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20 (금)

  • 맑음동두천 12.1℃
  • 맑음강릉 15.9℃
  • 맑음서울 11.7℃
  • 맑음대전 12.0℃
  • 맑음대구 15.1℃
  • 맑음울산 15.1℃
  • 맑음광주 13.7℃
  • 맑음부산 15.7℃
  • 맑음고창 12.0℃
  • 구름많음제주 13.3℃
  • 맑음강화 10.5℃
  • 맑음보은 12.2℃
  • 맑음금산 12.5℃
  • 맑음강진군 14.4℃
  • 맑음경주시 15.2℃
  • 맑음거제 15.0℃
기상청 제공

문화

그 많던 이발소는 다 어디로 갔을까?

URL복사


그 많던 이발소는 다 어디로 갔을까?


고속성장의 그늘과 상실에 대한 연극 ‘이발사 박봉구’



력적인 창작극 한편이 입소문을 타고 관객 몰이를 하고 있다.
동숭아트센터의 야심작 ‘이발사 박봉구’가 그것. 이 연극은 영화처럼 컨셉과 소재 선정을 먼저하고 수 차례 회의를 거쳐 대본을 짠 뒤, 스탭과
배우를 모은 ‘사전제작시스템’의 첫 작품이다. 그만큼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뜻으로 ‘야심작’이란 표현을 쓸만하다.

‘이발사 박봉구’는 제목만으로도 관객에게 이발소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큰 거울에 세면대, 단순한 원목 선반, 복제된 명화 정도가
유일한 장식품인 그곳. 하얀 가운을 입은 이발사는 ‘헤어디자이너’처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묵묵하고 성실한 외모다. 하지만, 이처럼 수수하고
평온한 이미지의 이발소는 추억 속에서만 아련히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공간이다.


변절을 강요하는 세상

소멸해 가는 이 시대의 이발소처럼, ‘이발사 박봉구’는 한마디로 ‘상실감’에 대한 연극이다. 어린 시절부터 나주 깡촌에서 이발사인 아버지를
보며 자란 박봉구는 이발은 용자(용모와 자태)를 다듬는 신성한 일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훌륭한 이발사를 꿈꾼다. 우발적인 살인으로 11년간의
복역 후 출소한 박봉구는 세상이 급속도로 변했음을 깨닫지 못한다. 박봉구는 여전히 최고의 이발사를 꿈꾸며 미희이용원에 취직하지만, 퇴폐이발소인
그곳에서 이발사는 전혀 필요 없다. 박봉구는 자신에게 닥칠 시련을 ‘가위로 자르고, 바리깡으로 밀어내겠다’는 뚝심으로 꿈을 키워나가지만
세상은 냉혹하기만 하다.

박봉구의 삶은 비극적이고 처절한 결말로 치닫는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과 주인공의 절규가 직시하기 고통스러울 만큼 슬프고
답답하지만, 양념 같은 유머와 주옥같은 몇몇 대사, 훌륭한 연기 등 윤활유가 될만한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해 대중성을 확보했다. 주제도 공감의
폭이 넓다. ‘꿈의 좌절’은 인생에서 대부분 맛보는 패배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불의와 타협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도시의
생존방식에 비애를 느껴보지 않은 서민들도 별로 없을 것이다. 성장일변도의 세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구라는 별에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어”라는 박봉구의 대사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발맞추어야 하는 도시인들의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인간미를 버리고 속도와 물질만 쫓아가는
현대인들은 모두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셈. 박봉구는 따라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한 인물이다.



도식적 해석, 연기가 보완


수족관에 갇힌 채 방치된 메기, ‘앵두와 순이’ 전설, 혹독한 겨울을 피한 동면, 술집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를 가르는 환상에 빠지는 장면
등 문학적인 상징과 설정도 돋보인다. 극단적인 내용이지만 서사적 연결과 배치에 공을 들여 작위적인 느낌도 거의 없다. 하지만, 신 개념
스타일리스트를 이질적인 존재로 그려낸 부분은 주제에 대한 해석이 지나치게 도식적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퇴폐이발소와는 달리, 이발의
형태와 개념이 바뀌는 것 자체를 덮어놓고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비를 통해 메시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겠지만, 옛것과 새것을 선과
악처럼 선을 그어버리면 많은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박봉구 또한 빌딩과 주식회사라는 현대적이고 물질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주로 가자는
은영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는가.

