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땅콩 회항' 사건으로 공황 장애를 호소했던 박창진(44) 대한항공 사무장이 "회사 복귀 후 부당한 비행 스케줄을 강요받았다"고 토로했다.
박 사무장은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대한항공 전 부사장, 대한항공 여객승원부 여모(57) 상무, 국토교통부 김모(53) 감독관 등 3명에 대한 결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신문을 통해 "(2차 공판 당시) 회사는 저에게 모든 조치를 해주고 있다고 얘기한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제 상태를 고려하지 않았다. 저의 복귀를 돕고 있다는 말 역시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진술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7㎏ 감소하고 환청 등에 시달렸다는 박 사무장은 50일간의 병가를 마치고 지난 1일 업무에 복귀했다.
박 사무장은 지난 1일 오전 10시 김포~부산 노선 대한항공 여객기에 사무장이 아닌 승무원 자격으로 탑승했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사무장은 보직 개념으로 비행 스케줄에 따라 가변적"이라며 "강등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앞서 조양호(66)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박 사무장에게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사직 암시, 휴가 불이익, 집단 괴롭힘' 등 사측의 보복에 따른 대책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조 회장은 "수시로 담당 임원들과 면담을 통해 (박 사무장 등이) 그런 괴로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사무장은 조 회장의 약속과 달리 사측으로부터 "부당한 비행 스케줄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장은 "(사건 이후) 지난달 5일 처음 나온 스케줄을 보면 계속해서 새벽 3~4시에 출근해야 했고, 스케줄도 과도하게 분포돼 있었다"고 말했다.
'병가 이후 복귀하는 임직원의 스케줄은 공평하게 컴퓨터 추첨으로 하지 않느냐'는 대한항공 변호인 측의 질문에 대해 박 사무장은 "컴퓨터 추첨을 거치고 난 다음 인적 작업으로 스케줄을 잡는 것으로 들었다"고 답했다.
'회사에서는 도와주려고 하는데 본인이 힘들게 느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배려를 받은 적도 없고 배려하겠다는 말도 들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공황 장애) 치료됐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많이 힘들다. 아직도 업무 복귀하기 힘든 상태라고 느꼈다"며 "회사 관계자의 말과 달리 첫 출근부터 미디어를 통해 제가 원하지 않는 모습들이 나갔고 그런 면에서 정말 힘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 당시) 아주 치욕적이고 모멸감 있는 행동으로 저를 한번 죽였다"며 "그 이후 조 전 부사장은 한 번도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일말의 양심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