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세월호의 실질적인 선주인 유병언(73·지명수배)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주 작전을 총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김엄마(김명숙·59·여)와 신엄마(신명희·64·여)가 동시에 잠적하면서 검찰의 속을 태우고 있다.
두 사람은 검찰의 지명수배 사실이 알려진 뒤 행적이 묘연해졌다. 구원파 측에서도 정확한 소재지를 모른다며 함구하고 있다. '두 엄마'가 오랜 기간 은둔에 들어갈 경우 유 전 회장의 행적도 동시에 오리무중에 빠질 공산이 크다.
검찰 안팎에서는 23년 전 오대양 사건의 핵심 인물 송재화(당시 45세·여)씨처럼 지명수배까지 해놓고 못 잡는 전례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김씨는 이재옥(49·의과대학 교수)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이 구속된 후 금수원 안에서 전체 상황을 컨트롤하며 도주 작전을 총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검찰의 두 번째 압수수색 직전 금수원을 빠져나갔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평신도어머니회의 간부급인 신씨는 구원파 내에서 입김이 센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헌금 등을 관리하며 유 전 회장의 재산관리에 깊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평신도였던 김한식(72·구속기소)씨가 청해진해운 대표를 맡는 과정에서 인사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교단 내 영향력이 급감해 4월 말 금수원을 이미 나갔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두 엄마가 유 전 회장의 비리를 파헤칠 수 있는 핵심 인물로 보고 행적을 캐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이 때문에 두 엄마의 행방을 둘러싸고 각종 설(說)이 불거지고 있다.
일단 가장 유력한 건 '단순 잠적' 가능성이다.
김씨와 신씨는 유 전 회장의 도주계획을 이끌어온 만큼 잠적, 은신에 관해선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경의 웬만한 추적이나 수사망을 피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엄마'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와 유 전 회장에 대한 신앙심과 충성심이 높은 강경파라는 점도 오랜 잠적생활을 이어가는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경이 유 전 회장이 국내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김씨와 신씨의 '동반 밀항'은 희박해 보인다.
구원파 차원의 '보호은신' 가능성도 있다.
구원파 신도 수가 수 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김씨와 신씨가 검경의 추적을 피해 구원파 관련 거소에서 철저히 비호받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두 사람이 구원파 내에서 유 전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만큼 구원파 입장에서는 이들을 감싸고 보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강한 질책으로 검경의 명운이 걸린 이 시점에 '두 엄마'가 붙잡힐 경우 유 전 회장 뿐만 아니라 구원파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구원파 신도들이 더 철저히 숨겨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두 사람이 구원파 내부의 사정을 잘 아는 핵심 인물이란 점에서 검경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 구원파 입장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두 엄마의 잠적을 놓고 23년 전 검찰의 오대양 사건 재수사 당시 지명수배됐던 송재화씨와 비교하기도 한다. 송씨는 교묘히 포위망을 빠져나가 '송귀신' '송여우' 등으로 불렸다.
송씨는 유 전 회장의 자금모집책이자 비서노릇을 했다. 검찰이 1991년 오대양 사건을 수사할 당시 송씨는 오대양 대표 박순자씨와 ㈜세모 유병언 사장, 구원파간 상관관계를 풀어줄 수 있는 핵심 연결고리로 지목됐다.
당시 검경이 현상금 500만원과 1계급 특진을 내걸고 추적했지만 10개월간 구원파 소유의 식당과 농장, 신도 자택 등에서 은둔하며 유 전 회장이 기소될 때까지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92년 5월 유 전 회장 상습사기사건 항소심에 돌연 모습을 나타내 '유병언씨를 모르고 돈도 전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증언으로 유 전 회장과 오대양사건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송씨는 법정에서 증언 후 검찰에 체포된 뒤 92년 11월 법원에서 위증 혐의로 징역 1년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