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한인 후보를 밀자니 친한파 거물이 걸리고, 친한파 후보를 밀자니 한인 후보가 울고….
뉴욕 뉴저지 한인사회가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례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한인 후보와 친한파 후보들이 맞대결하는 구도로 인해 한인사회가 갈리는 등 미묘한 불협화음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하원 뉴저지 5선거구에 출마한 로이 조(33) 후보는 4일 한인사회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연방하원 후보로 출마하는 유일한 한인이다. 브라운대와 조지타운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이번 선거가 데뷔전이지만 예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옹립돼 시선을 끌었다.
정치력 신장이 무엇보다 시급한 한인사회로선 대동단결하여 로이 조 후보를 밀어줄만 하다. 설사 이번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다 해도 경륜을 쌓을 수 있는 경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조 후보가 상대하는 적수가 공화당의 중진 스캇 가렛 의원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7선을 노리는 그가 단지 정계 거물이라서 부담스럽다는 뜻이 아니다. 코리아코커스의 멤버이기도 한 가렛 의원은 뉴저지의 대표적인 친한파 의원이다.
유권자 대부분이 민주당 성향이어서 공화당 라인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한인사회로선 가렛 의원의 존재가 상당히 긴요하다. 조 후보가 이기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패할 경우 자칫 그간 어렵게 쌓은 커넥션이 붕괴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가렛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로이 조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인 유권자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가렛 후보의 지지층이 견고한 탓이다.
수년 전 뉴저지 선거구 개편이 이뤄졌을 때 민주당에서는 두 명의 7선 거물 연방의원이 집안 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 스티브 로스먼 의원이 조정된 지역구가 가렛 의원과 겹치자 인근 지역구인 빌 파스크렐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당시 파스크렐 의원은 로스먼 의원에게 “당신은 내가 아니라 공화당의 가렛 의원과 싸워야 한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로스먼 의원과 파스크렐 의원은 각각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거물들이었음에도 이전투구를 해야할만큼 가렛 의원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이번에 로이 조 후보에 대한 지지가 조심스러운 것은 당시 한인사회가 두 후보를 놓고 섣불리 한쪽을 지지했다가 난감한 상황이 되버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부분의 한인단체는 로스먼 의원을 지지했으나 예비선거의 승리자는 파스크렐 의원이었다. 한인사회로선 판을 잘 읽고 끝까지 정치적 균형을 유지했어야 하는데 섣부른 지지로 파스크렐 의원의 서운함만 자극하고 실리를 잃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일부 한인 언론은 직설적으로 조 후보 캠페인을 비판하고 있다. 뉴저지의 온라인매체 뉴스칸은 “스캇 가렛은 대표적인 지한파며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발벗고 앞장선 한인사회 영웅이나 다름없다”면서 “연방 5선거구 한인표는 7000표 정도며 20만 표 가운데 백인과 공화당 표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로이 조 후원회 사람들이 후원금을 모으며 장담하는 당선의 확신은 어디서 왔는지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연방선거구는 아니지만 한인타운이 있는 뉴욕 플러싱에서는 주상원 선거에서 비슷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16지구의 한인 후보인 정승진 후보는 4일 긴급회견을 통해 “상대 후보인 토비 스타비스키 후보가 2009년 선거의 회계 정산을 트집잡는 흑색메일을 보내고 있다”고 비난하며 정정당당한 정책 대결을 벌일 것을 촉구했다.
문제는 토비 스타비스키 후보가 7선의 현역 의원으로 대표적인 친한파 의원으로 활약했다는 사실이다. 또 뉴욕주 상원 11지구에서는 ‘동해 법안’ ‘위안부 결의안’ 등 한인사회의 이슈에 올인하며 한인 정치인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 토니 아벨라 현역 의원이 한인사회의 표심을 흔드는 중국계 존 리우 전 뉴욕시 감사원장과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한인 정치인이나 친한파 정치인 간 대결로 인해 한인사회 표는 필연적으로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인 유권자의 분산은 내부의 갈등이 증폭되고 결과적으로 표심의 약화를 초래,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한인사회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