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5 (화)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문화

[방송]서세원쇼엔 토크가 없다

URL복사



‘토크’ 없는 토크쇼



KBS <서세원쇼> 인격비하 인신공격 난무,


연예인들 사담으로 억지 웃음 유도




지난 89년 <쟈니윤쇼>를 시작으로 호스트의 이름을 건 토크쇼가 대거 등장했다. <주병진쇼>, <이홍렬쇼>,
<이승연의 세이세이> 등의 프로그램들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토크쇼는 심야시간대 주요한 아이템으로 자리잡아갔다. 비교적 싼값에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토크쇼 프로그램의 장점. 양적 증대에 비례해 질적 향상이 뒤따랐다면 토크쇼의 명맥은 끊임없었을 것이다.
비슷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줄지어 나오자 시청자들의 반응은 점차 냉담해졌고, 최근 들어 토크쇼 제작붐도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호스트의
이름을 앞세운 토크쇼는 대부분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하지만, 개편의 거듭되는 칼바람 속에서도 살아남은 토크쇼가 있다. <서세원쇼>가 그것. 97년 <서세원의 화요 스페셜>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한동안 방송가에 ‘집단토크’와 장안에 ‘개인기 열풍’을 유행시킨 화제작이다.


웃겨야
산다


한때 토크쇼를 주도했던 정서는 ‘눈물’이었다. 게스트로 출연한 스타가 무명시절이나 어려웠던 과거를 고백하며 훌쩍거리는 모습은 토크쇼가 가장
빈번하게 연출한 장면. 뻔한 고생담이 되풀이되었지만 함께 우는 시청자가 많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눈물’이 정서적 공감대를 일으키는 최고의
무기였던 것이다. 빈곤한 대화를 ‘눈물’로 메우려는 제작 방식의 안일함은 비난의 표적이 되었지만, 웃기기 위해서 가릴 것 없는 요즘의 토크쇼에
비하면 그때가 그래도 인간적이었다.

요즘 토크쇼의 연출 포인트는 ‘웃음’이다. <서세원쇼>는 그 선두에 선 프로그램이다. <서세원쇼>의 대표 꼭지는 ‘토크박스’.
지금은 없어졌지만 한때 각종 유행어와 새로운 스타의 배출 창구가 되었으며, 전국에 이른바 ‘개인기’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토크박스’는
10명 이내의 게스트가 등장해, 주제에 관련한 이야기를 각각하고 순위를 매기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순위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얼마나 웃겼나’는
것. 엄밀히 말하면 ‘토크박스’는 웃기기 대회이다.

게스트의 인간적인 일면이나 인생 철학, 개인을 통한 시대 읽기 같은 토크쇼 본연의 정서에 대해 ‘토크박스’는 무관심하다. ‘토크박스’의
존재 의미는 오로지 웃기는 것이며, 출연자가 가수이건 배우이건 상관없이 개그맨이 되기를 요구한다. 각박한 현대에 웃음을 준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 더구나 오락프로그램에서 웃음은 최고의 미덕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웃기기야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문제는 ‘정말 웃기는가?’이다. 게스트와 진행자의 재치가 돋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서세원쇼> 전반을 지배하는 정서는 유쾌함보다
불쾌함이 압도적이다. 진행자에게 아부까지 불사하고, 진땀을 닦으면서 열심히 이야기하는 게스트의 모습은 안쓰럽다. 사람들이 웃어주면 다행이지만
웃지 않으면 엄청난 면박을 감수해야 한다. 일단 타겟이 되면, 진행자와 게스트들은 합심해서 인격비하와 인신공격을 퍼붓는다. <서세원쇼>는
‘구박’도 웃음을 유발하는 촉매쯤으로 생각한다. 머리모양이나 옷차림이 놀림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흔하다. 심지어 개인의 창법이나 말투까지
공격하며 억지로 웃음을 끌어내려 한다. <서세원쇼>를 통해 시청자는 공영방송 KBS가 배출하는 공식적인 ‘왕따’를 매주 구경하는
셈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방송이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그릇된 사회풍조를 조장한다”고 비판하며, “화면 속에 연출된 진행자들의 언어나 행동이
시청자들에게 ‘건전한 웃음’을 유도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개인기’ 열풍도 ‘웃기기 위해 뭐든지 불사한다’는 식의 방송 풍토에서 나왔다. ‘토크박스’에서 ‘개인기’라는 단어는 성대모사를 하든 춤을
추든 바보 흉내를 내든 아무튼 웃음을 일으키는 장기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야기를 잘 못하면 개인기로 만회하는 것이 토크박스의 주 진행 방식인데,
이 때문에 연예인들은 개인기 익히기에 특별한 공을 들인다고 알려졌다. 가수가 출연해 노래는 물론, 말도 제대로 못해보고 성대모사만 하다
끝나는 일은 흔했다. 그러다보니 자기 분야에 능력보다 개인기로 승부하는 연예인이 많아졌다. 이런 현상은 사회 전체에 빠르게 전파되었다.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개인기만 잘 갖추면 소속 집단에서 호감을 사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온 국민이 어설픈 흉내로 웃기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개인기 몸살’을 앓게 된 것이다.


스타와 그의 친구들, 시청자는 구경꾼

연예인에게서 개인기를 짜낼 대로 짜낸 <서세원쇼>는 ‘토크박스’를 폐기하고 ‘실루엣토크’라는 꼭지를 개설했다. 새로운 꼭지라고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더욱 감각적이고 노골적인 공격성을 띈다.

