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서방 세력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혀 시선이 몰리고 있다.
7일(현지시간)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바실리 네벤쟈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러시아와 깊은 관계를 맺어왔던 국가들이 최근 러시아를 향해 제재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과 같은 지정학적 상황에서 러시아에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된 이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국의 손실을 염두에 두고 대대적인 제재에 미온적이었던 유럽연합(EU)도 날카롭게 벼른 칼을 꺼내들었다.
실제로 미국과 EU 28개 회원국은 지난달 30일 금융, 무기, 에너지 분야 등 러시아 경제 분야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경제 제재안에 합의했다. 미국과 EU가 같은날 제재안을 발표한 것도 당시가 처음이었다.
푸틴 정부는 보복을 위해 유럽으로부터의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동시에 서방에 대한 무역 보복으로 입은 자국의 피해를 막기 위해 타 국가와의 관계 진전에 나섰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날 "EU와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등을 상대로 한 식료품 수입을 중단한다"며 "대상 품목은 과일과 채소, 우유, 어류 등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현실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항공기, 선박, 자동차의 수입도 규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금수조치를 1년 간 이어가기로 했다. 관계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을 경우 기간을 늘릴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서방에는 보복을 하기 시작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타 국가들과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식품 수입 금지를 발표하고 난 후에 칠레 등 중남미 각국 대사들과 만나 식품 수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모임에서 러시아 측은 브라질에 자국으로 육류를 수출할 수 있는 업체 수를 30개에서 90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칠레 쪽에는 더 많은 식품 공급업자가 교역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5월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에너지 및 군사 협력 방안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