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범'과 '왕'의 첫 맞대결에서 김재범(29·한국마사회)이 웃었다.
김재범은 28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14 제주 그랑프리 국제유도대회 남자 81㎏급 준결승전에서 왕기춘(26·양주시청)에게 지도승을 거뒀다.
두 선수가 81㎏급에서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3㎏급 패권을 다투던 시절에도 두 차례 격돌한 것이 전부다. 가장 최근의 맞대결은 2007년 6월 제46회 전국체급별남녀유도선수권대회로 왕기춘이 승리를 거뒀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김재범은 자타가 공인하는 81㎏급 세계 최강자다.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로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아시안게임 우승)을 달성한 김재범은 지난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왕기춘은 도전자로 매트에 섰다. 73㎏급 세계 1위로 숱한 족적을 남겼던 왕기춘은 체중 조절이 어려워지자 지난해 체급을 올려 김재범의 아성을 노렸다.
7년 5개월 만에 매트 위에서 만난 두 선수는 초반 치열한 탐색전을 벌였다. 두 선수 모두 예선전에서 깔끔한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탓인지 누구 하나 섣불리 큰 공격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왕기춘은 1분08초 만에 비정상적인 잡기로 지도를 받았다. 3분01초를 남기고는 두 선수 모두에게 지도가 부여됐다. 공격 의사가 없다는 이유였다. 심판은 이 후에도 두 선수에게 나란히 지도를 줬다.
쫓기는 쪽은 지도가 한 개 더 많은 왕기춘이었다. 이대로 가면 패할 수밖에 없던 왕기춘은 35초를 남기고 전광석화 같은 발뒤축걸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김재범은 매트에 등이 닿기 직전 몸을 돌려 실점을 피했다.
왕기춘은 경기 종료 19초 전 다시 한 번 발뒤축걸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김재범의 방어에는 빈틈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얼굴이 부딪히면서 김재범이 오른쪽 눈썹 위가 찢엊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갑작스런 출혈로 머리에 붕대를 감고 돌아온 김재범은 왕기춘의 공격을 침착하게 막아냈다. 왕기춘은 마지막으로 힘을 내봤지만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결승에 안착한 김재범은 요아킴 보티아우(벨기에)와 이날 오후 금메달을 놓고 격돌한다. 보티아우를 이긴다면 대회 2연패에 성공한다. 반면 패자전으로 밀려난 왕기춘은 알렉산더 울리아코프(러시아)와 동메달결정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