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48·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경정이 4일 검찰에 출석했다.
박 경정은 이날 오전 9시18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청사에 도착 직후 취재진으로부터 ‘누구의 지시로 문건을 작성했느냐’는 질문에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건 유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도 “(검찰에)들어가서 조사 받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문건 내용의 진위나 청와대에 의해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데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짙은 회색 줄무늬 정장 차림으로 출두한 박 경정은 취재진을 향해 90도로 허리 숙여 한 번 인사한 뒤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변호인과 함께 서둘러 조사실로 향했다.
박 경정은 정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담긴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문건에는 정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방을 비롯한 청와대 내외부 인사 10명과 서울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청와대 내부 동향을 보고받는 등 국정에 개입한 내용이 담겨 있다.
따라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는 이날 박 경정을 상대로 문건 작성 경위 및 진위 여부를, 특별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문건의 유출과정 등에 대해 집중조사하고 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박 경정이 문건 유출자로 밝혀질 경우 당초 참고인으로 검찰청사에 들어갔던 박 경정의 신분은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현재 박 경정을 상대로 논란이 되고 있는 문건을 박 경정이 어떻게 작성하게 됐는지, 문건에 나온대로 정씨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과 서울시내 모 중식당 등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에 대해 얘기를 했는지 등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 캐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건 작성 과정에서 민정수석실 지휘라인이나 또 다른 청와대 윗선의 개입은 없었는지도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과정에서 박 경정이 문건을 직접 유출했을 경우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언론인터뷰를 통해서 밝혔듯이 박 경정이 향후 업무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작성했던 문건만 출력해서 들고 나왔거나, 중요 내용을 따로 적어서 나왔을 경우에는 범죄 혐의를 두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조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 경정이 경찰청 정보분실장으로 가게될 줄 알고 있을 때 내가 당신이 나가도 정보분실에서 각종 정보를 접하니 박지만 EG회장 관련 업무에서는 나를 계속 챙겨줘야한다고 했다”며 “그랬더니 박 경정이 앞으로 자기가 일을 하면서 참고를 하기 위해 박 회장 관련해서 자신이 작성했던 문건만 출력해서 들고 나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