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19 (금)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문화

그 많던 이발소는 다 어디로 갔을까?

URL복사


그 많던 이발소는 다 어디로 갔을까?


고속성장의 그늘과 상실에 대한 연극 ‘이발사 박봉구’



력적인 창작극 한편이 입소문을 타고 관객 몰이를 하고 있다.
동숭아트센터의 야심작 ‘이발사 박봉구’가 그것. 이 연극은 영화처럼 컨셉과 소재 선정을 먼저하고 수 차례 회의를 거쳐 대본을 짠 뒤, 스탭과
배우를 모은 ‘사전제작시스템’의 첫 작품이다. 그만큼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뜻으로 ‘야심작’이란 표현을 쓸만하다.

‘이발사 박봉구’는 제목만으로도 관객에게 이발소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큰 거울에 세면대, 단순한 원목 선반, 복제된 명화 정도가
유일한 장식품인 그곳. 하얀 가운을 입은 이발사는 ‘헤어디자이너’처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묵묵하고 성실한 외모다. 하지만, 이처럼 수수하고
평온한 이미지의 이발소는 추억 속에서만 아련히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공간이다.


변절을 강요하는 세상

소멸해 가는 이 시대의 이발소처럼, ‘이발사 박봉구’는 한마디로 ‘상실감’에 대한 연극이다. 어린 시절부터 나주 깡촌에서 이발사인 아버지를
보며 자란 박봉구는 이발은 용자(용모와 자태)를 다듬는 신성한 일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훌륭한 이발사를 꿈꾼다. 우발적인 살인으로 11년간의
복역 후 출소한 박봉구는 세상이 급속도로 변했음을 깨닫지 못한다. 박봉구는 여전히 최고의 이발사를 꿈꾸며 미희이용원에 취직하지만, 퇴폐이발소인
그곳에서 이발사는 전혀 필요 없다. 박봉구는 자신에게 닥칠 시련을 ‘가위로 자르고, 바리깡으로 밀어내겠다’는 뚝심으로 꿈을 키워나가지만
세상은 냉혹하기만 하다.

박봉구의 삶은 비극적이고 처절한 결말로 치닫는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과 주인공의 절규가 직시하기 고통스러울 만큼 슬프고
답답하지만, 양념 같은 유머와 주옥같은 몇몇 대사, 훌륭한 연기 등 윤활유가 될만한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해 대중성을 확보했다. 주제도 공감의
폭이 넓다. ‘꿈의 좌절’은 인생에서 대부분 맛보는 패배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불의와 타협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도시의
생존방식에 비애를 느껴보지 않은 서민들도 별로 없을 것이다. 성장일변도의 세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구라는 별에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어”라는 박봉구의 대사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발맞추어야 하는 도시인들의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인간미를 버리고 속도와 물질만 쫓아가는
현대인들은 모두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셈. 박봉구는 따라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한 인물이다.



도식적 해석, 연기가 보완


수족관에 갇힌 채 방치된 메기, ‘앵두와 순이’ 전설, 혹독한 겨울을 피한 동면, 술집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를 가르는 환상에 빠지는 장면
등 문학적인 상징과 설정도 돋보인다. 극단적인 내용이지만 서사적 연결과 배치에 공을 들여 작위적인 느낌도 거의 없다. 하지만, 신 개념
스타일리스트를 이질적인 존재로 그려낸 부분은 주제에 대한 해석이 지나치게 도식적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퇴폐이발소와는 달리, 이발의
형태와 개념이 바뀌는 것 자체를 덮어놓고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비를 통해 메시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겠지만, 옛것과 새것을 선과
악처럼 선을 그어버리면 많은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박봉구 또한 빌딩과 주식회사라는 현대적이고 물질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주로 가자는
은영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는가.

초점은 앞만 보고 달린 사이 소중한 가치들을 잃고 있다는 것인데, 박봉구의 꿈과 집념을 거듭 강조한데 비해 아름다운 ‘옛것’에 대한 상기는
부족한 편이다. 빠르게 변하는 불순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념만 고집하다 패배하는 한 인간의 비극적인 삶은 비장미가 넘치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상실한 가치’ 자체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 시절 이발소가 가져다주던 훈훈하고 소박했던 정서를 떠오르게 할
것”이라는 홍보문구는 극의 구조 속에서는 적극적으로 실현되지 못하는 것이다. 아쉬운 점을 한가지 더 지적한다면, 꿈의 좌절이나 고도성장의
이면에 상처받는 인간상 등은 소설과 영화에서 너무 많이 반복된 주제라는 것도 감동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허점에도 불구하고 ‘이발사 박봉구’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특히 연기자들의 열연이 연극을 빛내고, 감정이입을 유도하는데 한몫
한다. 주인공 박봉구를 맡은 정은채의 인물 묘사는 탁월하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알려진 박원상의 양아치 연기와 관객들로부터 웃음을 끌어낸
오용의 감칠맛 나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여주인공 심은영을 맡은 신인 이승비도 매끄럽게 역을 소화했다.









