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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꼬리잡힌 전두환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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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대통령의 비자금 실체가 검찰조사결과 드러나면서 “전 씨의 모든 재산을 환수하고, 형사 처벌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조사결과 밝혀진 자금은 모두 260억원대. 여기에 전씨 동생 경환 씨가 연루된 160억대 자금까지 합하면 420억원에 이른다.

전두환 씨는 지난 97년 대법원으로부터 2,204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고 지난 6년 동안 고작 314억원만 납부, 국민적 지탄을 받아왔다. 그는 또 지난해 4월 법정에서 재산이 29만1,000원 밖에 없어 추징금을 낼 수 없다고 주장하는 등 비자금의 가능성을 전면 부인해왔다.

꼬리잡힌 비자금 실체
전씨 비자금의 실체는 검찰이 16대 대선 불법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채시장을 통해 둘째아들 재용(구속)씨가 관리한 괴자금 167억여원을 ‘우연히’ 포착하면서 드러났다.

수사결과 73억원이 전씨 비자금 계좌에서 흘러나온 사실이 확인됐으며,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94억원 또한 전씨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추적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2월19일에는 역시 전씨의 비자금으로 보이는 106억원의 괴자금이 추가로 발견돼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에 따르면 이 돈은 2001년부터 전전대통령의 측근인 손삼수, 장해석, 김철기씨 등 3명의 계좌에 각각 25억원, 41억원, 40억원씩의 괴자금이 입금된 뒤 지난해 4월까지 관리됐다고 한다. 검찰은 또 지난해 2~4월 이들 3명이 관리한 자금에서 전전대통령의 연희동 사저수리비(3천만원)와 연하장 인쇄비(1천만원), 법원의 추징금 징수명령과 관련된 변호사 선임비(2천만원) 등이 지출된 사실도 파악했다.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측근들이 관리한 괴자금 중 상당액은 전전대통령의 친인척에게 흘러가 이 돈이 전두환 비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날 새 비자금 100억여원의 단서가 포착됨에 따라, 지금까지 검찰이 꼬리를 잡은 전씨 비자금 규모는 모두 270억원대로 늘어났다. 천문학적 규모라는 전씨 비자금의 한 부분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재용씨의 괴자금 167억원과 새 비자금 100억여원 사이에 일부 돈이 반복적으로 오간 흔적을 발견하고, 두 뭉칫돈의 관련성도 추적하고 있다.


‘시종일관 모르쇠, 죽은 이에게 떠넘겨
이처럼 괴자금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지만 검찰은 전씨와 관련자들이 비자금의 실체를 숨기기 위해 서로 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전씨의 차남 재용씨가 자신이 관리하던 167억원의 괴자금에 대해 외조부인 이규동 씨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전씨 역시 이 돈이 과거 이규동 씨에게 준 돈이 흘러들어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106억원을 관리했던 전씨 측근 중 국내에 남아있는 측근 손씨도 자신이 관리하던 돈이 이규동씨가 살아있을 때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2월19일 전씨에 대한 방문조사를 벌였다. 7시간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전씨는 시종일관 “당사자들이 알지 나는 잘 모른다”며 주변에 미루는 답변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재용씨의 자금에 대해선 사전에 입을 맞춘 듯 “장인의 돈이 흘러간 것 같다”고 답변했다.


전씨 형사처벌 가능성 높아져
한편, 전씨 비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도 관심거리다. 전씨가 재임 중 조성한 비자금을 따로 숨겨둔 채 사사롭게 빼내 써 왔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전씨는 다시 한번 도덕적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100억여원의 비자금 가운데 6,000만원이 전씨의 연희동 집 수리비와 개인 연하장 인쇄비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돈이 없어 주위 도움으로 살아간다”는 전씨의 ‘거짓말’이 들통나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나머지 100억원 중 99억4,000만원 쓰임새의 흔적도 일부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괴자금 사용처와 관련해 몇 가지 더 확인한 뒤 추가로 공개할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씨의 추가 비자금이 드러나고 일부 사용처가 확인되면서, 전씨의 형사처벌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검찰은 전씨가 비자금 추징을 피하기 위해 돈을 숨긴 사실이 드러날 경우 형법의 강제집행 면탈죄(327조)를 적용해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전씨에 대한 방문조사가 마지막이 아니다”라고 말해, 수사 결과에 따라 전씨가 다시 한번 법정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민주노동당은 검찰의 전씨 방문조사가 있은 지난 2월19일 전씨의 자택 주변에서 집회를 같고 “검찰의 전씨 방문조사는 범죄인에 대한 특별예우로 국민의 비난을 사고 있다”며 전씨에 대한 구속수사를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이선근 전두환 은닉재산 환수대책반단장은 “전두환 부자가 합심하여 조세포탈과 거짓신고로 국민을 우롱하고 법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은 반드시 단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 5·18민주화운동희생자동지회 회원들도 지난달 23일 전씨의 연희동 자택 앞에서 전씨 비자금에 대한 국고 환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어 학살자 전두환의 전재산 몰수와 형사처벌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동생 경환 씨 “160억대 괴자금” 관리
한편, 전씨 비자금 은닉 의혹을 받고 있는 동생 전경환 씨가 지난 1998년 “160억원대의 명의신탁 재산과 양도성예금증서 등을 갖고 있다”며 지인에게 돈을 빌렸던 사실이 밝혀져, 이 돈 역시 전씨 비자금의 일부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체육 모임을 통해 경환 씨를 알게되었다는 모 개발회사 승모 씨는 1998년 3월 ‘당장 유통시키기 어려운 160억원 상당의 명의신탁 재산과 미국 시티은행에서 발행한 양도성예금증서가 있다’는 경환 씨에게 10억월을 빌려줬다. 그러나 경환씨는 약속대로 돈을 갚지 못했고, 이후 승씨에게 손해배상금 10억원을 더한 20억원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경환씨가 돈을 갚지 않자 승씨는 손해배 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 12부는 2000년 5월 “전씨는 승씨에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승씨는 “경환 씨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이 없어 실제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기죄로 형사 고소도 했으나 중요 참고인에 대한 조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기소중지돼 사건이 흐지부지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전 씨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돈은 420억원. 아직까지 철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검찰이 비자금의 열쇠를 쥐고있는 전두환 씨에 대한 소환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재용 씨가 관리했던 비자금 나머지 94억원과 106억원에 대한 출처파악과 추가 발견된 106억원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해외로 도피한 2명의 재산관리인의 신병확보와 계좌추적에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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