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초유의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켜 구속된 조현아(40·여)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근수 부장검사)는 7일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안전운항 저해 폭행,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업무방해, 강요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대한항공 여객승원부 여모(57) 상무를 증거인멸·은닉,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강요 등 혐의로, 국토교통부 김모(53) 조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5일 뉴욕 JFK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KE086)에서 사법경찰관리인 사무장과 여승무원을 상대로 20여분간 난동과 폭력을 행사하고, 위력을 통해 운항 중인 항공기를 되돌려(램프리턴)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은 '항공기가 출발한 지 몰랐다'며 항공기 항로변경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진술과 관계없이 항공기가 탑승구를 떠나 활주로 쪽으로 10m 가량 이동한 모습이 찍힌 미국 JFK 공항 폐쇄회로(CC)TV 영상을 증거자료로 법원에 지출할 방침이다.
아울러 "항공보안법 제2조에 따르면 승객이 비행기 탑승해 문이 닫힌 순간부터 승객이 내리기 위해 문이 열릴 때까지를 운항중인 것으로 본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항공보안법 42조에 따르면 위계나 위력으로 운항중인 항공기 항로를 변경하게 해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여 상무는 지난해 12월 6일과 8일 사무장을 협박, 허위 시말서 및 국토부 제출 확인서 작성을 강요하고, 부하 직원들에게 관련 자료 삭제나 컴퓨터 교체를 지시해 증거인멸·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조사관은 지난해 12월 8일과 9일 국토부 조사 직후 여 상무에게 조사결과 및 향후 계획 등을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사적 지위를 남용해 항공기를 되돌리고 사무장을 하기시켜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등 법질서를 무력화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국토부 조사 과정에서 조직적인 사건 은폐·조작과 조사 관련 내부 정보 유출 등으로 부실조사를 초래하는 등 위계로써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가 공모해 국토부 진상조사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각각 추가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국토부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했을 뿐 아니라 회사 차원의 조직적 진상은폐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도 지시성 질책을 계속했다"며 "여 상무와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면 5개 혐의가 경합한다. 1년 이상 10년 이하의 형이 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핵심은 항공로와 항로를 정확히 판단하고 항로변경 혐의를 어떻게 보느냐는 것이다. 건국이래 전례가 없는 일이라 이 부분에 대해 많이 다투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검찰은 전례없는 항공기 리턴 사태로 247명 승객들이 연착 피해를 당했을 뿐 아니라 사건의 책임을 기장과 사무장 등에게 전가시켜 2차 피해를 야기했고, 대한항공에 대한 신뢰도와 국가 위신을 실추시킨 점 등을 고려해 기소했다.
한편 검찰은 시민단체인 경실련이 수사의뢰한 조 전 부사장의 항공기 무료탑승 의혹과 참여연대가 제기한 국토부 직원들에 대한 좌석 무상 업그레이드 의혹 등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