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역시 황제는 황제였다. 올 시즌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타이거 우즈(39·미국)가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우즈는 18일(한국시간) 영국 머지사이드주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파72 7218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143회 브리티시오픈(디오픈· 총상금 800만 달러) 1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10위로 출발했다.
지난 3월 허리 수술을 받아 마스터스와 US오픈을 건너뛴 우즈는 앞서 세 차례나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브리티시오픈에서 안정적인 기량을 뽐내면서 큰 대회에 강한 명성을 입증했다. 우즈는 2004년과 2005년, 2006년 정상을 차지했다.
우즈는 메이저대회 통산 14승을 기록하고 있다.
앞선 퀴큰 론스 내셔널에서 복귀전을 치렀던 우즈는 이날 당시 컷탈락의 부진에서 벗어나 예전 기량을 되찾은 모습을 보였다. 보기 3개를 냈지만 6개의 버디로 만회, 쟁쟁한 골퍼들과의 뜨거운 경쟁을 예고했다.
우즈는 오랜만에 나선 메이저대회가 익숙치 않은 듯 초반 2개홀에서 연거푸 보기를 범했다. 파5홀인 5번홀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전반 9개홀을 1오버파로 마쳤다.
우즈의 진가는 후반 들어 나타났다. 11번홀에서 버디 퍼트로 분위기를 반전한 우즈는 12번과 13번홀에서 연거푸 버디에 성공, 상승세를 탔다.
기세는 14번홀에서 한 풀 꺾였다. 우즈는 4.5m짜리 파 퍼트를 놓치면서 1타를 잃었다. 잠시 주춤한 우즈는 이후 2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저력을 뽐냈다. 17번과 18번홀은 파세이브로 마무리했다.
'원조 황제' 우즈가 첫 날 공동 10위에서 자리싸움을 하는 사이 '차세대 황제' 로리 매클로이(25·북아일랜드)가 단독 선두로 나서면서 '신·구 황제' 대결 구도의 윤곽이 잡혔다.
매클로이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쓸어담는 맹타를 휘둘러 리더보드 꼭대기에 올라섰다. 단독 2위 마테오 마나세로(21·이탈리아)를 1타 차로 따돌렸다.
지난해 이 대회 컷탈락의 아픔을 간직한 매클로이는 첫날부터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회에서의 가장 좋은 성적은 2011년 기록한 공동 3위다.
이 외에도 세계 골프의 실력자들 대부분이 리더보드 첫 장에 자리하면서 대회 초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세계랭킹 1위 아담 스콧(34·호주)은 이글 1개·버디 4개·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선두 매클로이에게 2타 뒤진 공동 3위에서 역전 우승을 엿보게 됐다.
'마스터스 챔프' 스콧은 2012년 준우승, 지난해 공동 3위를 차지하는 등 이번 대회에서의 첫 우승을 위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PGA 통산 16승을 보유한 베테랑 짐 퓨릭(44·미국)도 스콧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남은 라운드에서의 기대감을 부풀렸다. 퓨릭은 1997년과 2006년 이 대회 단독 4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 밖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의 기대주 마쓰야마 히데키(22)와 '필드의 패셔니스타' 리키 파울러(26·미국)도 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계) 선수들은 중하위권에 머물며 힘겨운 출발을 알렸다. 총 8명 가운데 '코리안 탱크' 최경주(44·SK텔레콤)가 선봉에 서며 나머지 선수들을 독려하게 된 흐름이다.
이븐파 72타를 적어낸 최경주는 김형성(34·현대자동차)과 함께 나란히 공동 49위에 자리했다. 탁구 선수 안재형-자오즈민 커플의 아들로 유명한 안병훈(23)도 최경주·김형성과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