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인 이른바 '해피아(해수부+마피아)'로 지목된 해운업계 수장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구조적 비리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이들 기관장들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해피아와의 전쟁'을 천명하면서 관련 기관장들의 추가 퇴진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일 해수부에 따르면 부원찬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전격 사임했다. 주성호 한국해운조합 이사장과 전영기 한국선급(KR) 회장 사퇴 이후 세 번째다.
부 이사장은 선박안전공단이 해운조합, 한국선급 등과 함께 관료들의 대표적인 재취업 자리였다는 논란과 함께 검찰의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더 이상 정상적으로 조직을 이끌어 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부 이사장은 해수부 감사담당관, 여수지방해양항만청장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선박 안전점검 부실 등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선박안전기술공단을 압수수색 했다.
주성호 이사장도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부실 안전점검과 유착의혹 제기에 따른 책임을 지고 취임 7개월만에 물러났다.
주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시절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물류항만실장, 2차관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9월 해운조합 이사장에 오른 인물이다.
해운조합은 주 이사장을 포함,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전직 관료출신이어서 '해수부 마피아'의 본거지라는 오명을 입었다.
검찰은 전직 관료들이 업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면서 안전검사 부실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강도높은 조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해운조합이 명절 때마다 해수부와 해경 간부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혐의를 잡고 해운조합 본사와 인천지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높은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해피아'는 아니지만 선박 안전점검 부실 의혹을 받은 한국선급의 전영기 회장도 지난달 25일 사퇴했다.
한국선급 역시 역대 회장(이사장 포함) 11명 가운데 8명이 해수부 출신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관 유착에 대한 강한 의혹이 제기됐다.
전 회장은 1960년 한국선급 설립 이후 내부 출신으로는 최초로 조직 수장에 올랐다. 지난해 3월 신임회장 선거에서 주성호 전 국토해양부 2차관을 누르고 당선됐다.
현재 해수부 산하·유관기관 14곳 중 9개 기관장(선박안전공단·해운조합 제외)이 해수부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산하 기관장들의 추가 퇴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해피아에 대한 비난 여론과 함께 박 대통령의 '압박'까지 더해져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로 임기 만료를 앞둔 기관장 가운데 김춘선 인천항만공사 사장, 박종록 울산항만공사 사장, 곽인섭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 류영하 항로표지기술협회장 등이 퇴진 물망에 조심스럽게 오르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해수부 관료 출신으로 지난 2011년 기관장이 취임해 올해 임기 4년차를 맞고 있다. 2012년 취임해 올해 3년째를 맞고 있는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기관장 사의 표명은 전적으로 개인 의사에 달려있기 때문에 쉽게 퇴진을 점치긴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해피아 출신들 모두가 가시방석일 것"이라며 "하지만 전적으로 (사퇴는)본인 의사에 따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긴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