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2007년 발생한 울산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망사고(일명 '성민이 사건')와 관련, 국가에 대해서는 관리·감독 부실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법적 근거로 보육실태 조사기간을 5년으로 명시한 옛 영유아보육법을 들고 있지만, 개정된 영유아보육법(3년)에 따르더라도 어린이집에 대한 상시적인 관리·감독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유사 소송이 이어지더라도 정부의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법의 맹점을 보완하고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정치권에선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가 논의되고 있으나, 보육교사의 인권 침해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과도한 간섭으로 근로여건이 저하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3단독 김선아 판사는 어린이집 원장부부의 상습적인 학대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 이모(47)씨가 "보건복지부의 보육실태 감독 소홀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시행됐던 옛 영유아보육법은 보육실태 조사를 5년마다 실시토록 규정했다"며 "이씨가 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긴 100여일간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정부의 감독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아내와 이혼 후 생후 24개월 아들을 직장문제로 제대로 돌볼 수 없자 2007년 2월부터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어린이집의 종일 보육을 위탁했다.
그러나 이씨의 아들이 같은해 5월 소장파열에 의한 복막염으로 사망하면서 어린이집 원장부부가 3개월여 동안 머리, 뺨, 손등을 때리는 학대행위가 이뤄졌고 병원 치료도 제때 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씨는 보건복지부가 사고발생 전 3개월여간 보육실태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을 들어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을 문제삼고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이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사건을 조사하면서 진상조사를 위해 가능한 증거수집과 조사절차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며 "상해치사죄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직접증거가 없고 간접증거들도 증명력이 부족해 무죄 판결이 확정된 점에서 살인죄로 기소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어린이집 원장 부부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상고 기각으로 형이 확정됐다.
법원은 상해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 증거가 없고 간접증거들의 증명력도 부족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하는 대신 학대 행위만 인정된다고 보고 아동복지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만 처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