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11일 휴일 아침 전해진 이 회장의 건강 이상 소식은 삼성그룹의 향후 경영행보에 대한 우려를 촉발했다. 삼성그룹 수뇌부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측은 표면적인 움직임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날 오후 "초기 응급치료가 신속하고 적절히 이뤄진데다 삼성서울병원에서의 시술도 잘 끝나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초비상 사태'로 돌입했다.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는 이날 이 회장의 응급 시술과 관련, 병원 안팎에서 긴급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08년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등기이사에서 사퇴한 적이 있다. 당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이 회장을 대신해 대외적인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간담회를 가졌을 때도 이수빈 회장이 이 회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주요 계열사와 그룹 경영을 위한 구체적인 의사결정은 매주 수요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리는 계열사 수요사장단회의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한 관계자는 "현재도 각 계열사 경영진들이 맡아서 잘 해오고 있기 때문에 (이 회장 입원으로)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경계했다.
이 회장 옆에서 실무적인 부분을 챙겨온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도 관심사다. 지금까지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을 보좌해왔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의 보다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도 있다.
재계는 이 회장의 입원이 삼성그룹 경영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말 그대로 심폐소생술이다. 일시적으로 심폐기능이 부전상태에 빠진것"이라며 "올해 만 72세의 고령인 이 회장을 감안하면 뇌손상 여부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마하경영을 강조하며 현장 중심의 혁신을 강조해오던 최근 삼성그룹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은 지난달 17일 귀국 이후 출근 경영을 하면서 그룹 내 경영 혁신 분위기를 다잡는 등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계속해왔다"며 "이 회장의 건강이상 소식은 최근 속도감을 내고 있는 후계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일 미래전략실의 사장급 등 팀장들을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인사·홍보·법무 책임자로 전진 배치하는 등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어 지난 8일에는 비상장사인 삼성SDS의 연내 상장 결정으로 이 회장의 세 자녀에게 2조원이 넘는 지분보유가치를 안겨줬다.
삼성은 이제 핵심 부문인 건설과 금융쪽 사업재편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흩어져있는 건설부문 사업조정도 빨라질 것이 분명하다"며 "금융계열 부분에 있어 복잡하게 이리저리 얽혀있는 지분 정리 작업의 진행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최근 경영혁신을 위한 '마하경영'의 일환으로 이 회장이 현장경영을 강조해오던 터라 그룹 전반에 체질개선 바람도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