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치사율 90% 에볼라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의료 윤리위원회를 소집, 논의를 할 예정이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지에 따르면 WHO는 다음주 의료 윤리위원회를 불러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은 실험 단계 에볼라 치료제를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등록된 치료약이나 백신은 없는 상태다. 또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여러 종류의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아직까지도 시험 단계에 있고 임상실험은 사람이 아닌 동물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오크라이스트(BioCryst), 난코비리시데스(NancoViricides) 등의 중소 제약사와 캐나다 제약사인 테크미라(Tekmira) 등이 에볼라 백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슈는 미국 소규모 제약사인 맵(Mapp)에서 만든 '지맵(ZMapp)'이라는 실험 약물이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롯됐다. 해당 약물의 보급을 앞당기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담배와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시킨 실험용 쥐 세 마리의 항체에서 각각 추출해 만든 지맵은 에볼라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도록 돕는 치료제다.
서아프리카에서 봉사 활동 중 감염된 미국인 2명이 이를 투여받고 나서 걷거나 혼자서 샤워할 만큼 상태가 호전된 바 있다.
문제는 지맵의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밝혀진 것이 없다는 데 있다. 원숭이를 상대로도 100% 효과를 나타낸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미국 정부의 이번 지맵 사용은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원칙적으로 투약 승인은 미 보건당국(FDA)의 승인을 얻은 약품만 사용될 수 있지만, 사태의 위급성을 고려해 치료제 투약이 긴급 승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미완성 치료제를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 사용하더라도 극히 제한된 양의 치료제만 사용이 가능한 상태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선정해야 되는지 등의 문제가 논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WHO 사무차장인 마리 폴 키에니 박사는 "치사율이 매우 높지만 검증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우리는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의료 윤리학자들에게 어떤 것이 책임 있는 행동인지에 대해 권고해 달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라이베리아는 시에라리온에 이어 2번째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전 세계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1711명이며 이중 932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