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최근 여론의 동의를 전제로 비리 기업인들에게 가석방을 통한 경제활동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 현재 재판을 진행 중인 기업들이 내심 반색 하고 있다.
총수의 공백이 당장 기업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투자 결정이나 전략적 방향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그룹 오너의 부재가 큰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장관은 지난 24일 언론매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사회에 충분히 환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살리기에 헌신적인 노력을 할 것"을 전제로 "잘못한 기업인도 국민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경제활동)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황 장관의 발언으로 현재 실형이 확정됐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SK그룹과 CJ 그룹, 태광그룹 등이 실낱같은 희망을 품게 됐다.
특히 황 장관은 신중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청와대의 기류 변화를 읽지 않고 황 장관 단독으로 비리 기업인 선처론을 쉽게 꺼낼 리 만무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언론에 기업인 선처론을 흘린 뒤 국민 여론을 살펴 사면여부를 결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항소를 준비 중인 윤석금 웅진 회장, 2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이재현 CJ 회장, 변론공판이 진행 중인 조석래 효성 회장, 2017년 1월까지 교도소에서 살아야 하는 최 회장, 이호준 태광 회장, 이 회장의 모친 이선애 태광그룹 전 상무 등이 있다.
특히 CJ 그룹은 최악의 건강상태를 보이며 시한부 인생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이재현 회장을 살리기 위해 그룹 전체가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더구나 이 회장은 지난달 수척한 상태로 결심 공판에서 나와 "살고 싶다"는 발언까지 했다.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으나 받아지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황 장관의 발언이 더욱 반가운 상황이다.
CJ관계자는 "황 장관의 발언에 대해 매우 반갑고 감사한다. 하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면서 "그동안 서비스나 문화콘텐츠 사업에서 일자리 창출이나 재고용 등을 위해 노력한 만큼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올해 3분기(7~9월)에는 세월호 여파와 더불어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던 삼성전자 마저 영업이익이 3조원대로 곤두박질 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장기 경기 침체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여론 역시 기업의 '기 살리기'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기업 투자 등을 늘려 경제 활성화를 이뤄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CJ의 경우는 이미 올해 상반기 중단되거나 지연된 투자액만 약 4800억원에 달한다. 당초 계획했던 투자액 1조3700억원 중 약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CJ그룹은 2010년 1조3200억원, 2011년 1조7000억원, 2012년 2조9000억원 등 해마다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지난해 이재현 회장의 공백 사태가 빚어지면서 투자는 계획대비 20% 미달한 2조6000억원에 그쳤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주력 사업부문인 정유사업이 부진하자 2012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그룹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최 회장 부재로 인수합병(M&A) 등의 결정에서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를 위해서 죄를 지은 사람을 무조건 풀어줘야 한다는 말은 맞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관용을 베푼다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을 고취해 힘든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