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K 교수가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다 서울대 학생들로부터 추가 성범죄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학교 측이 사표 수리를 결정해 '제식구 봐주기' 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대 교무처는 이날 “K 교수가 전날(26일) 오후 대리인을 통해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사직서를 제출했다”면서“K 교수의 사표를 거부할 재량권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는 법무팀 자문에 따라 면직 처분키로 했다”고 밝혔다. K 교수는 학내 관련 절차를 거쳐 다음주 중 면직 처리된다. 사립교원의 경우 파면이나 해임의 징계를 받으면 각각 5년, 3년의 재임용 제한을 받는다.
그러나 K 교수는 징계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면직인 탓에 교원 재임용이나 퇴직급여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학내 규정상 서울대 교수로의 재취업만 불가능하다. 또 K 교수가 면직되면 인권센터가 진행 중인 예비 진상조사와 징계 논의 등의 후속 절차도 전면 중단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K 교수가 교수로서의 상당한 책임을 느꼈기 때문에 사표를 썼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학생들의 교육권을 고려하더라도 사표 수리가 타당하다고 봤다”면서“사표가 수리되면 인권센터 조사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게 되나, 검찰 수사는 계속되는 만큼 그 결과에 따른 조치는 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이번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향후 재발방지와 교수 윤리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K 교수는 지난 7월28일 오후 서울 한강공원의 벤치에서 다른 대학 소속 인턴 여학생 A씨에게 “자신의 무릎 위에 앉으라”며 신체일부를 만진 혐의(강제추행)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A씨는 8월에 열린 서울세계수학자대회에서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는 K 교수의 업무를 돕고 있었고, 사건 발생 다음날 인턴직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 교수를 둘러싸고 학내에서 추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학교 측은 정상적인 강의가 어려울 것이라 판단, 해당 단과대에 요청해 K 교수의 강의를 중단했다.
지난 11일부터는 인권센터가 실명을 밝힌 피해자 1명으로부터 진정 접수를 받고 예비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K 교수로부터 성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학내 학생들은 학교 측의 조사가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최근 자체 진상 조사단인 '서울대 K교수 사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X(이하 비대위)'를 꾸렸다.
비대위는 전날 지난 10년간 K 교수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인원이 22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K 교수의 사표 제출 소식이 알려진 직후 비대위의 변호를 맡고 있는 한유미 변호사는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자들이 1차적으로 원했던 것은 K 교수의 깊은 반성과 진심이 담긴 사과였다”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되려 억울한 것으로 표현하는 K 교수와 이번 사태에 방관·회피를 일삼은 학교 측의 태도에 또 한번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교수위원회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세부 계획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해미루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 의장은 “학교 측은 K 교수 사태의 진실을 명명백백 파헤쳐 이에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서울대가 성범죄로부터 자유로운 학교가 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