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1 (일)

  • 맑음동두천 1.1℃
  • 맑음강릉 6.5℃
  • 맑음서울 1.7℃
  • 맑음대전 3.6℃
  • 구름조금대구 4.7℃
  • 구름많음울산 4.0℃
  • 맑음광주 4.3℃
  • 구름조금부산 6.5℃
  • 맑음고창 2.9℃
  • 구름조금제주 6.4℃
  • 맑음강화 0.6℃
  • 맑음보은 2.6℃
  • 맑음금산 3.5℃
  • 맑음강진군 4.8℃
  • 구름조금경주시 4.2℃
  • 맑음거제 4.6℃
기상청 제공

문화

[영화]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나비>

URL복사

암울한 미래도시에서 희망찾기




상처와 치유에 대한 한 편의 詩 같은 영화<나비>



인간의 존재는
기억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고민으로 힘겨워하던 모습을 상기해 본다면 이 말이 쉽게
수긍될 것이다. 그렇다면 기억을 모조리 지우는 것은 자기 존재를 완벽하게 부정하는 방법이 된다.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점철된 과거를 지닌 <나비>의 안나는 기억의 완전한 삭제를 위해 한국의 어느 도시에 왔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 도시에는 잊고 싶은 기억만을 지워주는 ‘망각의 바이러스’가 있다.

안나를 안내하는 바이러스 가이드 유키와 고아 출신의 택시 운전사 K. 그들도 각각 안나처럼 상처를 지니고 있지만 그녀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출산을 고통으로 기억하는 안나와 달리 납중독에 임신 7개월째인 유키는 아기를 희망이요 기적이라고 부른다. K는 기억을 지우려는 안나와 반대로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줄 누군가를 간절히 찾고 있다.

그들은 닮은 듯 다른 서로의 삶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아간다. 상처란 단순히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통을 껴안고 타인에 대해
마음을 열 때 치유되는 것임을 안나는 점차 깨닫는다.

산성비가 줄곧 내리고, 납중독 환자가 득실대는 음울한 도시 분위기 사이에 감독은 양수처럼 아늑한 물 속, 갓 태어난 아기, 산성비를 씻겨주는
서로의 손길 같은 이미지들을 배치해 인물들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어두운 미래 도시는 서울의 낯익은 거리를 그대로 디지털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망각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도시는 “순간적인 자극만을 좇는
하루살이 같은 삶이 득실대는 서울”에 대한 비유라고 감독은 말한다. 감독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현재 서울에서 살아가는 상처받은 사람들에
대한 위로인 것이다.

<나비>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어 국내외 평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제5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는 신인배우
강혜정이 여우주연상을,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는 젊은 비평가상과 함께 김호정에게 여우주연상이 주어졌다. 안나역을 맡은 김호정의 섬세한 연기는
‘표정으로 많은 말을 하려했던’ 감독의 의도를 실현시켜 주었다.

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의 변화에 대한 서사적인 설득력이 약하지만, 이 영화는 서사보다 이미지를 따라가는 즐거움이 강한 환타지이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면 기억과 존재, 절망과 희망, 상처와 치유, 인간 소통에 대한 한편의 시를 읽은 기분이 된다.









인터뷰

“현재의 서울은 이미 디스토피아적이다”




<나비>의 문승욱 감독

1968년
서울출생으로 폴란드 우츠 국립영화학교를 졸업했다. 재학시절의 연출작품 <어머니>(1994), <오래된 비행기>(1995)는
제2회 서울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과 예술 공헌상, 제3회 서울단편영화제 예술공헌상을 수상했다. 한국과 폴란드 합작 장편 극영화
<이방인>(1997)을 마지막으로 폴란드에서 귀국했다. <나비>는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다.


- 인물들을 무척 가깝게 조망하고 있다. 어떤 의도인가.

저는 이 영화가 한 폭의 인물화가 되길 원했어요. 인간들의 표정만큼 많은 것을 표현하는 것도 없다고 봐요. 그 속에는 삶의 몸부림과
애환, 기쁨이 모두 녹아있죠. 얼굴이 과다하게 클로우즈업되고, 그래서 답답한 느낌도 있겠지만… 극단적인 형식으로 표정들을 잡아보고
싶었습니다.

- 출산, 물, 흉터 등 반복되는 이미지가 상징하는 것은

관념적인 상징이죠. 흉터는 흔히 상처를 의미하지 않습니까. 출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상처가 출산이라고 생각했죠.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는 수단으로 물이 등장합니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궁 속 같은 태초의 영역에서
인간은 흔히 안식을 찾죠. 물은 양수, 즉 자궁의 이미지로 연결되어 인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매체로 설정된 것입니다.

