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5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날 오전 9시 58분께 검찰청사에 혼자 모습을 나타낸 조 전 비서관은 문건 작성을 지시했는지 묻는 취재진에 “주어진 소임을 성실하게 수행했고 가족과 부하직원들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다”며 “검찰 조사에서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을 성실하게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관천 경정과 사전에 연락을 하고 왔느냐’는 질문에는 “연락하지 않았다. 내 통화기록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조 전 비서관은 국정개입 의혹 보도에 따른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와 문건 유출 사건을 전담하는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에서 차례로 조사를 받게 된다.
검찰은 이날 조 전 비서관을 상대로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경위와 내용의 진위, 문건 유출을 둘러싼 의혹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조 전 비서관은 정윤회씨와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방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을 생산한 박관천(48·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경정의 직속상관이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에게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관련 내용을 홍경식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직접 서면 또는 구두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씨는 지난달 29일과 30일 박 경정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근거로 조 전 비서관이 불순한 의도로 문건 작성을 지시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정씨는 언론인터뷰에서 “내가 ‘사실대로 얘기해라. 이젠 다 알려지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러니까 그 친구가 의미심장한 얘기를 하더라”며 “자기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 타이핑한 죄밖에 없다. 그것을 밝히려면 윗선에서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 그 사람들이 얘기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 전 비서관은 정씨에 관한 동향 수집과 문건 작성을 지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와대 윗선의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사표를 낸다는 얘기가 시중에 돌고 보도도 나와 내가 우리 방(공직기강비서관실)에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김기춘)비서실장이나 (홍경식)민정수석이 시킨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박 경정이 비교적 정확한 얘기를 보고했다”며 반박했다.
'정윤회 문건'의 신빙성과 관련해선 청와대와 정씨는 “소설이나 낭설”, “증권가 찌라시”라고 일축하고 있다.
반면, 조 전 비서관은 문건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인 점을 내세워 “(신빙성은)6할 이상이라고 본다. 나는 워치도그(감시견)다. (첩보가 맞을 가능성이) 6~7할쯤 되면 상부 보고 대상이 된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밖에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자체 조사에서 박 경정이 아닌 다른 제3의 인물을 지목한 보고가 있었다”고 주장, 검찰은 문건 유출에 가담한 청와대 관계자와 유출 경로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조 전 비서관을 밤 늦게까지 조사한 뒤 일단 집으로 돌려보낼 방침이며 진술내용을 검토해보고 재소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일 오전 9시18분부터 이날 새벽 4시40분까지 박 경정을 상대로 19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