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전국 고교에서 일제히 배부된 3일 고등학교 3학년 교실 곳곳에서는 탄식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성적표를 받아든 학생들은 난이도 실패로 수능 변별력이 떨어진 탓에 자신의 실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등학교 3학년3반 교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부터 학교에 나와 담임교사와 함께 가채점 배치표를 보며 정시 전략과 수시 합격 가능성 등을 상담하던 학생들은 성적표 배부 시간이 가까워지자 초조해하는 모습이었다.
애써 밝은 표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스마트폰으로 수능 관련 기사를 검색할 때는 친구들과의 대화도 끊어졌다.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을 토론하던 학생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오전 10시 정각. 담임교사가 번호 순서대로 학생을 부르며 성적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성적표를 쳐다보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다 곧바로 교사에게 달려가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부터 “이제야 속이 후련하다”며 웃어보이는 학생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안타까움은 숨기지 않았다.
김정환(18)군은 “어느정도 예상을 하긴 했지만 막상 성적표를 받아보니 영어와 수학A 등급이 2~3등급 정도 떨어졌다”며 “6개 대학에 수시 원서를 접수했는데 단 한 곳도 최저 등급을 못 맞추게 생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정현제(18)군은“예상대로 국어B는 망쳤지만 수학A라도 평소대로 2등급을 받아 다행”이라며 “다행히 수시 최저 등급을 넘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국현(18)군은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사회탐구 경제의 경우 2점짜리 문제 하나만 틀려도 2등급, 3점짜리 하나만 틀리면 바로 3등급으로 떨어졌더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일단 수시 결과를 기다려 본 뒤 정시를 지원하게 된다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할 것 같다”며 “그래도 성적을 확인해 홀가분하다. 오늘은 영화를 보러 갈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수능 성적표를 나눠준 교사들도 2015학년도 수능이 변별력을 상실한 데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대입 진학 지도에 혼란을 우려하기도 했다.
우경수 3학년 부장교사는 “상위권 학생들은 쉬운 수능으로 인한 타격이 큰 상황”이라며“이들은 수시 최저등급에 맞춰 진학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만족하지 못하고 재수든 반수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김은정 교사는 “한 두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떨어지다 보니 학생들의 진짜 실력을 평가하지 못했다”며 “오늘 하루 상담을 해보니 재수 혹은 반수를 고려하는 학생이 70%는 되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학생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라’고 위로하며 진학 지도를 할 생각”이라며 “인생을 살아가며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생각해보라고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