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 행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유병언 측근 8명에 대한 첫 번째 공판이 인천지법 413호에서 열렸다.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등 대부분의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범죄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으로 도망간 김필배 씨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은 유병언 회장을 겨냥해 “도피가 장기화 할수록 죄의 무게가 늘어간다. 추종자만 희생시키는 것은 정당화 할 수 없다”고 압박했다.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재욱)는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등 8명에 대한 첫 번째 공판을 열고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공판의 피고인은 송국빈 대표와 박승일(55) 아이원아이홀딩스 감사, 이재영(62) ㈜아해 대표, 이강세(73) ㈜아해 전 대표, 변기춘(42) 천해지 대표, 고창환(67) 세모 대표, 김동환(48)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 오경석(53)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대표 등이다.
대다수의 피고인들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미국으로 도주한 김필배 문진미디어 대표가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했다.
변기춘 대표 변호인은 “공소사실 대부분은 인정하지만 유상증자와 합병은 회계자료의 객관적 평가에 따라 진행된 것이어서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면서 “프랑스 사진 전시회도 동영상을 보고 사업가능성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오경석 대표 측 변호인은 “계열사 자금이 선급금 명목으로 지급된 부분은 인정하지만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면서 “배임에 해당하는지는 추후 다뤄보겠다”고 밝혔다.
송국빈 다판다 대표와 김동환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다만 김 이사 측 변호인은 “김필배씨 지시를 어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던 점을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이날 공판에서 유병언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검찰 측은 모두진술을 통해 “세월호가 침몰해 30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하는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 사고로 현재 추종자들만 희생되고 있으며, 이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월 20일 인천지검은 재산상 배임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검찰은 책임 있는자들은 기소했고 다른 사람들도 다 순순히 조사를 받고 있지만 유병언 회장은 현재 도피중이다. 사건이 장기화 할수록 추종자와 사회시선에 대한 죄의 무게는 늘어간다. 추종자만 희생시키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을 정식 공판기일이 아닌 준비기일로 정하고, 다음 달 9일부터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재판을 열 계획이다.
한편 송국빈 다판다 대표 등 8명은 청해진 해운 관계사의 대표이사 등 임원으로 일하면서 유씨 일가를 위한 컨설팅 비용, 고문료, 상표권료, 사진 값 등의 명목으로 30억∼210억원 상당의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