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넥슬렌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종합화학(비상장)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사빅(SABIC)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할 예정이지만, JV 설립이 1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넥슬렌은 SK종합화학이 국내 기업 최초로 전 과정을 100% 독자기술로 개발한 고성능 폴리에틸렌의 브랜드명이다.
27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SK종합화학은 넥슬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빅과 함께 싱가포르에 약 6100억원을 투자해 싱가폴 JVC(가칭)를 설립할 예정이다. 지분 투자 비율은 50 대 50이다.
고성능 폴리에틸렌인 넥슬렌은 고부가 필름, 자동차, 신발내장재 등에 사용되며, 일반 폴리에틸렌보다 내구성·투명성·가공성이 뛰어나 세계 시장 규모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다우케미컬, 엑손모빌 등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60%를 점유해왔다.
SK종합화학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사빅과 JV를 설립해 고성능 폴리에틸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미 넥슬렌 공장은 가동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상업생산에 돌입한 넥슬렌 울산 공장은 연산 23만t 규모의 제품을 생산, 매년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넥슬렌 울산 공장의 물량 대부분은 국내에 판매되고 있다. 당초 SK종합화학은 울산 넥슬렌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70%를 유럽과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수출할 계획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 측은 "JV과 설립되면, 해외 마케팅과 해외 수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JV 설립이 1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JV 설립을 두 번 미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5월 27일 JV를 그 해 10월 31일에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31일 SK이노베이션은 JV 설립일을 올해 4월1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측이 밝힌 변경 이유는 해외 기업결합신고 등의 절차 지연이다. 전날 SK이노베이션은 또 다시 JV 설립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JV 설립을 위한 세부조건 합의가 덜 됐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JV 설립이 1년 가까이 지연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최태원 SK 회장의 부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넥슬렌 사업을 시작한 이가 최태원 회장인데, 그가 수감 생활을 하면서 사업의 진척이 더디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2011년 3월 중동을 방문했을 때 사빅의 알마디 부회장을 만나 고성능 폴리에틸렌 분야의 전략적 제휴를 처음 제안했다. 이후 실무 협상을 거쳐 결실을 맺었다. 최 회장은 그동안 "사빅과의 제휴는 화학사업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며 합작 성사를 독려했다고 SK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넥슬렌 사업을 올해 추진하는 주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중동 순방에 동행한 정철길 사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사우디에서 사빅 경영진을 만나 넥슬렌 사업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사빅과 세부 내용과 절차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이르면 상반기 내 JV설립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