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청와대 문건 유출 및 작성에 개입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로 불구속 기소된 조응천(53)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22일 함께 법정에 선 박관천(49·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경정과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한모(45) 경위도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범죄 사실을 기본적으로 모두 부인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박 경정에게 문건을 유출하라고 지시한 적 없고, 박지만 EG회장에도 문건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바 없다"며 "사실 관계와 나머지 법리 부분에 대해서도 다툴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한 경위는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장 방에 보관중인 문건을 복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고의성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기업에 2차 유출한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확인해준 차원이라고 부인했다.
한 경위 측 변호인은 의견서를 통해 "방실에 침입한 것이 아니라 정보분실장 방 옆에 있는 복사기 옆 박스에서 문건을 꺼냈다"며 "방실을 침입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당직 근무를 서던 중이므로 방실에 들어갈 권한이 있었고, 들어가서 우연히 발견했기 때문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건이 정확히 어디에 있었느냐에 대해서는 수사 단계에서 상호간 진술이 많이 달랐다"며 "최 경위에게 전달할 때도 외부 유출을 생각하지 못하고 정보수집 차원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제3자에 유출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 정보담당 직원에 문건 내용을 2차 유출한 혐의에 대해서는 "정보담당 직원이 알고 있는 정보를 먼저 얘기하면 소극적으로 확인해주는 차원"이라며 유출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 경정은 변호인측과 좀 더 의견조율을 거쳐 향후 입장이 정리되는대로 밝히기로 했다.
이날 검찰은 증거 내용을 공개할 경우 공무상 비밀을 누설할 수 있고 관련 당사자들의 사생활과 명예가 침해된다는 점을 내세워 비공개 재판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추후 비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48분께 조 전 비서관은 법정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지만 EG 회장에 문건을 전달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질문에 동의하기 힘들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또 "청와대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이유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법정에서 다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조 전 비서관은 구속 기소된 박 경정과 공모해 지난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에서 생산·보관된 대통령기록물 17건을 무단 유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 경정은 조 전 비서관의 지시로 공무상 비밀 내용을 포함한 문건을 청와대에서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이 유출한 문건에는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 등이 포함됐다.
한 경위는 지난해 2월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장 사무실에 들어가 박 경정이 임시로 옮겨놓은 청와대 문건 14건 등을 무단 복사해 최모(사망) 경위와 한화그룹 정보담당 직원에게 청와대 행정관 비리를 알려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이 사건 관계자들을 기소하자 사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합의부에 배당했다. 2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6일 오전 11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