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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리움과 추억이 있는 곳 '시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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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과 추억이 있는 곳 “시골장”


푸근한 정이 흐르는 횡성장·북평장·양구장



강원도에
행정구역 제도가 처음생긴 것은 신라 지증왕(500∼514)때였다. 당시 신라는 씨족제로 운영되어 온 촌제(村制)를 부제(部制)로 변경하고
지금의 강릉을 특별행정구역으로 지정해 동원(東原)이라 불렀다. 이후 강원도라는 명칭이 처음 사용되기는 조선왕조 태조 4년, 서기 1395년
음력 6월 13일 영동·영서를 합쳐 강원도라 불렀으니 올해가 정도 607년째 되는 해이기도 하다.

강원도의 18개 시·군중 횡성·북평(동해)·양구 등에는 생각만으로도 절로 신명나고 살맛나는 시골장이 매 5일마다 날짜별로 선다. 농·어업에
종사하는 순박한 시골 사람들과 장꾼이 섞여 어설픈 흥정(?)이 오가고 그런 가운데 삶의 체취가 흠씬 풍겨나는 곳이 시골장터다. 산골과 어촌포구에서
나오는 지역 특산품이며 지방을 떠도는 장꾼들이 가져다 펼치는 생필품까지, 누구의 자리랄 것 없이 먼저와 가판을 벌리면 그곳이 그날 그의
장사자리다.


흥정속에 삶의 내음 묻어나는 횡성장

새벽 동이 터오고 장닭 훼치는 소리와 함께 어둠이 물러나면 횡성 등기소 앞 장마당은 벌써 설레임으로 분주해진다.

특히 한겨울의 횡성장은 여기저기에 천막기둥이 서고 깡통에서 매캐한 연기를 피워올리는 나무장작이 날선 추위를 털어낸다. 돌아보면 아궁이에
불지펴 밥짓고 구들목 덮혀가던 추억의 내음을 요즈음도 맡을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 통털어 5000원어치 밖에 안됨직한 시래기 서너타래와
산나물 한 소쿠리를 앞에 둔 산골할머니부터 손님 모으느라 여념이 없는 장돌뱅이의 낯선 사투리까지 횡성장터 곳곳에서는 흥정과 이야기보따리가
함께 펼쳐지곤 한다.

그랬다. 시쳇말로 삶에 대한 회한이 서리면 장터에 가보라는 말처럼 1일 6일 11일 터울로 서는 횡성장에 가보면 그 말의 뜻이 절로 깨우쳐진다.
이 나라 소장사치고 횡성장을 모르면 행세를 못했고,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평창 대화장에 가려져 있었으나 동해의 북평에도
손색없는 5일장이 서곤 했다. 추위에 웅크리고 앉아 수건을 덮어쓴 산골할머니나 사투리 구수한 장돌뱅이까지 계절에 어울리던 아니던 앞에 펼치고
흥정하는 것이 그네들의 상품이다.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새우젓·멸치젓·창란젓·조개젓 그득한 드럼통 옆에서 뭉툭한 날로 생선토막 쳐내는 생선장사며, 행여 얼까봐 비닐덮은 야채들,
구들목 한켠에서 띄어낸 메주까지 없는 것이 없을듯한 횡성장이다. 장터 길목에는 새마을운동에 어울릴듯한 아낙네 몸빼바지에 조금은 헐렁해 보이는
무스탕(?)까지 옷걸이에 걸어놓고 장구경 나온 할아버지를 유혹해 보는 장꾼의 목이 길게 늘어진다. 신기어린듯한 어묵장사의 반죽 솜씨며 구루마
위 오뎅(어묵꼬치)국물의 구수한 내음, 그 옆 즉석 김구이 아줌마는 인심좋게 오가는 이들마다 맛베기 김조각을 권해보곤 한다. 그 뜨거운
꼬치국물을 훌훌 마시며 천막사이로 내비치는 겨울햇살 아래 횡성장은 열을 더해가고 있다.


매월
3·8일서는 북평장 206년


동해시 북평동에 서는 북평장은 조선 정조 병신년(1796년)에 시작되었다 전해지나 소규모 물물교환 방식의 장은 그 이전부터였으리라. 처음
장이 열린 곳은 나안동 다리목 일대였으나 전천의 물길이 세월따라 변하면서 자리를 옮겨 앉았는데 1910년 물난리로 장터가 떠내려 가버렸다.
그후 1912년 북평1리 옛장터로 옮겼다가 도로변 지금 장터로 다시 자리잡고 오늘에 이른다.

