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넥센 히어로즈 문성현(23)은 지난달 25일 최악의 경험을 했다.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한 문성현은 5⅔이닝 동안 12안타를 맞고 11점을 빼앗겼다.
이상할 정도로 던지는 공마다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본인 스스로도 "야구 하면서 그렇게 많이 맞은 것은 처음"이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문성현은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인 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의 문성현은 6일 전과 완전히 다른 투수였다. 직구(52개)와 슬라이더(19개), 체인지업(11개) 등 자신이 보유한 무기들을 자신있게 던졌다. 이틀 전 불펜 피칭을 통해 가다듬은 폼을 기억하면서 타자들을 정성껏 상대했다.
1회말 1사 후 오재원을 볼넷으로 내보낸 문성현은 김현수와 호르헤 칸투를 범타로 처리하고 실점을 막았다. 3회에는 좌전 안타 후 2루로 뛰던 민병헌을 우익수 문우람이의 호송구로 저지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투구 수 관리도 완벽했다. 5회까지 68개로 버틴 문성현은 6회초 박병호의 투런포가 터지자 1이닝을 더 맞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최종 기록은 6이닝 4피안타 무실점. 삼진 4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1개에 불과했다. 팀이 2-1로 이기면서 문성현은 승리투수가 됐다.
문성현은 "지난 경기에서 좋지 않았기에 1회부터 집중하면서 잘 던지려 노력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삼성전에서의 난타는 문성현을 한 단계 성장시켰다. 118개의 공을 던질 때까지 자리를 지키길 원했던 뚝심은 페이스를 금세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때 이강철 코치님께 좀 더 던지겠다고 이야기를 했다"는 문성현은 "좀 더 빨리 마운드에서 내려왔다면 자신감을 잃었을 것이다. 길게 이닝을 던지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성현은 이어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11실점과 무실점"이라고 웃은 뒤 "그때는 생각이 많았고 오늘은 아니었다. 허도환 선배의 사인만 보고 던졌다. 타자들과 힘으로 붙으려 한 것이 통했다"고 덧붙였다.
두산전에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긴 했지만 아직 문성현이 완벽한 선발 투수로 거듭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두 경기에서 보였듯 큰 기복은 그의 최대 단점이다.
본인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문성현은 "한 번 잘 던지고 그 다음에 못 던지는 것이 심하다. 그 부분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염경엽 감독은 "선발 문성현은 아주 좋은 피칭을 했다. 오늘 느낌을 잘 유지했으면 한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