인 터 뷰

“박봉구는 싫다. 나와 너무 닮아서”


꿈을 좇는 우직한 청년으로 분한 배우 정은표의 ‘연기 열정’


순박하고
친근한 외모로 무대와 텔레비전, 스크린을 넘나드는 배우 정은표(36). 최근 ‘행복한 장의사’ ‘유령’ 등의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얼굴이 많이 알려졌지만, 연극판에서는 10년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극반을 담당했던
여선생님의 미모에 반해 연극을 시작했다는 그는 ‘백마강 달밤에’‘비닐하우스’ ‘태’ 등 20여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동아연극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세상에 순응할 줄 모르고 한 가지 꿈에 집착하는 박봉구가 나와 너무 닮아서 한편 탐탁하지 않아요” 그는 주인공 박봉구에게서
20년 넘게 연기만을 고집해왔던 자신을 보았다고 한다. 객관적인 잣대로는 배고프고 고달픈 생활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명시절은
없었다”고 잘라 말한다. “힘들지 않았어요. 행복한 시간이었죠. 흐트러지지 않고 중심을 지키고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이 고마울
뿐입니다”


“내 연기에 만족한 적 없다”

영화 ‘킬리만자로’로 작년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 개봉예정작 ‘4발가락’ ‘내추럴시티’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 출연중이다. 이처럼 다작에 방송에도 자주 얼굴을 내밀었던 그는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나 역할이 있지 않을까? “다 좋아요”
그는 어떤 장르나 역이건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매체의 특성상 설레임은 연극무대에 섰을 때 가장 크다”며
첫사랑인 연극에 대한 애정을 엿보이기도 했다.

우노필름의 차승재 대표가 “한마디로 다른 건 볼 것 없고 연기력만 보이는 배우”라고 말했을 정도로,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는
그이지만, 정작 자신은 “단 한 번도 내 연기에 만족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연기라는 것이 1, 2등도 완성품도 없는 것
아닙니까. 배우로서의 좌절감을 항상 느끼지요” 그래서 그는 앞으로도 “열심히 사는 것”만이 계획이다. 더 좋은 연기를 위해 끝없이
노력하겠다는 의미다.

이외에 ‘눈에 보이는’ 목표가 하나 더 있다면, 결혼이 아닐까. “예전에는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돈이 없었죠. 제가 촌놈이라
책임감이 강하거든요. 지금은 책임은 지겠는데 여자가 없네요”라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그는 “내일 공연에 선생님이 오신다”며
들떠있었다. 선생님이란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끈 미모의 연극반 교사를 말한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내란전담재판부, 공정 재판 vs 입법독재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여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위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에서는 그동안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공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강력 추진하고 있으며, 야당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사법권의 독립과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 될 위험성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당,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발의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1·2심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명의 법관으로 구성된다. 관련 사건을 맡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법관’ 판사 3명도 추가 임명하기로 했다. 내란전담재판부·영장전담법관 추천은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맡고, 후보추천위원은 법무부 1명, 법원 판사회의 4명, 대한변호사협회 4명씩 추천으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법안에는 위헌 논란이 있던 ‘국회 추천’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됐던 판사의 구성 추천 권한을 국회가 갖는 것은 삼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BTF 푸른나무재단, 한국최초! 바티칸 교황청 초청으로 AI 시대 청소년 보호 제안 연설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BTF 푸른나무재단(이사장 박길성)이 유일한 한국 연사이자 전 세계 NGO 최초로 2025년 9월 11일~12일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 교황청 신학학술원 국제세미나에 공식 초청받아 패널 연사로 발표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임명받은 안토니오 스타글리아노 교황청 신학학술원장에게 직접 초청을 받았다. 교황청 국제세미나는 “창조, 자연, 환경, 평화로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전 세계 종교·학계·문화·시민사회 인사들이 모여 인류와 피조물의 공동선을 위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개최되었다. 세미나는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 추기경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교황이 AI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와 같이 21세기의 도덕적 위기에 함께 맞서며 평화롭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국제적 협력과 피조물(생명)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BTF 푸른나무재단 박길성 이사장은 ‘피조물의 찬가 –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옹호(청소년 위기 문제)’ 세션에서 발표자로 나서, 지난 30년간의 재단 활동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청소년 보호와 AI 시대의 새로운 폭력 대응 과제의 시급성을 공유하며, 국제사회에 새로운 규범 마련을

문화

더보기
추석 연휴 끝자락 ‘여유작 콘서트’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오는 10월 8일부터 9일까지 보름달처럼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추석 연휴 끝자락에 ‘여유작 콘서트’를 개최한다. ‘여유작 콘서트’는 가을 하늘 아래 국악마당에서 열리는 야외 힐링 콘서트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가족 나들이객과 외국인 관광객, 인근 주민 등 다양한 관객층이 자유롭게 앉아 공연을 감상하며, 도심 속에서 국악을 더욱 친근하게 누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공연에는 대중 친화적인 색깔로 사랑받고 있는 두 팀이 무대에 오른다. 먼저 10월 8일 무대에 오르는 삼산은 고향 삼산면에서 이름을 따온 싱어송라이터로, 미디 사운드에 가야금, 해금 등 한국적 색채를 더해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재치 있는 가사와 개성 있는 스타일로 주목받는 신예 국악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9일에는 ‘듣는 이의 마음(心)을 풀어주고 채워주는(Full) 음악을 한다’는 의미를 담은 심풀이 무대를 꾸민다. 심풀은 소리꾼 3인(김주원, 박유빈, 김소원)과 해금(서지예), 타악(강경훈), 건반 연주자(김세움)로 구성된 판소리 그룹으로,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감각으로 전통 판소리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일 안 해도 돈 준다’…청년 실업 대책, 계속되는 엇박자
‘청년 백수 120만’ 시대를 맞아 정부가 청년 고용 확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올해부터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강력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백수’는 대한민국에서 15~29세 청년층 중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는 실업자는 아니지만, 실직 상태이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또는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쉬었음’ 인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지난 2월 통계청 발표에서 전년보다 7만여 명 이상 늘어난 120만7천 명에 달했다. 이중 실업자는 약 27만 명, 취업준비자 약 43만 명, ‘그냥 쉬었음’이 약 50만 명으로 그냥 쉰다는 ‘쉬었음’ 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쉬었음’ 인구는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는 공식적인 용어로 일할 의사나 능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청년(쉬었음 청년, 구직 청년, 일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데 자칫 일 안 해도 정부가 수당도 주고, 각종 지원도 해준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