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피살된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재력가 송모(67)씨의 금전출납 장부인 ‘매일기록부’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제 식구를 감싼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검경이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의심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양상이다.
17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4일 저녁부터 송씨의 아들을 조사해 장부가 훼손된 흔적을 확인했다.
장부에 적힌 수도권의 한 지검 A부부장 검사를 비롯한 공무원들의 내역을 화이트(수정액)으로 지우거나 덧칠하고, 장부끝에 붙어있는 2~3장의 별지를 찢어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초 분석과정에서 화이트로 지우거나 칠해진 부분을 발견하고 전등에 수 회 비춰봤지만 그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변명해 현직 검사가 관련된 일이라 적당히 뭉개고 넘어가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그러자 검찰은 “증거 분석함에 있어 화이트로 지워지거나 덧칠된 부분을 칼로 긁어보는 등 훼손하는 것 자체가 증거 인멸”이라면서“송씨가 생전에 화이트를 쓴 것도 많았던데다 아들이 손을 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상황에서 (전등으로) 비춰볼 수밖에 없었다. 수사팀을 두둔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게다가 “별지 역시 송씨의 가족들에게 임의제출 받아 압수했을 당시에 없었고, 복사본을 두 개나 갖고 있던 경찰이 계속 ‘없다’고 부인하다 아들의 진술로 알게된 검찰이 수차례 요구하자 사본 1개 넘겨줬을 뿐이다. 복장이 터진다”고 호소했다.
경찰이 애초에 검찰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했다면 수사에 혼선이 빚어지진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면서 되려 검찰은 경찰이 사건의 중요 단서인 것을 인지하고도 송씨의 아들로부터 장부를 압수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의심을 품었다. 사건 발생 초기 경찰의 송씨 사무실 수색도 허술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검찰 관계자는“경찰이 중요 근거를 압수하지 않은 점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면서“지난 15일 오후 송씨의 사무실 내 짐더미 속에서 경찰이 발견하지 못한 새 장부 1부를 찾아냈고, 송씨의 가족 동의하에 임의 제출받아 압수했다”고 전했다.
130장 분량의 이 장부는 1991년부터 2006년 7월 이전까지 송씨가 직접 볼펜으로 작성한 것으로, 기존의 장부와 같은 '매일기록부'라고 제목이 적혀있고 별지도 따로 정리돼 있다. 현직 국회의원 1명이 추가로 적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장부는 2006년 7월부터 살해되기 직전인 2014년 3월1일까지 기록돼 있다.
검찰은 강서경찰이 보관 중인 나머지 1개 사본을 즉시 제출할 것을 요구한 상태로, 거부시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훼손되기 전 장부를 갖고 있으면서도 발뺌하면서 언론에 흘린 경찰도 같은 수사기관끼리 협조는 커녕 현직 시의원이 연루된 국민적 사건 수사에 차질을 끼치게 했단 지적을 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오히려 허위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스스로 수사지휘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노출했다는 시각이다.
경찰 관계자는 “혼선을 빚게 하는 사례가 차후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면서도“(사본에 대해서는) 검찰과 사실관계를 놓고 분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검찰과의 갈등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