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검찰이 박근혜 대통령과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유착, '만만회' 의혹 등을 제기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72)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저축은행 로비스트 유착 의혹, 비선라인 '만만회'의 청와대 인사개입 의혹 등을 제기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박지원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박 대통령의 저축은행 로비 의혹은 형사4부가 2년 넘게 수사했고, 최근 시민단체가 고발한 '만만회' 의혹 제기 관련 사건은 형사1부가 맡아 처리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을, 박태규씨 등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형법을 각각 적용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주형)에 따르면 박 의원은 지난 2012년 4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통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 대통령이 박태규씨를 만나 부산저축은행 로비를 받고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처럼 의혹을 제기,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2012년 4월5일 부산에서 녹음한 ‘나꼼수’에서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지금 구속되어 재판 받지 않습니까? 이분이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막역하게 만났다. 이건 오늘 처음 얘기하는 건데, 공개적으로는…”라고 언급, 마치 박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에 관여한 것처럼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의 인터뷰는 ‘나는 꼼수다-봉주 11회’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으로 제작, 컴퓨터 파일 형식으로 인터넷 등에서 불특정 다수가 다운로드하면서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박 의원의 공소사실에는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도 추가됐다.
박 의원은 지난 2012년 5월18일 광주 북구 민주통합당 전남도당에서 열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 대통령과 박태규씨의 잦은 만남을 지적하며 저축은행 로비 의혹을 제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당시 당직자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근혜 전 위원장이 박태규씨와 수차례 만났는데 이 만남이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의혹을 밝혀야 한다”며 “검찰은 박 전 위원장과 박태규씨와의 관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결과 박태규씨는 박 대통령과 여러차례 만남을 가진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한 로비도 받은 사실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박 대통령도 “박태규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며 의혹을 일축한 바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5월 자신과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박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박태규씨도 “박 전 위원장을 만나 로비를 벌인 적이 없는데도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박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박 의원은 2011년 7월 삼화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한 허위 사실을 제보해 중소 유전개발업체인 KMDC 이영수 회장(전 새누리당 청년위원장)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회장이 이영수라는 사람을 통해 24억원을 홍준표 의원에게 전달했고, 2010년과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사용됐다”며 당시 민주통합당 저축은행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은 우제창 전 의원을 통해 폭로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우 전 의원은 기자회견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3차례에 걸쳐 허위사실을 퍼뜨려 이 회장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 사건으로 우 전 의원은 수원지법에서 명예훼손죄로 1심 재판을 받던 중 피해자들의 처벌불원으로 지난 6월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최초 제보자인 박태규씨의 운전기사 김모씨도 지난 4월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한편 이와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는 박 대통령 비선라인 '만만회' 관련 의혹을 제기한 박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른바 '만만회'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 박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인 정윤회씨를 지칭한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라디오 프로그램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대통령의 비선라인 '만만회'가 청와대 인사에 개입한 것처럼 의혹을 제기, 박지만씨 등 관련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박 의원은 지난 6월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만회라는 비선라인이 문창극 추천을 포함해 인사와 국정을 움직이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한 신문사 인터뷰를 통해 '만만회는 정윤회 등 3인이고 김현철이 국정을 농간한 것과 같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박 의원이 박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저축은행 로비 의혹을 제기하는 등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해 정치적 이득을 챙긴 반면 허위사실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행태를 반복해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것으로 결론 냈다. 박 의원은 검찰의 소환에 20여차례 불응하는 대신 의견서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