강원도의 주요도로인 동해안 7번 국도를 비롯하여 최근 연결되고 있는 고속도로망까지 교통여건이 좋아지면서 점차 쇠락해가고 있는 인근 5일장과는
달리 북평장은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장날이면 평균 700∼800여개 노점이 전을 펼치는데 금년 설에는 1000개가 넘었었다 한다.

영동지방 사투리로 ‘뒷드르’, ‘뒷드리’, ‘뒷뚜르’장이라고도 불리는 북평장은 한자어인 북평(北坪)보다 고유지명인 ‘뒷들’에서 비롯되었으리라.


다른 5일장처럼 북평장도 크게 쇠전(우시장), 싸전(쌀), 채소전, 강포(삼베)전, 어물전, 잡화전 등으로 나뉘며 쇠전은 광우병파동 이후
하루 앞당긴 2·7일에 장이 선다.

횡성(둔내)쇠전과 함께 강원도를 대표하는 우시장이었으나 지금은 많이 쇠락한 탓인지 장터 한켠에는 시골 할아버지들이 울안에서 키운 씨암닭과
강아지를 팔기도 한다.

어촌이지만 태백준령을 뒤로 한 지리적 관계로 좁쌀·수수·메밀·옥수수 등의 잡곡과 산머루·다래·쑥·도토리묵·버섯 등속이 계절따라 다양하게
나오고 인근 농가의 부녀자들이 텃밭에서 키워낸 채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강원도에서는 삼베를 강포라 부르는데 삼척시 하장면 일대에서 나온 대마로 만든 것을 으뜸으로 치며 동해시를 비롯한 영동지방에서 베를짜 상품화되었다.
이곳 강포는 질이 좋아 우리나라 3대 삼베인 안동포·울진포·강포에 들며, 그중 강포의 주 거래가 북평장에서 이루어진다.

이곳 북평장에서 가장 볼만한 곳은 역시 어물전이다.

어물은 인근의 묵호·삼척 등 동해안의 크고 작은 포구에서 잡은 오징어·문어·방어·가자미·곰치·미역치·복어등의 싱싱한 활어를 비롯하여 명절날
제수용 건어물이나 냉동어물들이 부지기수로 널려 있다.


아직도
한겨울 새벽 양구장


현재 국내 지방자치단체중 가장 작은 양구이지만 고구려시대에는 요은홀차(要隱忽次)라 하였고 신라 35대 경덕왕 16년에 양록군으로 고쳐졌으며
고려때 양구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는 유서깊은 고장이다. 해안면(펀치볼)등 휴전선이 접해있어 군인들로 인한 유동인구가 꽤 많고, 1개읍4개면에
24,000여명의 인구가 거주하지만 생활수준은 중소도시 못지 않게 여유롭고 안정적이다. 그리 넓지 않은 면적에서 나오는 특산품은 청정지역
양구미(예전 궁중 진상미였음)와 꿀·버섯·산나물·채소류 등이며 겨울철 유리 온실에서 재배된 백합꽃과 함께 소양호의 빙어도 한몫을 한다.
양구의 5일장은 지리적으로 약간 떨어진 관계로 아직도 때묻지 않은 시골장 그대로이다. 비지 몇 덩어리를 단돈 천원에 팔아도 좋은 넉넉한
시골 할머니가 장터의 곳곳을 지키고 있는 재래시장의 멋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더욱 우리네 눈길을 끄는 것은 1년 열두달 매일 문을
여는 독할아버지의 항아리 가게다. 이제는 노쇠한 체력이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문을 열고 장독과 함께 그 옛날 시골의 먹거리였던 오꼬시·부채과자(센베이)·왕사탕(눈깔사탕)·소라과자
등속을 팔고 있으며 이따금은 몇 개 덤을 얹으려는 손님과 입씨름을 벌리기도 한다. 혹시 쓰레기라도 아무곳에 버리면 혼내키고 야단치지만 장날
장독을 몇 개나 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넓지 않은 양구장을 따라 이리저리 구경을 다할라 치면 반지하 천막안의 뻥튀기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하얗게 내리는 눈송이처럼 펑펑 튀겨지는 강냉이가 하늘 가득히 날리는 가운데 양구 장거리는 끝이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골 아낙네들의
손가락에는 대여섯개씩 봉지가 매달려 있다.

‘작지만 강한 군’을 표방하는 양구군은 금강산가는 길목의 청정지역으로 5일장을 활성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으니, 우리네 삶의 애환이 시작되고
끝나는 시골장날의 진풍경은 옛 정취를 풍기며 오늘도 낯선 이방인을 기다리고 있다.



김승호 기자 www.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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