- 일반적인 로드무비와 달리 이 영화 속 인물들은 같은 공간을 계속 맴도는 느낌이다.

네, 맞아요. 인간의 삶이 그렇지 않습니까. 지루한 반복의 연속이죠. 흔히 인생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 <나비>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미래를 나타내는 세부적인 장치는 거의 없다. 의도적인 것인가?

물론입니다. 저는 현재의 서울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미래를 배경으로 한 것은 현재의 서울이 이미 디스토피아적이기 때문이죠.
제가 보기에 서울은 무척 기계화, 통제화 된 도시입니다. SF영화에 통상 배경이 되는 도시처럼 말이죠.











스무살, 섹스말고도 할 말은 많다



고양이를 부탁해


감독
: 정재은 / 주연 : 배두나, 이요원, 옥지영


청춘을 다루었던 영화들은 ‘성’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 영화들이 스무 살을 ‘구경하기 위한’ 영화에 불과했던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에서 <고양이를 부탁해>는 시작되었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가장 보편적인 스무 살을 보여주는 영화다.

착하지만 엉뚱한 태희(배두나), 예쁜 깍쟁이 혜주(이요원), 그림을 잘 그리는 지영(옥지영), 명랑한 쌍둥이 비류(이은실)와
온조(이은주)는 단짝친구들. 늘 함께였던 그들이지만 스무 살이 되면서 길이 달라진다. 증권회사에 입사한 혜주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야심을 키우고 미술에 재능이 있는 지영은 유학을 꿈꾼다.

한편 태희는 봉사활동에서 알게 된 뇌성마비 시인을 좋아하는데. 어느 날 지영이 길 잃은 새끼 고양이 티티를 만나면서 스무 살
그녀들의 삶에 고양이 한 마리가 끼여들게 된다.

고양이는 스무살 여자아이들의 감성과 가장 많이 닮은 동물. 감독은 집이 요구하는 길들여진 삶과, 거리와 사회가 요구하는 야생생존의
법칙, 그 사이에 스무 살을 위치 지었다.




두 소년의 자전거 쟁탈전



북경자전거


감독
: 왕 샤오슈아이 / 주연 : 츄이 린, 리빈


순수한 시골 소년 구웨이(츄이 린)는 배달을 위해 대여 받은 실버 자전거에 마음이 설렌다. 돈을 벌어 그 자전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결심을 하는 구웨이. 갖은 고생 끝에 돈을 모았을 무렵, 자전거를 도둑맞게 된다. 구웨이는 자전거를 찾아 나서고, 결국
어떤 소년이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을 목격한다.

그는 베이징 도시의 뒷골목에 살고 있는 지안(리빈)이다. 불행한 가정환경 때문에 비뚤어진 생활을 하는 소년. 얼마 전 중고 시장에서
산 실버자전거를 유달리 아낀다.

어느날 한 소년이 자신의 자전거를 훔치려는 모습을 목격한 지안은 친구들과 함께 그 소년을 잡아 두들겨 팬다. 도둑 구웨이는 그
자전거가 원래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경자전거>는 자전거를 둘러싼 두 소년의 쟁탈전을 통해 베이징의 변화와 중국의 정서, 인생에 대한 열정 등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2001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크게 호평을 받았던 영화로 은곰상과 신인 배우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정춘옥 기자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대법원 예규 제정에도 여야 내란전담재판부 정면충돌...“연내 설치법 처리”vs“명분 없다...중단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지만 여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임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제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며 관련 법률안의 국회 통과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내란재판과 내란청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신속한 내란 종식과 제2의 지귀연 같은 재판부 원천 차단을 위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는 12·3 내란 이후 1년이 넘도록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책무인 내란청산을 외면해 왔다. 지귀연 재판부의 노골적인 늑장 재판을 방치한 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며 “예규 하나로 내란재판 지연과 사법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김예지 의원, 의료인 단체 자율징계권 명시...국가의 행정처분 등과 연계 법률안 대표발의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의료인 단체 자율징계권을 명시하고 그 결과를 국가의 행정처분 등과 연계하는 법률안이 발의됐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비례대표, 보건복지위원회, 재선, 사진)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의료법 제28조(중앙회와 지부)제1항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및 조산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각각 전국적 조직을 두는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 및 조산사회(이하 ‘중앙회’라 한다)를 각각 설립하여야 한다”고, 제66조(자격정지 등)제1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제65조제1항제2호의2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의료기술과 관련한 판단이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는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수 있다. 1.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 2.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때”라고, 제68조(행정처분의 기준)는 “제63조, 제64조제1항, 제65조제1항, 제66조제1항에 따른 행정처분의 세부적인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