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결정에 대해 옛 통합진보당이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헌정사상 유례없는 정당해산의 적법성 문제 여부가 제2라운드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특히 대법원이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지하혁명조직 (RO·Revoultionary Organization)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아 헌재의 진보당 해산 결정 취지와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헌재의 재심 개시 여부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5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헌재의 결정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옛 진보당 의원들은 정당해산심판 재심 청구의 시기와 방안에 관한 구체적 논의를 진행 중이다.
오병윤 전 진보당 원내대표는 이날"내란 관련 회합을 주도세력으로 보고 내란의 구체적 위험성을 인정한 헌재의 결정은 오인에 의한 의도적,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며 "대법원 판결로 사실상 RO의 실체도 없다고 확인된 만큼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국회의원직상실 결정 역시 문제를 삼을 것"이라며 "헌재는 헌법조항에 대한 해석을 하는 기관이지, 헌법이나 법률에 명문 규정이 없는 것을 결정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는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헌재가 국회의원직 상실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법 제55조(정당해산의 청구)~제60조(결정의 집행)에는 의원직 상실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제59조(결정의 효력)에만 "정당의 해산을 명하는 결정이 선고된 때에는 그 정당은 해산 된다"고 규정돼 있다.
아울러 오 전 원내대표는 "정당해산심판에 대한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재심 청구의 시기는 특정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재심을 신청한다는 방침하에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4년 한국공법학회가 헌재로부터 용역을 받아 작성한 '정당해산심판제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는 정당해산심판에 대한 재심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있다.
총 294쪽 분량의 해당 보고서는 이성환 변호사가 총책임을 맡았으며, 성선제 변호사·송석윤 서울대 법대 교수·정태호 경희대 법대 교수 등이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
보고서는 우선 "정당해산과 관련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재심의 허용 문제"라며 "현행법은 이 문제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이 문제는 전적으로 해석에 맡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입장은 재심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법적 안정성의 이익보다 재심을 허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구체적 타당성의 이익이 훨씬 커서 재심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현저히 정의에 반하는 경우에는 재심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재심청구는 정당해산결정에 중대한 위법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허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보고서 서문에도 나와 있듯, 보고서는 공동연구자 4명의 의견이지 헌재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며 "연구 과정에서 헌재 헌법연구관들은 한 차례 토론에 참여했을 뿐이며 그 역시 연구관들의 개별 의견에 해당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만약 재심 청구가 들어올 경우 정식 심사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선례도 없고 아직 신청이 들어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심 개시 여부를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