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10일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12일 만이다.
믿기 힘든 흥행속도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이 영화는 관객 관련 모든 기록을 새로 썼다. 이제 '명량'은 전무했고, 후무할는지도 모르는 1500만 관객에 도전한다.
관심은 온통 '명량'의 스코어와 이순신과 최민식, 해상 전투장면에 쏠려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기록보유자가 있다. 1000만 영화 세 편에 출연한 첫 주연급 연기자, 류승룡(44)이다.
세 편의 영화에서 1000만 관객을 달성한 것은 송강호, 최민식, 이병헌, 설경구, 황정민도 못한 일이다.
류승룡보다 오달수가 1000만 영화 세 편에 먼저 출연하기는 했다. '변호인'(2013) '7번 방의 선물'(2013) '도둑들'(2012)이다. 하지만 오달수는 조연이다. 언제나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연기자이지만 '7번 방의 선물'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영화에서 역할이 크지 않았다.
류승룡은 다르다. '7번 방의 선물'(감독 이환경)에서 정신지체 장애를 지닌 '용구'역을 맡아 극 전체를 홀로 떠받치다시피했다. '7번 방의 선물'의 헐거운 이야기를 감동적인 드라마로 만들 수 있었던 데는 류승룡의 호연이 있었다. 과장된 연기를 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7번 방의 선물'이 코미디 장르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넘긴 것은 류승룡이라는 '짙은' 배우가 자신의 이미지를 버리고 보여준 누구보다 해맑은 미소 덕분이다.
류승룡은 이병헌과 함께 출연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2012)에서는 '7번 방의 선물'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으로 1000만 관객 달성에 성공한다. 그가 연기한 '허균'은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의 균형을 잡아줬다. 이병헌이 극의 초중반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면, 류승룡은 낮게 깔린 음성과 매서운 눈빛으로 극에 끊임없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물론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성공에는 할리우드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병헌의 공도 있고, 대중적으로 잘 짜여진 영화 시나리오의 힘도 있었다. 그리고 류승룡이 있었다. '허균'을 류승룡이 아닌 어떤 배우가 연기할 수 있을지 잘 떠오르지 않게 연기했다는 점에서 그 또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넘어서게 한 일등공신이다.
'명량'은 1000만 관객을 넘긴 류승룡의 영화 중 그의 비중이 가장 적은 영화다. 이 영화는 캐릭터로부터 힘을 빌리는 영화가 아니다. 명량해전의 드라마틱함과 극의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명량'의 핵심이다. 여기에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이 있다.
류승룡의 역할은 이순신의 카리스마에 밀리지 않는 왜군 장수의 아우라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래야 '명량'의 드라마가 무너지지 않는다. 관객이 그의 모습에서 공포를 느낄 수 있어야 후반부 해전이 힘을 얻는다. 류승룡은 이번에도 해냈다. 복수를 넘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야욕을 품은 '구루지마'를 그는 섬뜩하게 되살렸다.
분량 자체가 이순신에 비해 상대작으로 적고,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측면이 있었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류승룡은 이순신의 카리스마에 밀리지 않는 왜군 장수를 창조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