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이미지를 그려놓고 음악을 만들어요. 그래야 진짜 새로운 게 나오더라고요. 그 이미지를 현실화시켜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죠."
밴드 '국카스텐(guckkasten)'이 6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복합문화공간 네모에서 정규 2집 '프레임(FRAME)' 음악감상회를 열었다. 네모는 '프레임'의 수록곡들이 그림으로 실재하는 공간이다. 전시된 그림은 헐벗은 사람, 기형의 신체 등 기괴한 분위기를 풍긴다.
"서고운 작가가 저희 노래를 듣고 그림을 그렸어요. 이 그림이 밴드의 색과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고를 떠나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담겨있다는 건 확실한 거 같아요. 잔인하고 무서워 보이겠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이후 4년만에 발표하는 정규 2집 '프레임'은 서고운의 그림을 닮았다. 날카롭고 힘이 넘치는 하현우의 보컬은 여전하나 음악은 달라졌다. '변신'과 '실험'의 결과물은 기괴하고 몽환적이다.
"1집은 사춘기 시절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증상들을 단순히 호소했었죠. 2집 앨범에서는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느끼고 다듬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예전 음악이 직구였다면 이번에는 변화구죠."(하현우)
타이틀곡 '변신'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작된다. 기타, 베이스, 드럼을 최대한 활용했던 1집과는 확연히 색이 다른 '변신'이다.
"'변신'이 제일 멋있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한 곡을 두고 가장 길게 싸웠던 노래죠. 정말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붙잡고 있었어요. '변신'이라는 제목처럼 제대로 된 변신 보여주고 싶었습니다."(하현우)
앨범은 '국카스텐'스럽다. 이들은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밴드 이름을 잊지 않았다.
"노래를 만들 때 여러가지 소스를 활용해요. 주로 꿈, 책, 경험 등을 통해서 만들죠. 그중 대부분은 책을 통해 얻게 되는 거 같아요. 재미있는 이론을 읽고 호기심이 생기면 모든 삶, 경험과 비교를 하고 섞어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요."(하현우)
밴드는 만화경 속에 들어온 이미지들을 사운드로 형상화하는 데 주력했다. '칼을 들고 걷는 템포'에 맞춰 곡의 템포를 결정하는 식이다. '미늘'을 발견하고, 물고, 숨을 헐떡거리는 모습을 급작스러운 사운드 변화로 표현한 '미늘'도 있다.
특유의 현학적 가사도 여전하다. 곡을 탄생시킨 배경만 봐도 그렇다. 수록곡 전부를 쓴 하현우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의 한 구절에 꽂혀서, 정교한 속임수를 의미하는 도박 용어 '카눌라'에 착안해서, 오이디푸스 신화에 매료돼서, 프랑스 화가 장 포트리에의 '작은 인질'에 집중해서 곡을 썼다.
전 소속사 예당컴퍼니와의 소송으로 활동을 중단한 1년 반의 시간 동안 담금질을 거듭한 모양새다. 작정하고 실력을 뽐내는 하현우의 보컬과 다채로운 실험과 사운드를 버무린 음악이 추종을 불허한다. 그 결과 '프레임'은 감상용 음악이 됐다.
"2집에 들어갈 노래를 어느 정도 추려 놓은 상태였는데 시간이 뜨면서 그 어느 때보다 노래를 열심히 만들었어요. 좋은 노래가 많이 나왔죠. '변신'이 타이틀곡이 된 것도 같은 이유에요.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하나의 기회이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하현우)
그림과 곡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전시는 7~9일까지 진행된다. 국카스텐은 11월 말 앨범 발표 후 12월 30, 31일 블루스퀘어에서 2012년 이후 2년만에 단독 콘서트 '프레임'(FRAME)을 펼친다.
"돌아보면 2014년은 고난과 역경의 해였던 거 같아요. 무리를 조금 해서라도 깔끔하게 마침표를 찍고 보내고 싶습니다."(하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