초점은 앞만 보고 달린 사이 소중한 가치들을 잃고 있다는 것인데, 박봉구의 꿈과 집념을 거듭 강조한데 비해 아름다운 ‘옛것’에 대한 상기는
부족한 편이다. 빠르게 변하는 불순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념만 고집하다 패배하는 한 인간의 비극적인 삶은 비장미가 넘치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상실한 가치’ 자체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 시절 이발소가 가져다주던 훈훈하고 소박했던 정서를 떠오르게 할
것”이라는 홍보문구는 극의 구조 속에서는 적극적으로 실현되지 못하는 것이다. 아쉬운 점을 한가지 더 지적한다면, 꿈의 좌절이나 고도성장의
이면에 상처받는 인간상 등은 소설과 영화에서 너무 많이 반복된 주제라는 것도 감동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허점에도 불구하고 ‘이발사 박봉구’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특히 연기자들의 열연이 연극을 빛내고, 감정이입을 유도하는데 한몫
한다. 주인공 박봉구를 맡은 정은채의 인물 묘사는 탁월하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알려진 박원상의 양아치 연기와 관객들로부터 웃음을 끌어낸
오용의 감칠맛 나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여주인공 심은영을 맡은 신인 이승비도 매끄럽게 역을 소화했다.









인 터 뷰

“박봉구는 싫다. 나와 너무 닮아서”


꿈을 좇는 우직한 청년으로 분한 배우 정은표의 ‘연기 열정’


순박하고
친근한 외모로 무대와 텔레비전, 스크린을 넘나드는 배우 정은표(36). 최근 ‘행복한 장의사’ ‘유령’ 등의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얼굴이 많이 알려졌지만, 연극판에서는 10년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극반을 담당했던
여선생님의 미모에 반해 연극을 시작했다는 그는 ‘백마강 달밤에’‘비닐하우스’ ‘태’ 등 20여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동아연극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세상에 순응할 줄 모르고 한 가지 꿈에 집착하는 박봉구가 나와 너무 닮아서 한편 탐탁하지 않아요” 그는 주인공 박봉구에게서
20년 넘게 연기만을 고집해왔던 자신을 보았다고 한다. 객관적인 잣대로는 배고프고 고달픈 생활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명시절은
없었다”고 잘라 말한다. “힘들지 않았어요. 행복한 시간이었죠. 흐트러지지 않고 중심을 지키고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이 고마울
뿐입니다”


“내 연기에 만족한 적 없다”

영화 ‘킬리만자로’로 작년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 개봉예정작 ‘4발가락’ ‘내추럴시티’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 출연중이다. 이처럼 다작에 방송에도 자주 얼굴을 내밀었던 그는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나 역할이 있지 않을까? “다 좋아요”
그는 어떤 장르나 역이건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매체의 특성상 설레임은 연극무대에 섰을 때 가장 크다”며
첫사랑인 연극에 대한 애정을 엿보이기도 했다.

우노필름의 차승재 대표가 “한마디로 다른 건 볼 것 없고 연기력만 보이는 배우”라고 말했을 정도로,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는
그이지만, 정작 자신은 “단 한 번도 내 연기에 만족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연기라는 것이 1, 2등도 완성품도 없는 것
아닙니까. 배우로서의 좌절감을 항상 느끼지요” 그래서 그는 앞으로도 “열심히 사는 것”만이 계획이다. 더 좋은 연기를 위해 끝없이
노력하겠다는 의미다.

