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20 (토)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문화

[갤러리]조각가 최종태 회고전

URL복사


일흔
시간만큼 깊은, 거장의 경지



고희기념 회고전에서 만난 조각가 최종태



해방 후 성장한 1세대 조각가 최종태의 고희기념 회고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석재, 청동, 목재 조각에서부터
파스텔, 매직, 판화 등 다양한 매체의 얼굴작품들을 근작 중심으로 140여점 선보였다.

최종태 조각은 정면의 직선적 느낌과 측면의 양감을 동시에 갖고 있어 한 작품에서 다양한 감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 정면의 날렵한
긴장감은 측면의 도톰한 곡선으로 중화되면서 종교적인 안정감을 잃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조형적 탐구의 산물이 ‘얼굴’이라 하더라도, 여기에는 작가의 내면과 세계 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조각들마다 표정이 다르고, 시대상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지니는 것도 이 때문이다. 70, 80년대 작품이 어두운 데 비해, 최근의 조각들은 밝다. 이 밝음에는 ‘부정을 뛰어
넘고 체득한, 삶에 대한 긍정’이 상당한 깊이로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김종화 가나아트갤러리 이사는 “선생은 어떤 구호를 형상화하는 조각을 한 적이 없다. 목적성을 가진 적이 없다는 뜻이다. 선생의
사상에 깊이가 더해지면서 타인의 시각과 합일점에 이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이다.”

전시장에서 관람을 끝내고 조각가 최종태를 만났다. 경건하게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며 천진난만한 순수성이 그의 얼굴 작품들과 닮았다.
절대 진리와 휴머니즘을 좇는 구도자적 철학도 작품과 일치를 이룬다. 그에게 예술은 삶 그 자체이며 종교이자, 삶과 종교가 또 예술임이 분명하다.


- 조각의 경우 줄기차게 얼굴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얼굴’에 천착하는 이유가 있나?

70년대 전반부터 얼굴을 소재로 작업해왔다. 어떤 작업을 해야겠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다.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얼굴을 계속 하게
되었다.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이 아니었나 싶다. 얼굴은 인간의 포인트다. 인간을 얼굴로 표현한 것이다.



- 최근들어 조각들의 표정이 밝아진 느낌이다.


그렇다. 70, 80년대 얼굴 조각들은 슬픈 표정이나 독한 표정이 많았다. 소설가 게오르그가 ‘세상이 병들었을 때 시인의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는데, 그때는 시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암울했던 모양이다. 90년대 들어 환갑을 맞았고 마음의 안정도 찾았다. 60을 이순이라고 하지
않나.

이순은 들려오는 소리를 따른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하늘에서 시키는 바를 따른다는 뜻 아니겠는가. 욕심 내지 않고 무엇을 애써 하고자
하지도 않고 거짓 없이 하늘의 소리를 좇으니 마음의 고민이 해소되었다. 그러자 형태도 편안해진 것 같다.



- 정면은 선처럼 얇으면서 측면은 양감이 느껴지는 형태적 특성이 일관되게 보인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그것 역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술사를 더듬어 볼 때 아주 생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유에 변화를 주어 또 하나의 유를 창조할 뿐이다.

이집트 미술의 측면성이라던가 운주사 와불의 납작한 형태, 모딜리아니 조각의 평면성 등을 내 작품도 무의식적으로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이 조각의 형태가 물고기를 연상시킨다고 하기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물고기는 물의 압력으로 납작한 모양을 하고 있다. 내 조각의 인물들은
세상으로부터의 압력과 긴장 속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직립이란 형태 또한 세상과 대결하며 참선하는 인물상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 작품 활동에서 특별한 영감을 얻는 것이 있나.

느낌이 크게 작용한다. 미술사를 연구하며 구상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마음이 가는 쪽을 선택한다. 음악가 카잘스가 행복의 비법에 대해 ‘마음에서
오는 소리를 따라가라’라고 말했다는데 옳은 말이다. 영감이란 없다. 그것이 영감일 수도 있겠다.



- 브론즈, 파스텔, 매직, 연필, 판화 등 다양한 매체적 실험을 하고 있다.

그 또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좇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판화 같은 경우에도 조각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흥미를 느껴 안으로 당길 때 힘을 주는 조선식으로 판각을 제대로
배웠다.

파스텔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재미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파스텔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곁에서 함께 하다가 파스텔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70년대 초반만 해도 국산 파스텔이 형편없어서 작업에 무리가 따랐다. 매직은 장욱진씨 집에 갔다가 하게 되었다. 당시 장욱진씨가
매직을 썼다.

매직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독특해 보였다. 괜찮은 것 같아서 나도 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드러내기를 꺼려하나 보던데 나는 자랑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계보를 잇는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여러 가지 매체에 접근해 보는 것은 즐겁다. 판화 같은 경우는 기법적 유희에 빠지는 것 같아 중단했다. 정신의 표현인 ‘기’가 아니라 ‘교’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서이다.



