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한국이 36년만에 성사된 남북축구결승전에서 연장 혈투끝에 기분좋은 승리를 거두고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1986서울대회 이후 28년 만이다.

이광종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전후반 90분과 연장 전반 15분까지 105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돌입한 연장 후반 14분 임창우(대전)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팽팽한 흐름 속에 전후반 90분과 연장 전반 15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한국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임창우의 골로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코너킥 문전 혼전 상황을 임창우가 마무리지었다.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계속해서 3~4위를 오르내리던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아시아 맹주'로서의 위엄을 되찾았다. 조광래(60) 대구FC 단장, 허정무(59)·최순호(52)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이 선수로 나선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정확히 2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통산 네 번째 금메달이다. 1970년 방콕 대회에서 버마(現 미얀마)와 공동 우승, 1978년 방콕 대회에서 북한과 공동 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1986년 서울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1978방콕대회(남·북 공동 우승) 이후 36년 만에 결승에서 북한을 맞은 한국은 이날 승리로 아시안게임 역대 전적 2승1무1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했다.

아울러 이날 승리로 4년 전 광저우 대회 조별리그에서 당했던 0-1 패배의 아쉬움도 씻었다. 앞서 올해 들어서만 북한에 두 차례 패했던 연령별 남녀대표팀의 설움도 달랬다.

여자 축구는 이번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북한에 1-2로 졌고, 16세 이하 남자대표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에서 1-2로 진 바 있다.

무엇보다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이날까지 7경기 전승 우승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국은 7경기 동안 13골을 넣고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무실점 전승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메달이 걸려있는 만큼 전반전에 팽팽한 기운이 감돌았다. 상대 수비 진영이 갖춰지기 전에 이종호(전남)가 문전 근처에서 시도한 몇 차례 슈팅이 인상적이었지만 이후로는 뚜렷한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김승대(포항)는 잠잠했고, 이종호는 측면과 최전방을 오가며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침착하지 못했다. 최전방 이용재(나가사키)와의 공격 삼각편대가 주춤했다.

전반전 45분 동안 볼 점유율에서 한국이 62-38%로 앞섰고, 슈팅 수에서도 5-4로 앞서며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정확도가 떨어졌다. 측면 크로스는 무뎠다.

반면 빠른 역습 위주의 패턴으로 나온 북한은 4개의 슈팅 중 3개를 골문 안쪽으로 보낼만큼 임팩트 있는 공격을 펼쳤다. 전반 24분 심현진이 골키퍼 김승규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해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다행히 슈팅은 위로 떴다.

전반 35분 측면 공격수 이재성(전북)이 왼쪽 어깨를 다쳐 일찍 교체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김영욱(전남)이 대신 들어갔다. 교체 이후 김영욱은 이재성 만큼의 양질의 패스를 넣어주지 못했다.

후반전과 연장전에도 같은 양상이 전개됐다. 한국은 짧은 패스를 통해 문전까지 만들어 가는 과정은 좋았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오히려 한 방을 노리던 북한은 후반 28분 코너킥 상황에서 박광룡(바두츠)의 헤딩 슈팅으로 수세에 몰리던 분위기를 뒤집었다.

수비수들이 순간 쇄도해 들어오는 박광룡을 놓쳤다. 골키퍼 김승규가 가까스로 걷어냈다. 전후반 양팀을 통틀어 가장 골과 다름없는 슈팅이었다. 와일드카드로 나선 김승규의 선방 능력이 빛났다.

반전을 노리던 북한은 후반전에 2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한 반면 이광종 감독은 전반전 부상으로 인한 이재성의 교체 외에 교체카드를 아껴뒀다. 애타게 기다리던 골은 연장 전반이 다 흘러도 나오지 않았다. 답답한 흐름은 계속됐다. 이광종 감독은 아껴뒀던 김신욱(울산) 카드를 꺼내들었다. 쉼없이 뛰던 이종호를 불러들였다.

김신욱의 투입으로 꽉 막혔던 흐름이 뚫렸다. 김신욱의 머리를 활용한 공중볼에 이은 세컨드볼을 노린 플레이가 위력을 발휘했다. 상대 수비의 시선 분산 효과도 있었다.

결승골은 임창우의 발끝에서 나왔다. 임창우는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코너킥 상황에서 북한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오른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임창우의 골 직후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