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8 (목)

  • 맑음동두천 4.4℃
  • 맑음강릉 11.4℃
  • 맑음서울 5.0℃
  • 맑음대전 6.8℃
  • 맑음대구 8.4℃
  • 맑음울산 9.2℃
  • 맑음광주 8.8℃
  • 맑음부산 11.9℃
  • 맑음고창 7.8℃
  • 맑음제주 12.0℃
  • 맑음강화 4.5℃
  • 맑음보은 4.3℃
  • 맑음금산 3.8℃
  • 맑음강진군 10.5℃
  • 맑음경주시 9.3℃
  • 맑음거제 9.7℃
기상청 제공

문화

[갤러리]조각가 최종태 회고전

URL복사


일흔
시간만큼 깊은, 거장의 경지



고희기념 회고전에서 만난 조각가 최종태



해방 후 성장한 1세대 조각가 최종태의 고희기념 회고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석재, 청동, 목재 조각에서부터
파스텔, 매직, 판화 등 다양한 매체의 얼굴작품들을 근작 중심으로 140여점 선보였다.

최종태 조각은 정면의 직선적 느낌과 측면의 양감을 동시에 갖고 있어 한 작품에서 다양한 감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 정면의 날렵한
긴장감은 측면의 도톰한 곡선으로 중화되면서 종교적인 안정감을 잃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조형적 탐구의 산물이 ‘얼굴’이라 하더라도, 여기에는 작가의 내면과 세계 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조각들마다 표정이 다르고, 시대상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지니는 것도 이 때문이다. 70, 80년대 작품이 어두운 데 비해, 최근의 조각들은 밝다. 이 밝음에는 ‘부정을 뛰어
넘고 체득한, 삶에 대한 긍정’이 상당한 깊이로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김종화 가나아트갤러리 이사는 “선생은 어떤 구호를 형상화하는 조각을 한 적이 없다. 목적성을 가진 적이 없다는 뜻이다. 선생의
사상에 깊이가 더해지면서 타인의 시각과 합일점에 이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이다.”

전시장에서 관람을 끝내고 조각가 최종태를 만났다. 경건하게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며 천진난만한 순수성이 그의 얼굴 작품들과 닮았다.
절대 진리와 휴머니즘을 좇는 구도자적 철학도 작품과 일치를 이룬다. 그에게 예술은 삶 그 자체이며 종교이자, 삶과 종교가 또 예술임이 분명하다.


- 조각의 경우 줄기차게 얼굴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얼굴’에 천착하는 이유가 있나?

70년대 전반부터 얼굴을 소재로 작업해왔다. 어떤 작업을 해야겠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다.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얼굴을 계속 하게
되었다.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이 아니었나 싶다. 얼굴은 인간의 포인트다. 인간을 얼굴로 표현한 것이다.



- 최근들어 조각들의 표정이 밝아진 느낌이다.


그렇다. 70, 80년대 얼굴 조각들은 슬픈 표정이나 독한 표정이 많았다. 소설가 게오르그가 ‘세상이 병들었을 때 시인의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는데, 그때는 시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암울했던 모양이다. 90년대 들어 환갑을 맞았고 마음의 안정도 찾았다. 60을 이순이라고 하지
않나.

이순은 들려오는 소리를 따른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하늘에서 시키는 바를 따른다는 뜻 아니겠는가. 욕심 내지 않고 무엇을 애써 하고자
하지도 않고 거짓 없이 하늘의 소리를 좇으니 마음의 고민이 해소되었다. 그러자 형태도 편안해진 것 같다.



- 정면은 선처럼 얇으면서 측면은 양감이 느껴지는 형태적 특성이 일관되게 보인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그것 역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술사를 더듬어 볼 때 아주 생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유에 변화를 주어 또 하나의 유를 창조할 뿐이다.

이집트 미술의 측면성이라던가 운주사 와불의 납작한 형태, 모딜리아니 조각의 평면성 등을 내 작품도 무의식적으로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이 조각의 형태가 물고기를 연상시킨다고 하기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물고기는 물의 압력으로 납작한 모양을 하고 있다. 내 조각의 인물들은
세상으로부터의 압력과 긴장 속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직립이란 형태 또한 세상과 대결하며 참선하는 인물상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 작품 활동에서 특별한 영감을 얻는 것이 있나.

느낌이 크게 작용한다. 미술사를 연구하며 구상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마음이 가는 쪽을 선택한다. 음악가 카잘스가 행복의 비법에 대해 ‘마음에서
오는 소리를 따라가라’라고 말했다는데 옳은 말이다. 영감이란 없다. 그것이 영감일 수도 있겠다.



- 브론즈, 파스텔, 매직, 연필, 판화 등 다양한 매체적 실험을 하고 있다.

그 또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좇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판화 같은 경우에도 조각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흥미를 느껴 안으로 당길 때 힘을 주는 조선식으로 판각을 제대로
배웠다.

파스텔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재미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파스텔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곁에서 함께 하다가 파스텔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70년대 초반만 해도 국산 파스텔이 형편없어서 작업에 무리가 따랐다. 매직은 장욱진씨 집에 갔다가 하게 되었다. 당시 장욱진씨가
매직을 썼다.

매직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독특해 보였다. 괜찮은 것 같아서 나도 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드러내기를 꺼려하나 보던데 나는 자랑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계보를 잇는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여러 가지 매체에 접근해 보는 것은 즐겁다. 판화 같은 경우는 기법적 유희에 빠지는 것 같아 중단했다. 정신의 표현인 ‘기’가 아니라 ‘교’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서이다.



-
스승 김종영은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이다. 하지만 선생은 수제자이면서도 추상이 아닌 구상의 길을 선택했다.


당시 젊은 미술학도들에게 추상 조각은 시류였다. 하지만 나는 추상의 길을 따르지 않았다. 그대로 좇다가는 스승의 그늘에 묻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스승의 기를 고스란히 전수 받았다. 하지만 형태적 길은 달랐다.

어릴적에 ‘레미젤라블’을 읽고 큰 감회를 받았다. 그 후로 도덕적 휴머니즘 등 위고의 사상에 깊이 빠졌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은 종교적
성격이 강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14편 영화와 함께하는 한국사 수업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영화와 함께하는’ 첫 번째 시리즈로 발간됐던 ‘영화와 함께하는 한국사’가 개정돼 새로 출간됐다. 2021년 처음 발간된 ‘영화와 함께하는 한국사’는 전근대 시기를 다룬 4편의 영화와 근현대 시기를 다룬 8편의 영화를 활용한 역사 수업을 제시했다. 이번에 발간되는 ‘영화와 함께하는 한국사’ 개정증보판은 전근대 영화인 ‘자산어보’와 근현대 영화인 ‘서울의 봄’을 추가해 쉽고 재미있는 한국사 수업을 제시했다. 영화와 함께하는 역사 수업을 고민하는 교사, 영화와 함께 재미있게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청소년, 그리고 역사 상식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영화와 함께하는 한국사’는 영화마다 영화의 기본 정보와 함께 영화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이 역사서에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 교과서에는 어떻게 구현돼 있는지 살펴보고 팩트 체크 코너를 통해 그 내용을 영화가 얼마나 역사적 상황과 맥락에 맞게 그려냈는지 분석하고 있다. 이어 선정된 영화를 통해 어떤 역사적 맥락과 상황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며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지 질문과 함께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무대나 역사적 배경이 됐던 곳, 영화 속 역사적 인물을 만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