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검찰이 피해자 송모(67)씨의 금전출납 장부인 ‘매일기록부’를 훼손한 혐의로 송씨의 아들을 입건해 조사하기로 했다. 또 송씨가 생전에 작성한 1991~2006년분 장부 1부도 추가 확보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어제(16일)까지 참고인으로 조사했던 송씨의 아들에 대한 법리검토를 거쳐 오늘 중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송씨의 아들은 경찰의 입회하에 지난 3월4일 부친이 숨진 사무실의 책상 서랍에서 장부가 있음을 확인하고선 임의 제출했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장부 전체를 사본(寫本, 원본을 그대로 베껴 서류화)해 원본은 가족에게 그대로 돌려줬다.
이후 경찰은 6월19일 송씨의 아들로부터 장부를 다시 제출받아 7월2일에 반환했다.
장부에는 송씨가 수도권의 한 지검 A부부장 검사와 경찰관 5명,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회 의원과 현직 국회의원 1명, 법원·세무·구청 공무원 등에게 건넨 돈의 액수와 용도, 날짜 등 로비 정황이 담겨 있다.
송씨의 아들은 경찰로부터 장부를 돌려받아 검찰에 임의제출하기 직전인 7월 2~3일 사이에 화이트(수정액)으로 A검사를 비롯한 공무원의 상납 내역을 지웠다. A검사가 9차례에 등장하는 장부 끝에 붙어있던 2~3장의 별지도 찢어서 폐기했다.
송씨의 아들은 검찰 조사에서 “송씨가 생전에 친했던 A 검사를 비롯한 공무원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23회에 걸쳐 지웠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피해자 유족이더라도 증거인멸한 행위에 대해서는 입건해 철저히 수사하는게 옳다고 판단했다”면서“증거 인멸 과정에서 공모한 자가 있는지는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A 검사를 비롯한 수십명의 공무원들이 송씨의 아들에게 장부 내역을 삭제해줄 것을 부탁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경찰이 사건의 중요 단서인 것을 인지하고도 송씨의 아들로부터 장부를 압수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에 혼선을 초래한 서울경찰청과 강서경찰서간 수사 지휘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는지도 짚어볼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경찰이 중요 근거를 압수하지 않은 점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면서“경찰이 강력송치사건에 관한 일체 자료를 (진작에 넘겼더라면 이런 일은) 애시 당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 15일 오후 송씨의 사무실을 수색, 기존의 장부와 다른 장부 한 부도 발견·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송씨 사무실 내 짐 더미 속에서 경찰이 발견하지 못한 새 장부를 찾아냈으며, 송씨의 가족 동의하에 임의제출 받아 압수했다”고 말했다.
130장 분량의 이 장부는 1991년부터 2006년 7월 이전까지 송씨가 직접 볼펜으로 작성한 것으로, 기존의 장부와 같은 '매일기록부'라고 제목이 적혀있고 별지도 따로 정리돼 있다.
기존의 장부는 2006년 7월부터 살해되기 직전인 2014년 3월1일까지 기록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새 장부를 좀 더 분석해봐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송씨가 가장 많은 돈 거래를 했다고 적힌 것은 김 의원(5억2000만원)이었다. 송씨와 이해관계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살인교사 혐의를 입증하는 정황증거는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