‘실루엣토크’는 동료 연예인들이 장막 뒤에서 변조된 목소리로 해당 연예인에 대한 진실을 폭로하는 포맷이다. ‘진실만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이 꼭지의 포인트지만, 진실에 대해 관심조차 있는지 의심스럽다. 질문의 대부분이 ‘여자를 밝히나’ ‘술 마시면 어떻게 변하나’ 같은 진실
여부가 무의미한 사적인 질문이며, 다수의 게스트가 지정 게스트를 놀리기에 급급하다. “이 바보야!” “얘 미쳤어요!” 같은 비방송용 언어들이
난무하며, 술을 마시면 야수가 된다는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진행자도 별다른 저지가 없다. 연출자는 ‘파상공격’이니
‘융단폭격’이니 하는 자막을 내보내면서 이 광경을 강조한다. 게스트들은 낄낄대지만 시청자는 즐겁지 않다. 해당 연예인의 표정만큼이나 불쾌하고
민망하다. ‘야무’라고 자신을 밝힌 한 나테즌은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격을 존중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쯤 되면 ‘온 가족이 즐기는 웃음과 감동의 토크쇼’라는 <서세원쇼>의 슬로건이 명색뿐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게스트의 선정부터
‘온 가족’이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부분 10대 취향의 연예인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토크쇼에서 사회적 저명인사나 특정 분야의
공인이 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 과대한 요구라면, 최소한 게스트의 연령대라도 다양하게 구성할 수는 없는지 아쉽다. 10대는 그나마 스타의
출연 자체에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스타에 시들한 세대에게 <서세원쇼>는 소외감만 안겨주는 프로그램이다. 10대들마저도 연예인들이
술자리에서나 나눌법한 사담을 왜 계속 시청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느낀다. ‘신비’라고 자신을 밝힌 10대 네티즌은 “웃음만 선사하려고
너무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들어가는 것 같다”며 <서세원쇼>가 올바른 방향을 찾아주기를 촉구했다.

<서세원쇼>는 진정한 웃음의 의미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중은 닥치는 대로 수용하는 무비판적 존재가 아니다. 말초적인
‘웃음’으로 주목받는 것도 한계가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시청자와 한 암묵적 약속 - ‘온 가족이 즐기는 웃음과 감동의 토크쇼’라는
슬로건이 부끄럽지 않는지 묻고 싶다.




정춘옥 기자 http://www.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방송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이틀째… 민주당, 5일 오후 본회의서 표결 처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국회는 지난 4일 열린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신동욱 의원을 시작으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신 의원은 오후 4시 1분께부터 약 7시간 30분동안 반대 토론을 펼쳤다. 그는 "이 법은 1980년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에 버금가는 언론 목조르기법이라고 감히 생각한다"며 "제가 31년 동안 방송계에 종사했지만 이걸 방송개혁이라고 하는 주장에 너무나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방송만들기 프로젝트'라고 불러달라. 그러면 저희가 순수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현 민주당 의원은 오후 11시 33분께부터 찬성 토론을 펼치며 "방송3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목표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반대 토론을,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찬성 토론을 진행중이다. 방송법은 현행 11명인 KBS 이사 수를 15명으로, 9명인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EBS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화한 것이 핵심이다. 또 지


사회

더보기
김형재 서울시의원, 서울역사박물관 주관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전 개막식 참석해 축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특별시의회 김형재 의원(국민의힘, 강남2)은 4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전‘국무령 이상룡과 임청각’과 ‘우리들의 광복절’공동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이번 특별전은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시 문화본부가 공동 주최하며, 광복 80주년을 맞아 광복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시민들과 함께 기억하기 위해 기획됐다. 개막식에는 김형재 의원을 비롯해 박물관 및 문화계 인사, 연구자,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뜻깊은 자리를 함께했다. ‘국무령 이상룡과 임청각’ 전시는 많은 독립지사를 배출한 안동시와의 교류협력 속에서 만주지역 무장독립투쟁을 이끈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이셨던 이상룡 선생과 이상룡 선생의 고택 임청각의 역사를 조명할 예정이며, ‘우리들의 광복절’ 전시의 경우 문학, 음악, 영화 등 대중문화 속 광복절을 되새기며 시민의 기억을 담아낼 계획이다. 김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단재 신채호 선생님께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셨고, 역사학자 E.H.Carr는‘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광복 80주년을 맞아 서울시와 서울역사박물관이 함께 마련한 이번 특별전은 매우 시

문화

더보기
1920~30년대 스타 명창들의 기록...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경셩유행가 - 판을 나온 소리’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화성시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안필연)은 오는 8월 22일(금)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경셩유행가 - 판을 나온 소리’ 공연을 동탄 반석아트홀에서 선보인다. ‘경셩유행가 - 판을 나온 소리’는 1920~30년대 유성기 음반의 등장과 함께 당대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스타 명창들의 민요, 판소리, 기악, 병창 등 대표 작품들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성악 단원들의 목소리로 재현한 무대다. 100여 년 전의 대중성과 감성을 현대의 시각으로 풀어내며 전통 성악의 매력을 새롭게 조명한다. 공연에서는 서도민요 중 최순경의 ‘반월가’와 ‘화투풀이’를 시작으로 박녹주의 ‘죽장망혜’, 이소향의 ‘호접몽’ 등 유성기 음반에 실렸던 대표적 유행가들을 성악 장르별로 소개한다. 민요와 판소리는 물론, 병창 무대도 함께 구성돼 당시 대중이 사랑했던 우리 소리의 정수를 풍성하게 만날 수 있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은 전통 음악의 전승은 물론, 2000년대 이후 성악 중심의 레퍼토리 개발과 서울·경기 지역 굿풍류 및 민간풍류의 복원에도 힘써오고 있다. 이번 공연은 그간 축적된 민속악단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통 성악의 대중적 접근을 시도하는 의미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공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