이외에 ‘눈에 보이는’ 목표가 하나 더 있다면, 결혼이 아닐까. “예전에는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돈이 없었죠. 제가 촌놈이라
책임감이 강하거든요. 지금은 책임은 지겠는데 여자가 없네요”라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그는 “내일 공연에 선생님이 오신다”며
들떠있었다. 선생님이란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끈 미모의 연극반 교사를 말한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CJ프레시웨이 '푸드 솔루션 페어 2026' 개최..."O2O 기반 식자재 유통 혁신 모델 제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CJ프레시웨는 B2B(기업간거래) 식음산업 박람회인 '푸드 솔루션 페어 2026'을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O2O 기반 식자재 유통 모델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CJ프레시웨이는'푸드 솔루션 페어 2026'의 사전등록 관람객 수가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솔루션 페어 2026'의 사전등록 관람객 수가 행사 일주일 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120% 증가했고,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 개인 사업자 등 산업 종사자 중심으로 신청이 크게 늘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번 푸드 솔루션 페어는 식자재 상품 전시와 플랫폼 서비스 체험, 푸드 비즈니스 솔루션 제안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외식·급식 사업자들은 현장에서 식자재 유통과 푸드서비스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고,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흐름을 체감했다. 특히 CJ프레시웨이가 지난달 지분 투자한 플랫폼 기업 ‘마켓보로’의 온라인 식자재 오픈마켓 ‘식봄’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식자재 유통 혁신 모델을 선보이며 큰 관심을 모았다. 식봄은 외식 사업

정치

더보기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 서울특별시장 출마 선언...“기성 정치인들과 연계된 사업 전수조사”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이 서울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김정철 최고위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짧지 않은 고민 끝에 저는 서울특별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청산, 심판, 적폐, 종식. 화려한 말들로 장식된 서울의 정치 속에서 정작 시민의 삶은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며 “서울은 여전히 청년이 떠나고 삶을 지탱하기 힘들며 가난한 사람이 꿈꾸기 어려운 도시다. 정치는 요란했지만 시민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김정철이 바꿔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다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낼 저력이 있는 도시다. 제가 그 기적을 다시 시작하겠다. 서울을 다시 성장의 도시로 만들겠다. 적극적인 규제 혁파를 통해 뉴딜 수준의 산업 유치와 개발을 시작하겠다”며 “그동안 산업 성장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서울특별시)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은 각각 '바이오 연구 및 교육특구', 'K-Culture 관광특구', '시니어 헬스케어특구'로 탈바꿈시켜 서울 북동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정철 최고위원은 “중랑천은 수변 감성의 거점으로 개발하겠다. 성수동에서 (경기도) 의정부(시) 경계까지 자전거와 러닝 전용 하이웨이

경제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자세 가져라...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 중동 상황에 대해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자세를 갖고 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중동 전황의 불투명성이 확대되면서 원유와 일부 핵심 원자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수급 관리 대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지금은 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하고, 안정적인 공급선을 개척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시기에 비서실장께서 UAE(United Arab Emirates,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원유 2400만 배럴을 확보하고 우리나라에 원유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 낸 것은 매우 큰 성과다”라며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와 모든 정부 부처는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점을 엄중한 자세로 가져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대해선 “민생 전반에 대해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사실상 ‘전쟁 추경'이라고 할 이번 추경도 민생 경제의 충격을 덜고 경기 회복의 동력을 계속 살려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편성해야 될 것이다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도한 듯한 제작 연출은 ‘과유불급’이었다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된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4’가 큰 인기를 끌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매회 참가자들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화려한 무대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 속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연 프로그램의 연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 여성 참가자의 이야기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탑5를 가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최종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얻어 순위를 뒤집고 결국 ‘진’의 자리에 올랐다. 실력 있는 가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분명 당연한 결과였고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평가도 나왔다. 우승 자체보다 방송이 보여준 연출 방식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 참가자는 이미 예선전부터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무대매너로 주목을 받아왔다. 예선 1회전에서 ‘진’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고, 무대마다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며 심사위원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10년 차 가수였지만 그동안 큰 기회를 얻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