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일명 '땅콩리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근수)는 24일 오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와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뉴욕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KE086)에서 승무원이 견과류를 규정대로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언 등 소란을 피우고 항공기를 되돌려(램프리턴) 사무장을 내리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항공보안법 42조에 따르면 위계나 위력으로 운항중인 항공기 항로를 변경하게 해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직접 기장에게 램프리턴 지시를 내리지 않았지만, 사무장을 강요해 기장에게 회항 요청하도록 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 전 부사장은 기내에서 승무원의 어깨를 밀치고 사무장의 손등을 서비스 매뉴얼 케이스의 모서리로 수차례 찌르는 등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항공보안법 46조(항공기안전운항 저해 폭행죄)를 위반할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폭행 등 혐의 일부를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대한항공 여객실승무본부 여모(57) 상무에 대해서도 증거인멸죄 및 강요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여 상무는 지난 18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2차 소환 조사를 받던 중 승무원과 사무장 등에게 최초 상황 보고 이메일을 삭제하라는 지시와 거짓 진술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증거인멸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 강요죄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여 상무는 사무장이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을 당시 19분간 배석하는 등 조사 진행상황 및 결과 등을 조 전 부사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참고인 진술과 압수한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통신자료 등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이 증거인멸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 당시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 상무 역시 세차례 검찰 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개입 여부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국토부 조사 당시 진행 상황 등을 여 상무로부터 보고받고 이를 묵인한 정황을 잡은 만큼 증거인멸 과정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를 보강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번 항공기 회항 사건에 대해 "사법경찰권을 갖고 있는 사무장이 폭력행위 및 사적 권위에 의해 운항중인 항공기에서 퇴거됨으로써 사무장 개인의 권익 침해는 물론, 항공기내 법질서에 혼란이 발생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관제탑 허가하에 예정된 경로로 이동중인 항공기가 무리하게 항로를 변경함으로써 비행장내 항공기 운항의 안전이 위협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여 상무에 대해선 “사건 직후 (승무원과 사무장 등에게)허위 진술이나 서류 작성을 강요하는 등 증거를 조작·인멸해 진상을 은폐한 행위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조 전부사장과 여 상무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는 오는 30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여 상무와 수십 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며 국토부의 '땅콩 리턴' 사건 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알려준 혐의를 받는 국토부 김모 조사관을 전격 체포했다.
또한 김 조사관에 대한 통신자료 압수수색 영장(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 등을 발부받았으며, 김포공항 인근의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김 조사관의 자택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조사 기록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