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배우 중에서도 용모가 빼어난 강동원(33)·송혜교(32)가 부부로 출연한다는 것 만으로도 관심을 모은다. 게다가 영화 '정사' '스캔들' '여배우들'을 연출한 이재용(48) 감독의 작품이라니 신뢰까지 더한다.
이 영화는 자극적인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착한 드라마'로 기대를 충족시킨다. 1000만 관객을 모은 '신파극'인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처럼 관객을 옆에서 콕콕 찌르며 '울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추석 대목을 맞아 '영화가 이렇게 쿨해도 되나?'싶을 정도로 담담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구미가 당긴다.
태권도 유망주였던 '대수'(강동원)와 걸그룹 멤버를 꿈꾸는 '미라'(송혜교)는 열일곱 살에 처음 만나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다 덜컥 임신한다. 모든 꿈을 접고 아이를 낳겠다는 말에 아버지(김갑수)로부터 뺨 석대를 맞고 가출한 대수, 부모를 향해 '씨발'을 외치는 못된 미라는 주변의 걱정을 뒤로하고 부모가 된다. 그렇게 낳은 아들이 '아름'(조성목)이다.
10대 때 부모가 된 그들의 삶은 서른셋이 돼서도 녹록지 않다. 열여섯 살의 아들이지만, 여든 살의 삶을 사는 아름의 조로증을 고치기 위해 부부는 세탁공장과 택시운전, 아르바이트까지 밤낮으로 돈벌이에 나선다. 아이는 너무 빨리 철이 들어 부모를 이해하고 고통을 꾹 참는다.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모습을 본 주변사람들의 손가락질도 아름은 부모보다 더 담담하게 견뎌낸다.
시한부 삶을 사는 아들과 가난한 부부의 이야기, 빤한 감동을 자아낼 것 같지만 의외로 영화는 유쾌하다. 걸그룹에 열광하고 아들의 게임기를 빼앗는 철없는 아빠 대수는 코믹한 면면을 가득 품고 있다. 아들을 놀리는 고등학생과 맞서다가 경찰관에게 헛발질을 하는가 하면, 중요한 검사를 앞두고 금식에 들어간 아들을 위해 치킨을 사오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그렇다.
학창시절의 대수와 미라의 이야기도 소소한 웃음거리다. 아름이 옆집 할아버지 '장씨'(백일섭)에게 열일곱 살에 자신을 낳은 부모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고민하는 모습도 관객을 피식거리게 만든다.
아이와 부모가 엮은 시너지 효과는 후반부에 자연스러운 몰입을 유도한다. 억지로 슬픈 장면을 삽입하지 않아도 눈물이 흐르는 것은 앞서 쌓인 감정이 터져서일 듯하다. 짧은 분량에도 큰 울림을 선사하는 김갑수의 연기가 한몫했다. 대수가 아버지와 16년 만에 마주하는 이 장면으로 관객들의 감정은 전환점을 맞는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최신작 '군도: 민란의 시대'를 포함해 '형사' '의형제' 등 에서 날이 선 연기를 주로 해오던 강동원은 이 영화에서 귀엽다 못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인간 강동원이 지닌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미혼' 송혜교도 억척스러운 엄마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장씨' 백일섭이 아름과 주고받는 대사는 코믹하면서도 가슴 한 구석을 파고들며 먹먹함을 안긴다. 여기에 음악감독인 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의 선곡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다.
이 감독은 영화에서 애써 악인을 설정하지 않았다. 삶이 무거운 사람들에게 사연을 입혀 '그럴 수도 있지' 정도로 마무리한다. 자극적인 상업영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잔잔한 감정의 파동을 느끼고픈 남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힐링'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3일 개봉, 12세관람가, 상영시간 11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