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며칠 전부터 피우기 시작했어요."
박기원(63)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최근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2014시즌이 시작되면서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지난달 31일 네덜란드와의 2014월드리그 2주차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0-3으로 졌다. 높이는 물론 수비와 조직력 등 여러 면에서 상대에 뒤진 완패였다.
그러나 다음날 대표팀은 거짓말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3-1로 설욕에 성공했다. 네덜란드를 상대로 21년 만에 거둔 뜻깊은 승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체코와의 3주차 경기를 치를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의 박 감독 얼굴은 밝지 않았다. 승리의 기쁨은 하루만에 잊은 눈치였다.
박 감독은 "이겼지만 만족스러운 경기는 아니었다. 세터 이민규와 공격수들의 호흡도 더 나아져야 하고, 한선수도 아직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민규는 지난해에도 월드리그에 출전했지만 주전은 아니었다. 당시 주전이었던 한선수는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군복무를 하게 되면서 6개월 정도 공백기간을 가졌다.
국방부의 배려로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역시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두 선수 모두 경기를 해나가면서 점점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판국이다.
공격진 역시 고민이다. 대표팀은 이번 원정에서 라이트 공격수 중 박철우만 엔트리에 올렸다. 박철우는 2차전에서 26점을 올리며 활약했지만 1차전에서는 다소 좋지 않았다.
박 감독은 "박철우가 2차전에서는 굉장히 잘했다. 그러나 함께 라이트를 맡을 사람이 한 명은 더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 감독이 기대하는 선수는 문성민과 김요한이다. 그러나 문성민은 V리그에서 강행군을 치르느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요한도 잔부상을 안고 뛴 터여서 문성민과 비슷한 처지다.
박 감독은 "문성민이 몸 상태만 좋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합류가 쉽지 않다. 김요한도 천천히 몸을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해 소속팀으로 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두 명은 빨라도 AVC컵(8월 18일~24일)이 열릴 쯤에나 돌아올 수 있을 전망이다.
100% 전력을 꾸리지 못한 채 나선 월드리그지만 박 감독은 그냥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4년 연속 월드리그 잔류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 원정에서 2승 이상을 거둬야 한다는 게 박 감독의 계산이다.
박 감독은 "체코가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네덜란드를 상대로 이미 1승을 했기 때문에 체코를 상대로 1승만 거둬도 목표는 달성한다. 체코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한 뒤 홈 3연전을 치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