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박태환(26·인천시청)의 선수 생명이 도핑 적발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박태환 측은 “병원에서 주사를 한 대 놓아준다고 할 때 주사의 성분이 무엇인지와 주사제 내에 금지약물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지 수차 확인했고, 병원 의사는 박태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주사라고 거듭 확인해줬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것이 징계 수위를 대폭 낮추거나 피할 수 있을만한 항변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태환 측과 대한수영연맹은 박태환이 어떤 금지약물에 양성반응을 보였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검찰 조사 결과에서 금지약물의 종류가 공개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박태환이 지난해 7월29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네비도(NEBIDO)'라는 주사제를 맞았다고 27일 밝혔다.
남성 호르몬제인 네비도는 남성 갱년기 치료 등에 쓰이는 주사제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약물로 지정한 주사제다. 어느 스포츠에서든 네비도는 경기기간 중에도, 경기기간 외에도 투여가 금지돼 있다.
네비도에는 대표적인 금지약물 성분인 테스토스테론이 포함돼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부작용이 심각해 WADA가 항시 금지약물로 규정하고 있다.
박태환은 검찰 진술에서도 주사가 네비도인지 몰랐고 관련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네비도를 투여한 병원 측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포함된 네비도를 투약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도핑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금지약물인지 몰랐다고 맞서고 있다.
압수수색과 관련자 진술을 받은 검찰은 도핑검사 양성반응이 병원 측 과실인지 판단하는 일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병원 측 과실이라는 판결을 내려도 박태환이 국제수영연맹(FINA)의 징계를 피하거나 대폭 경감시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규정과 일반적 판례를 살펴봤을 때 현재 박태환의 상황은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 '몰랐다'는 주장을 받아들여주면 악용될 소지가 있어 감경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와도 그것은 민·형사상 측면일 뿐이다. WADA 규정과 스포츠 쪽 측면으로 보면 검찰 조사 결과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WADA가 제정해 FINA를 비롯한 경기단체와 각국 반도핑기구가 공유하는 세계반도핑규약(World Anti-Doping Code)의 제10조4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반도핑규약 제10조4항은 '만약 선수 또는 기타 관계자가 개별 사안에서 과실 또는 부주의 없음을 입증한다면 그에 해당되는 자격정지기간은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0조4항의 주해에는 과실 또는 부주의 없음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주해의 (b) 항목은 '선수에게 알리지 않은 채 선수의 주치의 또는 트레이너에 의한 금지약물의 투여(선수는 자신의 의료요원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 있고, 어떠한 금지약물도 복용할 수 없다고 자신의 의료요원에게 알릴 책임이 있다)'다.
즉, 선수가 주치의로 선택한 의사가 선수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금지약물을 투여해도 선수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WADA 규정을 통해 봤을 때 '네비도'라는 주사제가 잘 알려지지 않은 약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이 이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의사의 말만 믿은 것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적발된 금지약물의 종류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점도 박태환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다.
KADA 관계자는 “금지약물이 적발됐을 때 약물의 종류에 따라 징계가 대폭 감면되는 경우가 있다. 도핑 용어로 특정약물일 경우다. 특정약물은 치료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경기력 향상 목적의 약물이라고 보기 힘든 것들이다”며 쑨양(24·중국)을 예로 들었다.
쑨양은 지난해 5월 중국선수권대회에서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딘(Trimetazidine) 양성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신이 심장 치료 목적으로 트리메타지딘이 포함된 바소렐을 복용했다고 해명했고, 3개월 자격정지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은 항시 금지약물이어서 특정약물과는 확연히 다르다.
박태환과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2년 자격정지 징계가 주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것이 KADA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서 징계 수위가 얼마나 낮춰질지는 청문회와 FINA 징계위원회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KADA 관계자는 “선수가 부단한 노력을 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감경 사유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며 “의사가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 줄 몰랐다고 항변했다는데 이것이 청문회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FINA 규정에 따르면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에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의 징계가 확정되면 도핑테스트가 이뤄진 이후 획득한 메달과 랭킹포인트 등을 모두 박탈하도록 돼 있다.
대한수영연맹에 따르면 박태환이 도핑테스트를 받은 시점은 인천안시안게임을 앞둔 지난해 9월초다. 박태환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100m 은메달과 자유형 200m, 400m, 계영 400m와 800m, 혼계영 400m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박태환은 징계 수위에 따라 오는 7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FINA 세계선수권대회와 멀게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