 다시 증발시킨 다음, 제재를 해 판재를 얻은 후에 다시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3년을 다시 서서히 수분과 진을 빼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을 거친 목재가 가구가 만들어 놓여질 실내와 같은 환경에서 미리 실내 적응기간 2년 이상을 거치면 겨우 가구를 만들 수 상태가 되어 목수의 손을 기다린다고 한다.
우리 가구를 보면 앞 면이 기둥이나 동자를 세로로 하고 쇄목을 가로로 한 사각형으로 분할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구조가 우리의 기후 특성을 잘 견딜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 외에도 나무가 뒤 틀리려는 성질이나 휘려는 성질을 사개물림, 지옥장부 등과 같이 장인의 오랜 수고를 필요로 하는 짜임으로 막아낸다. 이러한 기능적인 요소를 만족시키는 기술과 아름다움을 함께 추구하는 예술성이 최고조에 달한 것이 박씨가 만든 작품들의 특징이다. 결국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은 수백 년을 자란 나무, 숙성과 건조를 위해 보낸 시간, 장인의 고집과 고뇌가 작품으로 스며드는 기나긴 시간에 대한 대가이자, 그만큼이나 긴 세월 또 우리 곁에 머물면서 우리가 누릴 기쁨에 대한 대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전시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면 각 작품마다 작가가 직접 쓴 역사노트가 있다는 것이다. 해당 작품을 만들면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자세히 기록한 이것은 세월을 이기는 고가구의 아름다움이 장인의 정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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