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한 차례씩 쓰디쓴 패배를 경험한 브라질과 네덜란드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외나무 다리에서 격돌한다.
브라질과 네덜란드는 오는 13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이스타지우 나시오날에서 2014브라질월드컵 3·4위 결정전을 치른다.
우승을 향해 승승장구하던 남미와 유럽의 축구 강자들이 준결승에서 쓰러졌다.
패배 후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지만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명예 회복의 기회가 걸린 3·4위 결정전이 남았다. 우승의 꿈이 깨진 상황에서도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이유다.
브라질은 여전히 충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벨루오리존치의 이스타지우 미네이랑에서 벌어진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1-7 참패를 당했다.
64년 만에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통산 6번째 우승을 노렸지만 그 꿈은 처참하게 깨졌다.
브라질은 안방에서 펼쳐졌던 1950브라질월드컵 결승전에서 우루과이에 1-2로 졌다. 당시 패배는 경기장(이스타지우 마라카낭)의 이름을 따 '마라카낭의 저주'로 불린다. 이번 준결승전 이후 '미네이랑의 저주'가 추가됐다.
누구도 상상도 하지 못한 결과였다. 선수도 울고 국민들도 울었다. 브라질 일부 지역에서는 난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슬픔에 잠긴 국민들을 위해 그리고 '축구 최강국' 브라질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 브라질에 이번 경기는 단순한 순위결정전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8강전에서 부상을 당해 '월드컵 아웃' 판정을 받은 네이마르(22·FC바르셀로나)의 공백이 여전히 크다.
준결승에서 베르나르드(22·샤흐타르 도네츠크)가 네이마르의 자리를 대신했지만 기량차가 컸다. 에이스가 빠지자 브라질 특유의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수비의 핵이자 팀의 주장인 치아구 시우바(30·파리생제르맹)가 복귀하는 점은 호재다. 독일에 7골을 내주며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수비수들에게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할 전망이다. 그가 결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의 최대 강점은 수비력이었다.
사상 첫 월드컵 우승에 도전했던 네덜란드는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석패했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2-4로 졌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을 5-1로 제압한 네덜란드는 단숨에 우승 후보 1순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토너먼트에 돌입한 뒤부터는 조별리그에서 선보였던 막강한 화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선 수비 후 역습이라는 공격 전술이 시간이 갈수록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아리언 로번(30·바이에른 뮌헨)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빠른 발과 화려한 드리블 능력을 자랑하는 그는 매 경기마다 상대 수비수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반면 로번과 콤비를 이루고 있는 로빈 판 페르시(31·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활약은 아쉽다. 조별리그 과정에서 3골을 넣었지만 토너먼트에 와서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크고작은 부상에 최근 복통까지 겹쳐 컨디션이 좋지 않다.
경기를 꿰뚫어보는 능력이 탁월한 루이스 판 할(63) 네덜란드 감독의 '매직 용병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최고의 스타 감독으로 거듭났다.
브라질과 네덜란드는 지금까지 10차례 맞붙어 3승4무3패씩을 나눠가졌다. 월드컵 전적에서는 2승1무1패로 네덜란드가 앞서 있다. 이번 경기 승자가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