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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세월호 사고로 기억하는 슬픔·죽음…‘조각·네온·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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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이상미 기자]‘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저 바다 건너서~’(연가: 戀歌))

어릴 적 수학여행이나 바닷가 캠프파이어에서 통기타 반주에 맞춰 손뼉 치며 빠른 템포로 흥겹게 불렀던 이 노래,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 노래가 가슴을 후벼 판다. 굉장히 느린 템포로 깊고 조용히 반복적으로 흘러나와 가슴을 적신다.

노래를 따라 지하 1층 전시장으로 내려가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닿을 듯 말 듯한 높이로 설치된 구명동과 구명환, 그 밑으로 조용히 반짝이는 성탄절 전구가 매달려 있고 바닥에는 마구 부서져 뒤섞인 잔해들이 널려 있는 모습 때문이다. 벽 한쪽에는 축 늘어진 어떤 이의 두 다리만 포착한 사진 한 장이 걸려 있다. 한쪽 귀퉁이에는 낡은 합판에 불이 꺼질 때마다 야광 물감으로 쓰인 ‘나를 잊지 마!’라는 글귀가 드러난다.

‘배(船)’의 형태는 없지만,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세월호 참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건드린 작가는 심승욱(43)이다. 작품은 세월호 사건을 내용으로 제작했지만,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사회적 시스템의 오작동이나 정부의 무능함 같은 피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같은 부모의 처지에서 그들이 느꼈을 어떤 두려움 같은 것을 깊이 있게 담아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세월호 사건에서 기억하는 슬픔과 순수한 인간의 심리적 태도’다.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세월호 음모론 등이 제기되는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는데, 이들이 무슨 말을 해도 그때의 사건은 비극적이고 슬픈 사건이었다”며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큰 상실감과 우울함이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그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배를 등장시키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내가 전하고자 하는 슬픔을 얘기하기에 앞서 그 사건의 공포감이 작업을 지배할 것 같아서 배를 완전히 배제했다”고 했다.

한쪽 벽면에 영어로 ‘오브 더 캐피털(of the capital), 포 더 캐피털(for the capital), 바이 더 캐피털(by the capital)’이라는 네온으로 만든 글이 붙어 있다. 미국 링컨 대통령이 말한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문구를 ‘자본의, 자본을 위한, 자본에 의한’으로 바꿨다. “이 작업은 일종의 결과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문제의 발생 원인에는 결과적으로 돈이 결부돼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링컨 대통령의 연설을 바꿔봤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1층에는 레고 모양의 틀을 이용해 검은색 합성수지를 재료로 만든 작품들을 전시했다. 작은 유닛들을 쌓아 올리거나 무너뜨린 형태의 조각이 구축과 해체 사이의 모호한 지점을 포착한다.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이 낳은 구축과 해체라는 개념의 모호한 상관관계를 표현했다.”

전시장에 ‘연가’를 깔아놓은 이유는 “‘노란 리본’의 의미다. 아직 나오지 못한 9명에 대한 기다림”이라며 “이 노래가 적절할 것 같아 노래 잘하는 동료 작가 한정림에게 부탁해 녹음했다”고 밝혔다.

심승욱은 지난해 사치&푸르덴셜 아이 어워즈 조각 부문 대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국제미술상인 이탈리아 ‘아르테 라구나 상’의 조각 및 설치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번 전시는 ‘부재(不在)와 임재(臨在) 사이’이라는 주제로 12일부터 4월8일까지 열린다. 02-725-1020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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