-
스승 김종영은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이다. 하지만 선생은 수제자이면서도 추상이 아닌 구상의 길을 선택했다.


당시 젊은 미술학도들에게 추상 조각은 시류였다. 하지만 나는 추상의 길을 따르지 않았다. 그대로 좇다가는 스승의 그늘에 묻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스승의 기를 고스란히 전수 받았다. 하지만 형태적 길은 달랐다.

어릴적에 ‘레미젤라블’을 읽고 큰 감회를 받았다. 그 후로 도덕적 휴머니즘 등 위고의 사상에 깊이 빠졌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은 종교적
성격이 강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내란전담재판부, 공정 재판 vs 입법독재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여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위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에서는 그동안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공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강력 추진하고 있으며, 야당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사법권의 독립과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 될 위험성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당,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발의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1·2심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명의 법관으로 구성된다. 관련 사건을 맡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법관’ 판사 3명도 추가 임명하기로 했다. 내란전담재판부·영장전담법관 추천은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맡고, 후보추천위원은 법무부 1명, 법원 판사회의 4명, 대한변호사협회 4명씩 추천으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법안에는 위헌 논란이 있던 ‘국회 추천’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됐던 판사의 구성 추천 권한을 국회가 갖는 것은 삼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BTF 푸른나무재단, 한국최초! 바티칸 교황청 초청으로 AI 시대 청소년 보호 제안 연설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BTF 푸른나무재단(이사장 박길성)이 유일한 한국 연사이자 전 세계 NGO 최초로 2025년 9월 11일~12일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 교황청 신학학술원 국제세미나에 공식 초청받아 패널 연사로 발표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임명받은 안토니오 스타글리아노 교황청 신학학술원장에게 직접 초청을 받았다. 교황청 국제세미나는 “창조, 자연, 환경, 평화로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전 세계 종교·학계·문화·시민사회 인사들이 모여 인류와 피조물의 공동선을 위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개최되었다. 세미나는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 추기경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교황이 AI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와 같이 21세기의 도덕적 위기에 함께 맞서며 평화롭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국제적 협력과 피조물(생명)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BTF 푸른나무재단 박길성 이사장은 ‘피조물의 찬가 –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옹호(청소년 위기 문제)’ 세션에서 발표자로 나서, 지난 30년간의 재단 활동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청소년 보호와 AI 시대의 새로운 폭력 대응 과제의 시급성을 공유하며, 국제사회에 새로운 규범 마련을

문화

더보기
추석 연휴 끝자락 ‘여유작 콘서트’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오는 10월 8일부터 9일까지 보름달처럼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추석 연휴 끝자락에 ‘여유작 콘서트’를 개최한다. ‘여유작 콘서트’는 가을 하늘 아래 국악마당에서 열리는 야외 힐링 콘서트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가족 나들이객과 외국인 관광객, 인근 주민 등 다양한 관객층이 자유롭게 앉아 공연을 감상하며, 도심 속에서 국악을 더욱 친근하게 누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공연에는 대중 친화적인 색깔로 사랑받고 있는 두 팀이 무대에 오른다. 먼저 10월 8일 무대에 오르는 삼산은 고향 삼산면에서 이름을 따온 싱어송라이터로, 미디 사운드에 가야금, 해금 등 한국적 색채를 더해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재치 있는 가사와 개성 있는 스타일로 주목받는 신예 국악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9일에는 ‘듣는 이의 마음(心)을 풀어주고 채워주는(Full) 음악을 한다’는 의미를 담은 심풀이 무대를 꾸민다. 심풀은 소리꾼 3인(김주원, 박유빈, 김소원)과 해금(서지예), 타악(강경훈), 건반 연주자(김세움)로 구성된 판소리 그룹으로,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감각으로 전통 판소리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일 안 해도 돈 준다’…청년 실업 대책, 계속되는 엇박자
‘청년 백수 120만’ 시대를 맞아 정부가 청년 고용 확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올해부터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강력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백수’는 대한민국에서 15~29세 청년층 중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는 실업자는 아니지만, 실직 상태이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또는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쉬었음’ 인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지난 2월 통계청 발표에서 전년보다 7만여 명 이상 늘어난 120만7천 명에 달했다. 이중 실업자는 약 27만 명, 취업준비자 약 43만 명, ‘그냥 쉬었음’이 약 50만 명으로 그냥 쉰다는 ‘쉬었음’ 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쉬었음’ 인구는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는 공식적인 용어로 일할 의사나 능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의 청년(쉬었음 청년, 구직 청년, 일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데 자칫 일 안 해도 정부가 수당도 주고, 각종 지원도 해준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