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프랑스 시사풍자매체 샤를리 엡도 테러사건으로 유럽 일부 지역에서 불고 있는 반이민정서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8일 A섹션 1면에 “유럽 위기의 순간, 공포와 분노” 제하의 기사에서 “최근 수년간 경기침체와 실업률 악화와 함께 조성된 반이민기류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반이슬람주의 작가들에 대한 또다른 테러와 이에 대한 보복 가능성도 제기했다.
타임스는 “영국의 경우 독립당이나 국민전선당과 같은 과격한 소수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독일 드레스덴에선 지난 5일 ‘이슬람에 반대하는 유럽애국인들(PEAI)’ 주최로 1만8000명이 행진도 했다”고 전했다.
또 스웨덴에서는 최근 모스크 사원에 대한 공격이 3차례나 있었고 반이민 반이슬람을 외치는 민주당은 여론조사에서 15% 지지율이 올라갔다.
최악의 테러에 충격에 빠진 파리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디디에르 칸타(34)는 “점점 더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오늘 일어난 일이 다시 계속되고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슬람의 신은 평화를 말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지하드와 같은 이슬람은 평화가 아니라 증오를 보일뿐이다. 사람들은 어느 것이 진짜 이슬람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런던 킹스칼리지 국제센터 피터 노이만 교수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하드 단체의 지원을 받는 극단주의자들과 함께 엘리트층과 분리된 백인노동자들의 증가 또한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과 급진주의를 연구하는 프랑스 학자 올리버 로이는 “1960년대 알제리전쟁 이후 프랑스에서 벌어진 최악의 테러사태는 대중에게 충격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테러범의 의도는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타임스는 “선지자 무함마드를 포함한 이슬람의 성스러움을 공격하는 풍자주간지 샤를리 엡도는 유럽에서 무슬림인구가 가장 많은 프랑스에서 공격적인 프랑스식 세속주의의 상징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식민지배와 무슬림의 얽힌 관계를 다룬 저서 ‘프렌치 인티파다’의 저자 앤드류 허시 교수는 “프랑스에는 정치적으로 아랍세계와의 갈등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아직 그같은 정서가 남아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노드 잉고마(26)는 “일부 사람들은 테러를 생각할 때 무슬림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사미르 엘라트라시(27)도 “이슬람증오(Islamophobia)가 더욱 더 퍼질 것”이라며 “사람들이 테러에서 다른 무슬림을 연상하게 되면 이익을 얻는 것은 극단주의자들이 될 것”라고 덧붙였다.
무슬림이 많은 유럽 국가들에서는 반이민정책의 기류가 주류사회에 더 깊이 각인될 것으로 보인다. 타임스는 “영국의 독립정당은 ‘영국의 가치와 정체성을 위험에 빠뜨리는 유럽연맹으로부터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메이저 정당들은 이민규제를 더 강화하는데 관심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알제리와 시리아 등 북아프리카 식민역사를 갖고 있는 프랑스엔 현재 600만명의 무슬림들이 있다. 사회경제적 개혁에 실패한 프랑스에서 아번 테러는 풍자작가 미셀 울레벡의 새 소설 ‘항복’의 출판일에 발생했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인 플라마리온이 또다른 테러의 목표물이 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보수적인 사회비평가이자 ‘프랑스의 자살’을 출간한 에릭 젠무르와 독립전쟁후 유엔 평화유지군에 의해 관리되는 프랑스를 다룬 소설 ‘사건들’의 저자 장 롤린도 있다. 베스트셀러 소설인 ‘프랑스의 자살'은 미국화와 글로벌화 이민, 이슬람에 대항하는 프랑스를 보호하지 못하는 무력한 상황을 비판적으로 다룬 내용이다.
타임스는 마치 군사작전과도 같은 이번 테러가 새로운 경각심을 주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 테러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은 프랑스 고위관료의 탄식을 전했다.
이슬람국가(IS)의 등장과 함께 최소 2000명의 아랍계 프랑스 젊은이들이 이라크와 시리아 전쟁에 참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대에서 훈련받은 테러리스트의 공격은 막기가 아주 어렵지만 프랑스내 무슬림 급진주의자들의 숫자는 아직은 미미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략연구재단(FSR)의 프랑소와 아이스버그 특별자문관은 “이번 공격은 2011년 7월 인도 뭄바이에서 일어난 테러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테러보다 군사작전에 근접해 있지만 프랑스의 진짜 사회문제들과 연관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튀니지 출신의 무슬림 이민자 이헴 보니크(38)는 파리에서 14년을 살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곳에서 한번도 위험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이번 테러는 이슬람을 향한 것”이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