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비선(袐線) 실세로 불리는 정윤회(59)씨가 자신의 국정개입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10일 검찰에 출석해 장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는 이날 정씨를 고소인 및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 문건 등을 둘러싼 국정개입 의혹을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이날 오전 9시48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청사에 검은색 코트와 짙은 회색 정장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정씨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단호한 어조로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그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군지 다 밝혀지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체부 인사개입 의혹과 국정개입 의혹을 묻는 질문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씀드렸다”며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 인사와 접촉하거나 통화한 사실이 있느냐'고 취재진이 묻자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현 정권 출범 후 '그림자 권력' 등으로 비유돼 실세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정씨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정씨 측 변호인은 전날 만일의 돌발상황에 대비해 검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이날 검찰은 문건의 내용대로 정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강남의 중식당에서 '십상시(十常侍)'로 지칭한 청와대 비서진 10명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졌는지, 청와대 내부 동향을 보고받고 국정 운영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한 진위를 가리는데 주력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씨를 상대로 실제로 청와대 비서진과 정기적인 회동을 갖거나 연락을 한 사실이 있는지, 국정 운영에 개입할 목적으로 청와대 내외부 인사와 접촉을 했는지 여부 등을 상세히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검찰에서 '대부분의 청와대 비서진과 오래 전부터 연락을 끊고 지내왔으며 정기적으로 회동을 갖거나 국정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정 농단 의혹을 제기하며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수사의뢰한 사건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정씨에 대한 조사를 이어갔다.
정씨는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의혹, VIP(대통령) 국정운영 및 BH 내부상황 체크, 인사 개입 명목의 금품수수 의혹 등에 연루돼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또 이날 '정윤회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48) 경정을 피의자 신분으로 네번째 소환해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반출한 경위와 문건의 활용 목적, 유출 경로 등을 보강 조사했다.
검찰은 문건 내용의 진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정씨와 박 경정을 직접 대질신문했다.
정씨는 박 경정이 '윗선에서 시키는 대로 타이핑만 했을 뿐'이라고 언급한 전화통화 내용을 거론하며 문건의 생산 배경과 진위를 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자정 넘어 다음날 새벽까지 정씨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이어갔으며, 다음 주에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다른 청와대측 고소인에 대해서도 서면 또는 소환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끝낼 계획이다.
검찰은 문건 내용의 진위와 맞물려 있는 세계일보 기자들의 명예훼손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결과를 일괄 발표할 예정이며, 조만간 문건 입수 및 취재과정, 보도 경위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세계일보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입수, 정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보도했다.
정씨는 지난 3일 세계일보 기자 3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정씨, 새정치연합 무고죄로 맞고소 의사도 밝혀
한편 이날 정씨측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국정 농단 의혹을 제기하며 고발한 사건에 대해 무고죄로 맞고소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씨측 법률대리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고발장은 전부 허위내용”이라며“어떤 경위로, 누가 (고발장을)작성했는지 파악해보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승마선수인 정씨의 딸이 대학입학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딸이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연좌제 있는 나라도 아닌데 부모 잘못은 차치하고 취재를 위해 자녀까지 압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이 자제해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