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김영기 신임 KBL 총재가 재미있는 농구로 남자프로농구의 중흥을 다짐했다.
김영기(78) KBL 고문은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 센터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제8대 총재로 선출된 후 KBL 센터를 찾아 "프로농구를 본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 재미있는 농구를 만들면 모두 다 해결될 것"이라며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 개선, 개혁을 이끌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영기 신임 KBL 총재는 김인규(64) 전 KBS 사장과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프로농구의 새로운 수장으로 뽑혔다.
1차 투표에서 김영기 총재는 6표를 얻어 김인규 전 KBS 사장(3표· 무효 1표)을 제쳤으나 '총재는 총회에서 재적회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한다'는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해 다시 한 번 투표가 치러졌다.
2차 투표 결과 김영기 총재는 8표를 획득, 2표를 얻은 김인규 전 사장을 제치고 3년 임기의 총재 자리에 오르게 됐다.
KBL 전무이사와 부총재를 거쳐 제3대 총재를 지내기도 했던 김영기 총재는 "10년 전에 KBL 센터를 마련해주고 떠났다. 오늘 다시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다"며 "이 자리에 다시 서는 것이 무리인 것 같이 보이고, 개인적으로는 김인규 전 사장이 낫지 않느냐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구단주들께서 배려를 해주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영기 총재는 "개혁이 필요한 때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KBL이 2, 3년차가 됐을 때 농구 의 인기는 많았다"며 "하지만 프로농구 인기가 점점 떨어졌다. KBL을 설립한 이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웠다. 한선교 총재와는 팬과 선수로 만나 인연이 있는데 만나기만 하면 맨날 싸웠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농구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기 동안 프로농구를 재미있게 만들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중계방송을 문제삼는데 이를 억지로 끌어들일 수는 없다"고 말한 김영기 총재는 "농구의 본질을 살려 상품가치를 올리면 저절로 된다. 재미있게 농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농구는 빠르고, 정밀한 플레이가 있다. 덩크슛 같이 폭발적인 요소도 있다. 충분히 재미있는 스포츠다"고 강조했다.
김영기 총재는 재미있는 농구를 위해선 감독들과 심판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감독, 코치들이 명작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 이기기 위해 졸작을 내놓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농구장을 찾는 사람들이 짜증을 낸다"며 "감독들이 명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심판들이다"는 김영기 총재는 "심판들이 생존하려고 우유부단하다. 심판도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 농구가 망가진 것은 심판 부분에 있다"며 "심판들이 적용을 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심판이 당연히 지적할 것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고 꼬집었다.
김영기 총재는 "저를 부른 것은 농구를 재미있게 만들고, 질을 높이면 인기가 쫓아올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내가 총재를 맡을 때 획기적인 수입을 올렸는데 다시 한 번 그렇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한선교 총재도 애썼지만 경기인이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벗어났다"고 지적한 김영기 총재는 "그것을 바로 잡아주면 프로농구는 무한히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비껴나간 궤도를 본 궤도에 올려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KBL 창설 당시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 다시 한 번 기초를 다지겠다. 기초가 마련되면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기 총재는 규정을 다소 손질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재미있는 농구를 단시간 내에 만들기 위해서는 규정 손질도 필요하다"며 "KBL 창설 당시로 돌아가면서도 시대 변화에 맞는 알맞은 제도를 끼워맞춘다면 프로농구가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총재 후보로 나섰던 김인규 전 사장은 "김영기 신임 총재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이번 투표결과가 10개 구단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이번 경선을 계기로 프로농구가 새롭게 재도약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